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강화대책 10월, 11월에 이어 다시 12월로 늦춰져...분과별 경쟁에 복지부도 고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약속한 필수의료 대책이 12월 발표로 재차 연기된 가운데 공공정책수가 및 필수의료 인력 확충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필수의료'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워 특정 질환 및 분야에 대한 지원정책이 의료계 내 잡음이 생기는 가운데, 정부도 빠르게 대책을 발표하는 데 고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료계는 실질적으로 의사들이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원인인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 우려를 불식시켜 줄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인들이 고위험, 고난이도 필수의료 분야에서도 소신진료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에서 의료인을 구제할 수 있는 '의료사고 특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필수의료 지원책, 결국 파이 나누기?…분과별로 경쟁 발생에 복지부도 '고심'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10월, 11월, 다시 12월로 필수의료 강화대책 방안 발표 시기를 늦췄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의료계와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의료계와의 협의체'는 물론 26개 학회 간담회 등을 통해 필수의료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그 해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복지부의 필수의료 강화 방안은 공공정책수가와 의료인력 강화다. 빈도는 낮으나 위험도가 높아 기피되는 고위험·고난도 기피 분야에 수가를 도입해 의료 인프라를 회복하고,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의대생-전공의-전문의 등 단계별로 의료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안에서는 '필수의료'가 아닌 의료는 없다는 명제 하에 '필수의료'라는 이름의 파이를 놓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전문학회 간담회를 실시하는 과정에서도 특정과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발생했고, 영역이 중복되는 학회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특정 질환 및 세부 과목에 대한 지원 강화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정부도 이를 중재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책이 특정 분과로의 쏠림 현상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며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대책안 발표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험 분만 기피 이유 1위 '의료사고 우려'…필수의료 제반환경 만드는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부터
이에 의료계는 모든 필수의료 제반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의료사고 특례법은 이미 수 차례 국회에 제안이 됐던 법안으로 법안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면에 나서 법안을 발의하는 데 부담을 가지면서 법안 발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칭)의료사고 특례법'은 의료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제외한 정상적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이다.
의료계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같이 고의 또는 중과실에 대해서만 명확한 처벌 기준을 명시하고, 그 외의 사고는 특례로 정함으로써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처벌을 줄이고 환자에 대한 피해구제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주저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분만 중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문제이며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해결 및 분쟁은 의료기관에서 책임지고 있어 이에 대한 국가적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에도 이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9년 7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전국 산부인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공의 응답자 159명 중 31%는 분만을 하지 않는 봉직의로의 취직을 희망한다고 답했는데, 분만 시 우려되는 문제 1위로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았다. 이 응답률은 92%에 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도 "의사는 신이 아니기에 사람의 영역을 넘어선 불가역적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의사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국민에게 꼭 필요한 필수분야 의사는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짐을 덜어야만 필수의료, 중증의료를 하는 의사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협은 복지부와의 실무협의체를 통해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등 법적분쟁 분담 해소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김 홍보이사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필수의료가 국민적 이슈가 되면서 국회도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에 의사협회가 의지를 갖고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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