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12 06:44최종 업데이트 22.12.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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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도 전공의 미달 속출...센터만 늘고 정작 응급의학과는 역할 축소

[2023년 전공의 모집 결과] 정원 158명에 134명 지원 충원율 85%...외상·심뇌혈관센터 등 분산 아닌 통합 정책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2023년 전공의 모집 결과 분석 
①필수과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미달 여전...흉부외과 20%p·산부인과 10%p 상승
빅5병원 전공의 모집 서울아산병원 '판정승'...필수과 미달 전무, 소아과도 경쟁
③'정신과', '마통과'도 전공의 모집 신흥 강자 떠올라…이유는? 
④"서울권조차 소아청소년과 야간 당직 없다"...전공의 충원율 10%대로 추락 '충격'
⑤지원율 50%대 위기의 가정의학과…내과 수련단축에 필수의료 대책 배제 탓
⑥바닥 찍고 올라가는 흉부외과·산부인과 vs 최악의 소아청소년과, 엇갈린 명암 

⑦상급종합병원도 전공의 지원 양극화....'분당서울대병원' 경쟁률 최고 '칠곡경북대' 최저
⑧응급의학과도 전공의 미달 속출...센터만 늘고 정작 응급의학과는 역할 축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인기과에 속했던 응급의학과에 대한 전공의 지원율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전공의 정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병원이 속출하면서 총 응급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이 85%로 집계됐다.

일의 강도는 강하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과로 꾸준히 충분한 전공의를 충원해왔던 응급의학과는 최근 정부 정책이 '응급의학과 의사'를 선택하는 핵심 이유는 '자긍심'과 '사명감'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2일 메디게이트뉴스가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응급의학과 정원을 보유한 주요 수련병원 55곳을 분석한 결과, 응급의학과는 총 정원 158명에 지원자 134명으로 충원율 8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빅5 병원 중에는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정원 13명에 지원자가 단 3명에 불과, 응급의학과 충원율이 20%밖에 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은 정원 총 6명에 5명이 지원해 전공의 80%만 채웠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정원을 모두 채웠고, 서울아산병원만은 정원 6명에 7명이 지원하면서 경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부천병원은 전공의 3명 모집에 1명만이 지원해 전공의 충원율이 30%를 기록했다. 이대목동병원과 분당차병원도 각각 전공의를 50%밖에 채우지 못했다.

지방에는 2명 모집에 3명이 지원한 계명대동산병원, 단국대병원, 영남대병원, 전북대병원이 웃음을 지었지만, 강원대병원과 경북대병원, 울산대병원은 3명 모집에 2명이 지원해 울상이었다.

특히 제주도병원은 전공의 2명 모집에 단 한명도 지원자가 없어 충원율이 0%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 최성혁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은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많이 떨어졌다" 우려하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응급의학과 의사'의 역할을 찾기 힘들게 만드는 정부 정책에 있다고 꼬집었다.

응급의학과는 일선 의료현장 제일선에서 생명 위기에 있는 환자를 제일 먼저 보는 만큼 의대 때부터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이사장은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권역 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에 이어 권역 심뇌혈관센터 등 센터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라며 "응급의료는 통합이 돼야 하는데, 계속해서 센터만 만들다 보니 인력이 분산되고 오합지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만든 권역외상센터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권역 심뇌혈관센터를 만들고 있다"라며 "젊은 의사들 입장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해야 할 역할과 비중이 축소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본래 응급실과 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보던 질환을 별도의 센터로 빠지면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응급의학과는 의사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국민에 봉사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추구해서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의사로서 자신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응급의학과를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들이 신속하게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외상센터에서 나타난 것처럼 분리하기 보다 통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회 류현호 공보이사(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는 "코로나19 3년을 겪으며 응급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 환자들이 응급실로 유입되면서 선별진료부터 환자 격리부터 응급실의 역할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응급의학과에 대한 인력지원 및 지원체계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류 공보이사는 "일련의 응급실 폭행 사건들도 발생하면서 대학병원 등은 체계를 갖춰서 청원경찰 및 안전요원을 배치해 안전을 강화했지만, 2차 의료기관은 여전히 폭력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류 공보이사는 "젊은 의사들은 환경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고, 현실감각이 뛰어나다. 전공을 선택할 때 그 과의 위상과 미래 전망 등을 많이 따져본다"며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응급의학과에 대한 지원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응급의학과에 대한 정부의 지원 부족, 잘못된 정책들이 전공의의 지원 의지를 꺾은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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