[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당뇨발은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이다. 당뇨발은 보건 현장에서 교통사고에 이어 국내 족부 절단 원인의 두 번째를 차지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당뇨발은 일단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방치되고 결국 환자는 사지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은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당뇨발 인식개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당뇨발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 됐다. 당뇨병 증가에 따라 늘어날 당뇨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이해하고 통계 등으로 질환과 환자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창상학회 한승규 회장(고려대 구로병원장)은 "성인 인구의 10%가 당뇨환자고 당뇨환자의 20%가 당뇨발이라는 합병증을 앓고 있다. 당뇨환자의 증가로 인해 당뇨발의 심각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 우리나라의 많은 환자들은 당뇨발을 잘 몰라 시기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당뇨발 치료법이나 치료재가 비급여에 묶여 있어 환자 부담도 크다. 당뇨환자의 대부분이 노인이고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제도적, 한문적 고민이 많지만 우선 사람들이 당뇨발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뇨발이 생겨 족부를 절단한 사람들의 생존율은 암 등으로 인해 장기를 절제한 사람들의 생존율보다 결코 높지 않다. 당뇨발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매년 평균 2000명 당뇨발로 족부 절단하지만 위험성 몰라
우리나라에서 당뇨발로 인해 족부를 절단하는 사람들은 한 해 평균 2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당뇨발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남궁식 교수는 당뇨발이 위험한 이유와 효과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당뇨병은 흔한 질환으로 가족이나 친구 중에 환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당뇨발'이라는 말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며 "현 시대 인류는 30분마다 한 명씩 지뢰 때문에 사지를 잃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당뇨병으로 인해 사지를 잃는 사람들은 20초에 한 명꼴이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당뇨발이란 당뇨병을 가진 환자의 발 부위에 나타나는 모든 문제점을 일컫는 용어다. 당뇨족, 당뇨병성족부궤양, 당뇨창상 등으로도 불린다. 당뇨병으로 인해 환자의 발에 생긴 포괄적 문제를 가리키는 말이 당뇨발이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당뇨발은 모든 창상 중 가장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만성 창상 질환이다"며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 4억 2000만 명이 당뇨를 앓고 있다. 이들을 한 국가에 모은다고 하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 된다. 이 중에서 당뇨발이 발생하는 비율은 당뇨환자의 15~25%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당뇨발은 5년 지나고 나서 생존율이 34%에 불과하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족부족관절학회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수집한 '한국인 당뇨발 및 절단 데이터'에 따르면, 한 해 평균 약 2000명이 당뇨발로 인해 족부를 절단한다"며 "국내 족부절단 원인의 2위가 당뇨발이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고 환자도 많은 데 당뇨발은 치료가 어렵다. 당뇨가 진행되면 먼저 혈관이 망가지고 혈액순환 문제가 생긴다. 신경 조직이 손상되고 면역 기능이 저하된다. 포괄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당뇨발 치료가 어려운 대표적인 네 가지 요소가 있다. 혈관 문제, 감염 문제, 압력 문제, 세포의 치유능력 등이다"며 "당뇨가 심한 환자는 피가 발끝까지 내려가지 못하는 혈액순환 문제가 생긴다. 또 당뇨 감염 문제는 일반 감염과 다르다. 당뇨발 감염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기 때문에 염증 반응이 미미하고 다양한 균이 동시에 감염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압력문제는 당뇨발 환자가 발쪽 신경이 망가져 외부 압력, 통증 등을 잘 인식하지 못해 생긴다. 세포의 치유능력은 섬유화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아 외부의 적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처럼 당뇨발은 환자마다 특성 달라 환자별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발 환자 정확한 통계 내고 심각성 사회가 인지해야
건국대병원 성형외과 신동혁 교수와 계명대 동산병원 성형외과 김준형 교수는 당뇨발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들은 당뇨병을 앓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늘어나는 당뇨발 환자에 대한 심각성을 사회가 인지할 필요가 있고 있고 나아가 분류 코드를 부여해 정확히 통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동혁 교수는 "당뇨병에 걸린다고 바로 당뇨발이 오지 않는다. 당뇨를 앓고 한 10년 정도 지나면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환자들이 대개 발에 문제 있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으면 늦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치료가 어렵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당뇨발 치료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의 내원 시기다. 환자들이 합병증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병원에 오기 때문에 이미 합병증은 진행되고 궤양이 발생한 뒤다. 암으로 치면 말기에 환자들이 오는 셈이다. 당뇨발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당뇨병 유병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당뇨발 발생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당뇨발은 여러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고 내과, 외과, 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학과가 함께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며 "일단 당뇨발이 발생하면 원인도 환자별로 다 다르고 비급여 항목이 많아 치료 부담이 커지므로 환자로서는 예방에 힘쓰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김준형 교수는 "예전에 성형외과 찾는 환자들은 화상 환자가 많았다. 지금은 당뇨발 환자가 제일 많다. 사람들은 예전에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아 대사질환도 없었고 수명이 짧아 당뇨로 합병증이 발생할 즈음이면 돌아가셨다"며 "지금은 대사질환도 많고 수명도 늘었기 때문에 당뇨발이 점점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뇨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고 무엇보다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내과나 내분비내과에서 당뇨약을 처방받고 복용해야 하며, 당뇨발 등 합병증이 생기면 성형외과 등 외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당뇨발로 족부를 절단하면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므로 재활의학과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뇨발 환자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은 사실 일차병원과 이차병원에서는 어렵고 대학병원에 와야 가능하다. 대부분 환자들은 당뇨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해 시일이 많이 지난 다음에야 대학병원을 찾는다. 조기 치료가 어려운 이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 분류 코드가 없어서 당뇨로 인해 당뇨발이 생긴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임상에서 당뇨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당뇨발 환자에 대한 분류와 통계를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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