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27 07:27최종 업데이트 23.04.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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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외면하는 의료 AI…“수가보다 사용성 확보가 우선”

카카오브레인 배웅 CHO "사용성 높이고 초거대 AI 활용해 데이터 선순환 시스템 구축"

카카오브레인 배웅 CHO.
카카오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의료 인공지능(AI)
카카오벤처스는 그동안 투자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중 의료 인공지능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 데이-의료인공지능' 편을 마련했다.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사, 미디어가 한 곳에 모여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한 의견을 함께 나누고,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①의사들이 외면하는 의료 AI…“수가보다 사용성 확보가 우선”
②디지털 헬스케어 투자 포인트, 선별 진단이나 치료의 '가치 입증'
③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AI회사들...치매 환자 선별하고 응급환자 질환 예측하고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수가보다는 고객의 사용성에 더 집중하겠다.”

카카오브레인 배웅 최고헬스케어책임자(Chief Healthcare Officer, CHO)는 26일 서울 강남구 루닛 스퀘어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 데이’에서 의사들의 의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활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현재 카카오브레인은 헬스케어 분야와 관련해 초거대 AI 기반 흉부엑스레이 판독 및 판독문 초안 작성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 AI 활용 ‘저조’…사용성 제고에 집중해 돌파

배 CHO는 아직 의료 현장에서 의료 AI의 활용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사들의 의료AI 사용을 늘리고 지불 의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수가와 사용성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가와 사용성 둘 다 잘 되면 좋겠지만 하나에 집중을 해야 한다면 개인적으론 사용성을 꼽겠다”며 “우리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수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풀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객이 잘 사용해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고객의 사용성 확보가 핵심”이라며 “고객의 사용성에 집중했을 때 사업이 더 확장성있고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CHO는 고객 사용성 극대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로 뉘앙스(Nuance)를 예로 들었다. 뉘앙스는 지난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22조원을 들여 인수한 음성 AI 기업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의료영상 판독 소견 등의 각종 의료 데이터를 자동으로 데이터화 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배 CHO는 “뉘앙스의 제품을 전 세계 영상의학과 전문의 4명 중 3명이 즐겨 사용하고 있다. 수가가 없는데도 사비를 들여가면서 사용하는 이들도 꽤 많다”며 “수가가 없더라도 사용성만 충분히 확보되면 시장이 크게 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뉘앙스의 헬스케어 부문 매출이 약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초거대 AI’로 데이터 선순환…“수가 획득까진 10년 이상 걸릴 것”

의료 AI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 선순환 과정에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초거대 AI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까지는 의료 AI에게 의료영상을 학습시키기 위해선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업무 과정에서 별도로 레이블링을 해야했다. 의사들 입장에선 기존 업무흐름을 깨는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해 번거로울 수 밖에 없었고, 의료 AI 기업들도 데이터 확보와 레이블링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했다.

반면 초거대 AI의 경우 의사들의 기존 업무흐름을 깨지 않고도 데이터 학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게 배 CHO의 설명이다. 초거대 AI는 흉부 엑스레이 영상과 그 영상에 대한 의사의 판독문을 짝짓는 방법만으로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레이블링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흉부 엑스레이 이미지와 의사의 판독문을 학습한 AI가 초안 판독문을 내놓으면 의사가 피드백을 줄 수 있고, 피드백을 통해 AI는 더 발전하게 된다”며 “이렇게 데이터 선순환이 돌게 되면 의사의 만족도와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게 결국은 의사들을 락인(Lock in)시키고 지불 용의를 극대화하는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카카오브레인은 현재 해외에서 데이터 선순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처럼 사용성을 제고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사용을 늘리고 데이터 선순환이 이뤄지게 한다면 수가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배 CHO는 “처음에 고객이 사용을 많이 해야 데이터와 피드백이 쌓이며 AI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데이터 선순환이 이뤄지며 유의미한 소프트웨어가 된다면 그 때는 수가를 논의하는 단계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객이 사용해준다는 건 리얼월드 에비던스(Real Workd Evidence)가 쌓인다는 의미다. 수가를 먼저 받기 위해 돈을 들이기보다는 고객이 사용하게 만들고, 거기서 나온 리얼 월드데이터를 통해 의료 AI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입증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실제 수가까지 받으려면 10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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