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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투자 전문가

    [딴짓15] 문여정 벤처캐피탈리스트

    신문으로 길러진 통찰력

    기사입력시간 17.04.14 06:46 | 최종 업데이트 17.04.14 17:06

    사진: 의사 출신 1호 문여정 벤처캐피탈리스트. ©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 1호 의사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고 일년쯤 지난 인터베스트의 문여정 이사를 메디게이트뉴스에서 만나봤다.
     
    유망한 바이오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그는, 지난 해 5월 결성된 370억짜리 펀드를 6개월 만에 300억 이상 소진했다. 보통 300억짜리 펀드를 한 회사에 10억에서 20억 원씩 투자해 3년에서 5년에 걸쳐 소진하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룰인데 이례적인 기록이다.
     
    지난 1년 동안 바이오와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 분야의 스타트업 8곳을 대상으로 약 130억 원을 투자한 결과다.
     
    그는 산부인과 전공, 전임의 2년, 기초학(약리학)교실에서 3년간의 박사과정을 마치고 검진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며 연구하는 교수가 되기를 꿈꾸던 의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믿고 투자하는 회사가 더 늘었으면 좋겠고, 또 내 투자를 받아 성공했다는 소식, 내가 투자한 곳이라면 믿고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는 포부를 가진 VC가 됐다.
     
    기초의학과 벤처캐피탈리스트.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의사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길을 가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톡톡 튀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그는 무엇을 얘기하더라도 막힘이 없다. 어떤 일이든 거침없이 열정을 다해 일하리라는 건 조금만 대화를 나눠봐도 금세 느낄 수 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로 이끌었는지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미래에 관심을 쏟게 한 '유전자 가위'
     
    기초학 교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최신 논문 동향을 거의 다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3년 말 유전자 가위가 눈길을 끌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려야 바꿀 수 있던 쥐 유전자를 단 6개월 내에 바꾼 기술이다!
     
    십 년, 이십 년 뒤에는 예측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자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몹시 궁금해졌다. 특히 바이오 쪽에 변화의 그림이 그려졌다.
     
    디지털 헬스케어 창업의 꿈을 품고 2015년 5월, 유니세프의 모자사망 줄이기 콘테스트인 'Save Life at Birth'에 포터블 산전태아검사(NST) 기기 아이디어로 참여했다.
     
    판매경로에 대해서는 쉽게 그림이 그려졌지만, 실제로 제품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건 막막했다. 그래서 법률 자문이나 비즈니스 모델 개발, 엔지니어 연계 등에 있어서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엑셀러레이터를 소개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즈음 발표된 애플 워치 출시 소식을 듣고는 마음을 접었다. 이 분야는 나보다 더 전문가들이 수두룩하다. 내가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엑셀러레이터를 비롯한 스타트업 관계자들과의 교류 중에 자주 들었던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운 조언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적합한 의료진을 연계해 준 덕분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는 얘기가 '벤처캐피탈리스트(VC)'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메디게이트뉴스

     
    미래를 내다 보는 직업이라 가족의 지원도
     
    VC라는 직업을 알게 되면서 그 분야 전문가 세 명을 만났고, VC가 될 결심을 굳혔다. 그래서 지금의 회사에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에 모 제약회사의 영입 제안도 거절했다.
     
    물론 고민 없이 결정한 건 아니다. 주식투자도 거의 해보지 못했고 재무제표에 대한 경험도 부족해 걱정은 됐지만,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가치를 분석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용기를 얻었다.
     
    주변에 상의할 때 '굉장히 일이 많고 힘들다. 잘 할 수 있겠냐'란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인 김치원 선배(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 DHP 파트너)와 상의했을 때 '아무리 힘들어도 전공의 1년 차 만큼 힘들겠냐'라는 얘기에 동감했다.
     
    회사에서도 의사를 영입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중도에 포기하면 어쩌나' 였다고 한다.
     
    그 물음에 대해 나는 '학교도 돌아갈 다리를 불지르고 왔고, 개업할 생각도 없다'고 답함으로써 신뢰를 줬다. 스스로에게는 금융 쪽에도 의사가 열 명이 될 때까지 버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막상 입사하고 나서 지금까지의 반응은 서로 만족.
     
    병원에 근무할 때 논문은 물론이고 연구비 제안서도 써보고, 학회 진행을 맡으면서 경비 정산이나 업체 연락 등을 모두 경험해본 터라 '회사'라는 조직에 적응하는 게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
     
    한편,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라 가족들, 무엇보다 부모님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의사인 시부모님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특히 어머님께서 특히 잘한 결정이라고 적극 지원해주셨다. 바이오 분야라 의사의 역할과도 무관하지 않고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성장할 산업을 미리 보고 투자하는 일이라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갖는다는 건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 공감을 얻었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10년 후면 그 중요성이 덜해질 지 모를 영어나 다른 선행학습을 시키기 보다는 어릴 때가 아니면 배우기 어려운 예체능을 마음껏 배울 수 있게 하는 편이다.
     
     
    VC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은 사교성!
     
    우리나라에 VC가 천 명 정도에 불과한데다 의사가 진출한 경우는 처음이었던 터라 어딜 가더라도 '문 이사님,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투자자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똑똑한 청년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넘치는 에너지와 반짝이는 눈망울로 열심히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걸 대할 때면 엄청난 기운을 받는다. 아프고 힘든 환자를 만나 에너지를 나눠줘야 할 때는 얻을 수 없었던 소득이다.
     
    VC에게 의사로서의 강점은 무엇보다 인적 네트워크. 의료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바이오 분야도 의료기기에서부터 분자진단, 신약 개발, 유전자 분석 등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분야가 광범위해 각 분야마다 깊이 있게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해당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한데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는 게 빠른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됐다.
     
    또 한편으로는,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 2시간 만에 핵심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사교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사교성을 바탕으로 그 회사가 보유한 기술의 혁신성과 대표의 철학을 파악하는 게 필수다.
     
    투자 대상을 발굴하다 보면 병원에서 쓰일 제품을 개발하는 이들에게는 그 제품을 사용할 의사를 소개시켜 주고 영업전략을 함께 고민하게 된다. 그런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임상시험의 필요성을 잘 모르던 창업자들이 이제는 효용성 입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험급여체계를 왜 알아야 하는지, 병원 시스템 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됐다는 점은 나름의 보람이다.
     
    사진: TV 프로그램 '비타민 400회 특집-닥터쇼 100인의 의사들'에 출연한 문여정 벤처캐피탈리스트(출처: KBS 방송 화면 캡처)
     

    하루에 5가지 신문을 독파하던 고교 소녀, 통찰력을 얻다
     
    "원유값의 흐름을 알면 전세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한 지표 혹은 사안에 대해 다른 지표와 연계해서 생각할 줄 알면 그러한 사실들을 미래를 예측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메르스가 터지자 신종플루 유행 당시 백신을 즉시 생산해 공급했던 경험이 있던 한 제약사의 주식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아이들 친구 엄마와 대화하던 나는 마스크나 소독약이 품절될 걸 예상하고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사에 투자할 걸 추천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투자를 권유한 그 회사 주식이 크게 오르는 걸 목격했다. 그 때를 계기로 내 시각을 반영하면 큰 여파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식 투자 경험이 없던 내가 이런 노하우를 갖고 있는 건 학창시절 습관에서 비롯된 결과다.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신문을 읽는 게 습관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엔 5가지 신문을 매일 읽을 정도였는데, 통찰력을 기르는데 신문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의대생 후배들에게 - "의師(스승 사)는 다른 사회의 모습도 알아야"
     
    의사에 붙여지는 ‘師(스승 사)’자를 유지하려면 스승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다른 사회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의대, 의사 생활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병원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는 걸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의대 공부에만 매몰되지 말고 경제나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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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원 (jwlee@medigatenews.com)

    새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