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법(신해철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공의를 상대로 한 의료분쟁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회를 통과한 '설명의무법이 수련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A대학병원 K교수는 12일 "미국 대학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전공의가 수술하겠다고 설명하면 얼마든지 해도 좋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환자나 보호자들이 용인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교수가 이런 지적을 하는 이유는 최근 국회가 의료법 개정안을 가결했기 때문이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할 경우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등의 성명,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등을 미리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동의를 받은 사항이 변경되면 지체 없이 이를 환자에게 알려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K교수는 "전공의 수련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직접 수술'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게 전공의가 주된 의사로 직접 수술한다고 했을 때 환자나 보호자들이 얼마나 동의해줄지 의문"이라면서 "설명의무법이 전공의 수련의 장애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 일각에서도 설명의무법이 전공의 수련을 '역량 중심으로' 개편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2018년도부터 모든 전문과의 전공의 수련을 '정량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대한의학회 박중신(서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수련교육이사는 최근 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2018년부터 전공의가 1~4년차까지 어떤 역량을 어느 수준까지 갖춰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수련평가를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부인과를 예로 들면 기존에는 '참관'만 해도 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년차별 자궁내막생검 1~3회, 진단 자궁경 1~3회, 진단 복강경 1~3회, 기본적인 부인과 질환 검사 및 치료 1~3회, 일반 부인과 초음파 1~3회를 직접 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외과 역시 전공의들이 직접 gastrectomy(위절제술), mastectomy(유방절제술), colectomy(대장절제술) 등을 일정 수 이상 집도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의료법에 따라 환자에게 주된 수술을 하는 의사가 전공의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교수와 전공의가 함께 집도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설명의무법이 수련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충분히 있다"면서 "의료법 하위법령을 개정할 때 전공의 수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공의들은 신해철법으로 인해 수련 과정에서 의료분쟁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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