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22 11:06최종 업데이트 24.03.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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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앞 눈물로 호소했던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도 사직

충북대병원 배장환 교수 사직의 변 "환자 살리고, 제자들 훌륭한 의사로 키워내겠다는 꿈 모두 산산조각"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가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북의대는 의대정원이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가장 크게 늘어나는 곳이다.

배 교수는 지난 2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의료개혁 민생 토론회에 패널로 나서 열악한 필수의료 현실을 전하고, 정부의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당시 배 교수는 발언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배 교수는 22일 "이제 내가 믿고 있던 내 자리를 떠나려 한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배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충북대병원 교수로 일해왔다.
 
그는 자신이 가졌던 두 가지 꿈이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으로 부서졌다며 사직 이유를 설명했다.
 
배 교수는 "임상에서 내 꿈은 심근경색증부터 협심증 까지 우리병원에서 서울로 가시는 분이 없도록 하고 종국에는 내가 진료하던 심부전 환자를 우리 병원에서 VAD를 하고 심장이식을 해 가족품으로 잘 돌아가는 걸 내 퇴직 전에 보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젠 시간이 갈수록 그런 일이 내 꿈 밖으로 나가고 있단 걸 느낀다. 정부는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통한 지방의료의 강화라는 명쾌한 해답이 있음에도 환자에게 병원 선택의 자유, 의사 선택의 자유, 의료의 무한정 이용이라는 상식 밖의 조치를 30년 이상 지속해 지방의 필수의료 인프라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의료 필수의료가 제대로 서지 않는것을 마치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회피하고 돈에 눈이 멀어서 미용과 성형에만 집중해서 그런 것이라며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 의료진의 자존심을 꺾고 있고 이를 정치적인 이득에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가지 꿈은 작지만 늘 자랑스럽게 교육한 우리 아이들, 우리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을 아끼고 가르쳐서 훌륭한 의사로 만들어 내는 것이였다“며 ”이 꿈은 이번 의대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로 산산조각이 됐다"고 했다.
 
이어 "고창섭 충북대 총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은 의학교육과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는 1도 없이 정부에 아부해 49명의 정원을 가진 의과대학을 하루아침에 200명으로 만들었다"며 "충북대 총장은 3년이면 직을 벗을 테지만 그때는 만신창이가 된 교수들과 의대생만 남아 양질의 교육은 커녕 졸업장에 직인을 찍느라 학장실만 바쁠 게 뻔하다"고 했다.
 
그는 "이 혼란한 판에서 입을 닫고 총장과 지사에 아부해 자신의 입지 향상을 노리는 인간들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현실이 더욱 나를 견디기 어렵게 한다"며 "지난 20년을 생각하니 다 한 번 내 곁을 지나간 바람같다. 이런 노력이면 스스로도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있었던 곳에 대한 미련은 없을것 같다"고 글을 맺었다.
 
충북대병원 배장환 교수 사직의 변[전문]

이제 제가 믿고 믿던 제 자리를 떠나려고 합니다

저는 청주에서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북대학교에서 의과대학을 다니고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인턴과 내과 전공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국제협력의사로 페루에서 근무를 하고 저를 믿고 가르쳐주신 교수님들의 지원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2년간 전임의생활을 하고, 경희대학교병원에서 교수 생활을 1년 하다가 모교의 임상교수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민을 며칠 하다가 모교병원으로 왔습니다. 그때가 2005년입니다. 이후 수년간 황경국 교수님과 1년 182일의 대기 당직을 했고,  그 노력으로 권역심뇌혈관질환 센터가 되면서 이상엽 교수와 김상민 교수님이 오시면서 그나마 90일 정도의 당직을 하고 20년 가까이를 살았습니다. 모두 제게 형제와 다름없이 감사한 분들입니다. 

제 꿈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간신히 시골을 탈출하여 서울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전공의 동안 우리 병원에서 할 수 없는 시술과 수술때문에 환자분들이 서울로 가서 수술을 받고 이후 추적을 몇 년 하시다가 연세가 드시면 힘든 몸을 끌고 이제는 서울 가기도 힘들다면서 우리 병원으로 오시게 되는것을 수없이 봐 왔습니다. 이런 모습이 저는 너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병원에서 먼저 심근경색증은 한국에서 가장 빨리 시술을 해보자, 그래서  STEMI 든 nSTEMI 든 낮이든 밤이든, 평일이든 추석 연휴이든 뼈를 갈아넣어 최대한 빨리 시술을 하였고, door to balloon time 이 새벽 2시에도 52분이라는 성적을 발표하자 일부 의사들은 다 사기라고 이야기를 한분도 있었습니다. 그 말씀을 하시던 교수가 계신 병원도 지금은 55분 대라고 발표를 하십니다. 갈아넣어서 만든 일입니다. 그리고, 임상에서의 제 꿈은 심근경색증부터 협심증까지 우리 병원에서 서울로 가시는 분이 없도록 하고 종국에는 제가 진료하던 심부전 환자분을 우리 병원에서 VAD를 하고 심장이식을 하여 가족 품으로 잘 돌아가시게 되는 것을 제가 퇴직하기 전에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갈수록 그런 일이 제 꿈 밖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부는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통한 지방의료의 강화라는 명쾌한 해답이 있음에도 환자에게 병원 선택의 자유, 의사 선택의 자유, 의료의 무한정 이용이라는 상식 밖의 조치를 30년 이상 지속하여 지방의 필수의료 인프라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의료 필수의료가 제대로 서지 않는것을 마치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회피하고 돈에 눈이 멀어서 미용과 성형에만 집중해서 그런 것이라며 민심을 호도하고 의료진의 자존심을 꺾고 있고 이를 정치적인 이득에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는 의료환경이나 전달체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OECD통계량 중의 하나일 뿐 인 인구 천명당 의사수라는 하나의 지표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영아, 모성 사망률, 예방가능 사망률 같은 결과 지표는 국민에게 공개조차 하지 않고 그동안 필수의료분야를 간신히 지켜내온 의사들마져 국민앞에서 돈 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도와 같은 정권앞에서 심장이식을 우리병원에서 해보자, 이를 통해 우리지역의 심혈관질환자의 고통을 줄여드리자라는 제 꿈이 점점 멀어짐을 뼈속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 또 한가지 꿈은 작지만 늘 자랑스럽게 교육한 우리 아이들, 우리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을 아끼고 가르쳐서 훌륭한 의사로 만들어 내는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지도 학생이 배정되면 한달에 한번씩은 만나서 저녁 함께 먹고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성적이나 행동가짐에도 신경을 쓰려고 늘 노력했습니다. 한달에 한 번 아이들 만나는게 뭐가 그리 대수냐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죄송하게도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학생들 지도잘하고 전공의 때 지도 잘 해서 우리지역의 힘을 키우는 의사가 되는것이 제게는 너무나 큰 기쁨이고 행복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대생부터 함께 하여 제 제자였고 전공의때 지도하였으며 힘든 전임의 과정을 견디고 제 동료가 된 김민, 배대환, 이주희, 윤웅수 교수를 보면 정말이지 웃음이 절로 나오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부릅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대한내과학회에서도 많은 위원회 중에 엄중식, 김대중 교수님의 가르침으로 수련위원회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그것이 꼰대 성격인 제게 그나마 전공의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뭐라도 한가지 더 줄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제 아이들은 휴학과 사직에 내몰렸습니다. 며칠에 한 번씩 아이들에게 전화를 하여 잘 있는지 묻고, 힘내라고 이야기하고, 커피 쿠폰 보내고 하는 제 모습이 너무나도 괴롭고 초라하며,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내과 전공의들은 내과라는 과목을 선택하면 앞으로 힘든 길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면서 선택을 한 의지 있는 친구들입니다. 제가 내과를 선택할 때 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내과를 선택한 것이지요. 그 의지 있는 아이들을 정부는 재정이나 세부 계획이 서지도 않은 필수의료패키지라는 것을 들고 나와 병원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이제와서 각 항목에 대한 위원회를 만들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의료정책이 무슨 F1 레이스 인가요? 자동차 경주도 그런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학과 병원을 자신의 입지 상승을 위한 디딤판 정도로 여기는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은 의학교육과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는 1도 없이 정부에 아부하여 49명의 정원을 가진 의과대학을 하루아침에 200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한 시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는 총장을 통하여 부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의과대학 4호관을 2025년 2월 부터 2029년 1월 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서를 하루만에 만들어 의대학장에게 송부하고 하루만에 그 안을 채울 의학교육 기자재 리스트를 완성하라고 압박합니다. 충북대학교 총장은 3년이면 직을 벗을 테지만 그때에는 만신창이가 된 교수들과 의대생만 남아, 양질의 교육은 커녕 졸업장에 직인을 찍기도 힘든 학장실만 바쁘게 될 것이 뻔합니다. 학생이 네배가 되면 당연히 병원의 입원환자가 현재의 네배 즉 충북대학교병원은 3200병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충분한 의학교육, 지금과 같은 충실한 의학교육이 됩니다. 총장이나 도지사는 내 임기동안 신입생 받고 의예과 학생 교육할 200명 들어가는 강의실 하나 지으면 된다 이런 무책임한 짓만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우리 병원의 심장이식과 우리 아이들 잘 가르쳐서 지역의료의 충실한 간성이 되게한다는 제 꿈은 이번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로 산산조각이 되었습니다. 제 가슴에 품은 한 조각의 붉은 마음과 같은 두 가지의 꿈은 이제 헛된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혼란한 판에서 입을 쳐닫고 총장과 도지사에 아부하여 자신의 입지 향상을 노리는 인간들이 제 곁에 존재한다는 현실이 더욱 저를 견디기 어렵게 합니다. 

한달간 제 신변을 정리하고 제가 모시던 외래 환자분들을 적절한 곳에서 치료를 지속하여 받으실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남은 기간동안 여전히 응급환자 보고 중환자실 병실 당직하고 학회 활동 열심히 하고 달리기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난 20년을 생각하니 다 한 번 제 곁을 지나간 바람같습니다. 이런 노력이면 스스로도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있었던 곳에 대한 미련은 없을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배장환 올림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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