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24 06:44최종 업데이트 23.07.2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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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의료계 파급력 클 것" vs "AI보다 값싼 전공의 있는데?"

연세의대 융복합의료기술센터, 생성형AI 심포지엄 개최…"의료분야 생성형 AI 평가할 방법도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생성형 AI 열풍이 전 세계를 뒤흔들면서 의료계의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21일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열린 연세의대 의료융복합센터 심포지엄에 참여한 의료계, AI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생성형AI, 이미 의료현장서 활용 중…생산성 높이고 환자예후 개선 가능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은 “생성형 AI의 등장은 인류가 불을 발견한 것과 비견할 정도의 사건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생성형 AI가 인력을 갈아 넣어 운영되는 지금의 의료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미 생성형 AI의 의료 현장 도입은 시작됐고, 향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음성인식 솔루션 기업 뉘앙스(Nuance)의 서비스가 미국 1위 EMR업체인 에픽시스템즈(Epic Systems)의 EMR 시스템에 탑재되고 있는 것을 그 사례로 들었다.
 
뉘앙스의 닥스 익스프레스(DAX Express)는 의사와 환자 간 대화를 실시간 녹음하고 GPT-4를 통해 임상 노트(Clinical note)로 변환하는 서비스다. 의사가 문서 작업에 들여야 하는 수고를 덜어 환자에 더욱 집중하게 해준다.
 
나 소장은 “현재 해당 서비스는 무료로 시범 운영되고 있고, 가정의학과를 비롯해 여러 의사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고 그 파급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만큼 강할거다.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정규환 교수는 그간 의료현장에서 놓치고 있던 정보들을 생성형 AI가 채워주면서 궁극적으로 치료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그간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이뤄진 의사소통이나 행위들 중 상당수가 정량화되지 않았는데, 그런 것들이 정량화되고 자동화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수술의 경우도 지금은 수술중에 일어나는 일이 정량화 되고 있지 않다”며 “(생성형AI를 통해) 그런 부분들을 채워주면 결과적으로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데 중요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1일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생성형 AI를 주제로 연세의대 융복합의료기술센터 심포지엄이 열렸다.

'기형적' 국내 의료시스템서 병원들 AI 도입 쉽지 않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심규원 교수는 “기형적인 국내 의료시스템”을 고려하면 생성형 AI가 근시일 내에 의료현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심 교수는 “뉘앙스의 서비스가 하는 일은 한국에선 전공의에게 시키는 게 훨씬 싼 게 현실”이라며 “병원에서 큰 돈을 들여 시스템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또, 자신이 AI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고 소개하며 “개발비에 1000원이 들었으면 개발자 입장에선 3000~4000원 정도는 벌어야 업데이트라도 할텐데 우리나라에선 오히려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을 책정 받는다”며 “열심히 한 개발자 입장에선 기운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 입장에서도 바쁜 와중에 굳이 새로운 걸 공부해서 쓸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한 이런 상황에서 당장 (생성형AI)가 의료현장에 큰 임팩트를 줄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병원들, 특정 기업 서비스에 의존하진 않을 것…​AI '설명가능성'도 중요
 
향후 의료기관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제공하는 하나의 서비스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이 공감대를 이뤘다.
 
카이스트 AI대학원 최윤재 교수는 “2~3년 내엔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론 모든 병원들이 약간의 돈을 들여 특정 기능을 하는 LLM(거대언어모델) 여러 개를 사용하지 않겠느냐”며 “기업들은 제품을 팔아야겠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기업들에 끌려다니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군호 소장도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사용하는 용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쓰는 모델이 다를 수 있다. 각 전문과별로도 그럴 것”이라며 “그렇게 세분화하다보면 모든 부분을 한 업체가 대응하기는 어렵다. 결국 커스터마이징하면서 각 기관의 니즈대로 갈텐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생성형 AI 등장에 따라 당장 2년 내에 의료계가 대응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최윤재 교수는 “의료 분야에 한정된 애기는 아니지만 현재 생성형 AI는 신뢰성 등 여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며 “이 모델이 쓸만한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건 의사국시나 USMLE가 될 순 없고, 그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AI용 평가, 시험 체계 등이 만들어질텐데 얼마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준다면 현실적인 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AI 기업 뉴로핏의 이기정 이사는 “평가 필요성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인데 AI의 설명가능성 문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들을 설득해 AI를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하려면 이들이 받아온 의학 지식에 부합하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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