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4.07 07:01최종 업데이트 22.04.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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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레지던트, 성적 부족해도 원하는 전공과 갈 수 있는 꿀팁은?

[새내기 인턴·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 성적 이외 평판·업무 관련 열정도 중요…'빅5' '지방병원' 장단점은 엇갈려

새내기 인턴·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 
3월은 전공의들의 새로운 업무가 시작되는 달이다. 3월에는 대학병원에 가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의사면허를 막 딴 새내기 의사들은 인턴 과정을 시작하고, 인턴을 마친 2년차 의사들은 각자 지원한 전공에 맞춰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이들이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면 좌충우돌을 경험하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심지어 며칠도 지나지 않아 전공의 중도포기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전공의 과정을 막 마친 선배 의사들로부터 새내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를 마련했다.

새내기 인턴, 교과서 아닌 효율성과 사회성이 최대 무기
새내기 레지던트,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 
③예비 전공의, 성적 부족해도 원하는 전공과 갈 수 있는 꿀팁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1년 간의 인턴 생활을 끝내고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변화는 상당히 많다. 특히 병원과 전공과 선택을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뒤 어느 진로를 결정해야 할지 등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전공의를 거쳐 간 선배 의사들은 전공을 정하기 쉽지 않다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 맞지 않는 과부터 하나씩 소거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또한 선배들은 소위 빅5라고 불리는 대형병원과 지방병원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남들을 따라가기 보단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향의 선택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많은 예비 전공의들의 관심이 쏠리는 전공의 지원에 대해선 성적이 중요하긴 하지만 성적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선배 의사들은 강조한다. 성적 이외 평판이나 업무에 대한 열정, 가치관 등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평소 해당과의 교수, 레지던트, 간호사들과 원만한 관계,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면 성적이 좀 떨어져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차별로 유의해야 할 점도 다르다. 선배 의사들은 레지던트 1년차엔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기로 많은 스트레스가 동반되기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2년차부턴 의료행위에 대한 학문적 근거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가질 수록 좋고 3~4년차 땐 전문의 취득 후 진로를 메인으로 일의 우선순위를 설정해 보는 것도 좋다. 
 
다음은 처음 겪는 레지던트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선배 의사에게 듣는 예비 레지던트 생활 꿀팁 일문일답이다. 
 
사진 왼쪽부터 박지용 이대목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남우주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나종헌 건양대학교병원 내과 전문의, 유호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Q. 예비 레지던트들이 현장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박지용 이대목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당연한 얘기지만 인계를 잘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원내 레지던트 픽스가 됐다면 1년차엔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배우고 사실 가르쳐주는 1년차 입장에선 가르치면서 일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인계를 열심히 해주는 선배 연차가 있다면 그것도 감사하게 생각하는게 좋다.
 
남우주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인계다. 인계장에 나온 내용을 실제 병동이나 외래, 수술실에서 미리 인계를 받고 숙지해놓는 것이 가장 좋다. 현장에서 인계를 받기가 어렵다면 인계장을 많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뜬 구름 잡는 소리여도 일을 시작하고 나면 '아 그말이 그말이었구나' 하면서 바로바로 적용될 것이다. 원외턴이라면 반드시 해당병원의 구조 및 동선을 미리미리 파악해두고 필요한 전화번호는 미리 콜폰에 저장해 놓는 것도 필수다.
 
나종헌 건양대병원 내과 전문의 인수‧인계를 성실히 주고받아 기본적인 업무를 숙지하는 것과 간단한 것이라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상급연차 레지던트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턴으로서는 4~8주 간격으로 업무가 바뀌는 것이 스트레스일 수 있겠으나 해당 의국‧병동도 매번 바뀌는 인턴 때문에 업무가 헝클어지면 그만큼 불편하다.
 
‘수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일’을 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본인이 맡은 바를 이행하려면 인수‧인계받을 때뿐 아니라 수시로 원래 이 의국과 병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숙지하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인계장에 담겨있지 않은 이벤트가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본인이 잘 대처하지 못하면 무조건 물어보고 한 번 배운 것은 노력해서 반드시 숙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호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자신만의 인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망이 막혀있다면 USB 등으로, 외부망이 연결 가능하다면 구글 독스 등을 이용해 병원 내 전화번호, 워크플로우(workflow), 프로토콜(protocol), 처방 시 주의사항 등을 체계화해 기록하면 좋다. 처음부터 다 잘할 수는 없으나, 지적을 받는 것과 쌓이는 지식 등은 기록으로 반드시 남기도록 하는 것이 좋다. 추가적으로 핸드폰 통화 등은 항상 녹음을 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처방 등 책임소재나 커뮤니케이션 부재 등이 현장에서 분쟁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Q. 전공과를 고민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유호준 포괄적인 지식을 좋아하거나 질병의 일차예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가정의학과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진단명을 다 배제한 뒤 마지막에 내리는 배제진단명처럼 전문과목 중 하나도 끌리거나 가고 싶은 과가 없을 경우, 선택하면 좋은 결정이 되는 과가 가정의학과이다. 특히 최신 IT 트렌드에 관심이 많거나 수학과 과학을 잘하던 의사라면 가정의학과에도 끌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남우주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전공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당장 근무하게 될 병원, 지역, 병원 선후배와 동료들 그리고 전문의를 취득하고 나서의 삶의 방식 등 아주 포괄적인 문제다. 우선 첫 번째로 죽어도 못할 것 같은 전공을 제외(r/o)하도록 하자. 의사들에게 r/o 하는 삶의 방식은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정말 중요한 방법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하고 싶은 전공과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할만한 전공으로 나뉘게 된다.
 
그다음 성적에 따라서 합격이 가능한 과와 불가능한 과로 다시 나눠보자. 본인이 원하는 것이 병원의 네임밸류인지 아니면 산간‧오지를 가서라도 하고 싶은 전공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이렇게 하고 나면 장담하건데 정말 많으면 3개 정도의 전공만 남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기준(criteria)은 주변에서 거의 말해주지 않는 부분인데 전문의 취득 후 본인의 스타일이 대학에 남아 교수를 할 것인지, 봉직의가 적성인지 아니면 개원해서 비즈니스를 할지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가령 이비인후과의 경우 봉직 자리가 절대적으로 적고 급여의 상한이 명확한 전공이어서 99%는 개원하는 원장이 된다. 마음 편하게 출퇴근만 하면서 봉직을 원하는 사람은 개원이 주요 진로인 전공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인턴 후 전공과를 정하는 것은 고3 수험생이 대학 전공을 정하듯이 하면 안 된다. 돌이킬 수 없고 평생 안고 가야 하며 취향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종헌 물론 본인이 배우고 싶은 분야를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혹시 수련 과정이나 그 후의 생활이 녹록치 않다고 해도 후회가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지난 몇 년간 의료계를 지켜본 이들은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의사로서의 삶도 결국 하나의 인생이고 현실이기에 소명감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보도 없이 하는 소신 지원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나와 내 주변을 보면 하고 싶은 과가 명확하다면 그 과에서 실제로 수련받고 자격증을 취득 후 어떤 의료를 행하며 사는지 간접경험으로라도 겪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고 싶은 과가 불명확하다면 ‘이것만은 못하겠다’하는 과를 하나씩 빼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박지용 원내 전공의 대표를 하며 본4, 인턴들과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의대생, 인턴과 레지던트들의 생각과 가장 큰 차이는 인기과인지 비인기과인지였다. 하지만 전공의를 겪어본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적성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보다 내가 잘 하는 것을 해야 재미있다. 결국 내가 전공과를 선택하면 내가 그걸 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Q. 각 과별로 유의해야 할 점과 특징이 있다면?
 
나종헌(내과) 내과를 수련하면서 각자 느끼게 되는 바가 다르겠지만 바이탈을 다루는 과인만큼 환자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위 말하는 ‘옵저(observation)’를 하기 위해서도 나름의 근거가 필요하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수련 기간이 3년이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어느새 지나가는 시간인데, 3년 차 때 전문의 시험 준비와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유호준(가정의학과) 입원환자가 없고 외래만 있기 때문에 외래 전 기록 프리뷰 등(preview, audit)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국 세미나가 주 5~10회 정도 있고 발표를 많이 하기 때문에 논문, 케이스 등의 핵심적인 내용 파악과 제대로 된 전달능력이 중요하다.
 
잦은 파견으로 인해 파견지에서 겪는 고충, 불합리함, 차별 등도 존재한다. 비슷한 실수여도 더 혼나는 경우도 있고 타 병원 파견의 경우 수당이나 복지혜택의 차등이 존재하기도 한다. 가정의학과 파견을 받아주는 것 자체도 쉬운 결정은 아님을 인지하고 최대한 배울 내용을 얻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3년차만 되더라도 병동 주치의를 맡을 기회는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그때가 아니면 배울 기회가 이후에 없을 수도 있다.
 
박지용(신경외과) 신경외과의 특징은 단연 병원에서 제일 바쁘다는 것과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다.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신경외과는 그 차이가 심하다. 문제는 결과가 나빴을 때 보호자들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지 의료진의 잘못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주치의가 설명을 제대로 안 해주면 의사 잘못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반면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도 설명을 잘하면 오히려 감사했다는 인사를 받기도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 과인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경외과, 특히 저년차는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보호자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남우주(이비인후과) 대부분의 마이너 수술 전공과가 그렇듯 이비인후과 역시 의국원은 물론 교수들 모두 성격이 꼼꼼하고 디테일하기 때문에 본인이 대충대충 일하는 스타일이라면 적응하기 힘들다. 또한 외래환자가 매우 많고 잡무도 많기 때문에 빠릿빠릿하게 일하지 않는다면 섣불리 지원했다가 스스로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외래환자를 보는 동시에 수술실 어레인지도 하고 응급실환자도 볼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면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적당히 꼼꼼하고 손이 빠름과 동시에 빠릿빠릿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무난하게 수련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후회만 가득한 4년이 될 수 있다.
 
Q. 레지던트 지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한 팁이 있다면?
 
박지용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데. 결국 눈치 보고 남들이 몰리지 않는 곳에 지원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경쟁이 몰려도 끝까지 버티다 보면 다들 지원율이 낮은 과로 돌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소위 박치기(끝까지 경쟁)로 가서 우르르 떨어지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나종헌 병원마다, 과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인턴성적(특히 시험성적보다는 인턴으로서의 평가)과 자신에 대한 지원 의국의 평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다만, 함께 일하기 ‘좋은 인턴’과 ‘더 좋은 인턴’의 경쟁이라면 애매해지는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나머지 합산점수가 비슷해 시험성적으로 레지던트 지원 합격자가 결정되는 일도 있어서 본인과 함께 지원한 인턴 동기들에 따라 시험성적도 신경 써야 할 경우도 있겠다.
 
유호준 대형병원일수록 정성적인 것 보다 정량적인 것의 비중이 높다. 특히 전공의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 영어점수도 가산점에 포함되며 당락 결정이 1-2점 차이로 이뤄지는 만큼, 반드시 고득점 기록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인턴성적의 경우, 동기들과 같이 근무하는 경우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병동 간호사의 피드백 역시 인턴성적을 주는 데 활용된다. 악용의 소지가 있고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지만 현재로선 주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다.
 
남우주 모든 인맥을 동원해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과에 본인이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이 가장 좋다. 대학원서처럼 기회가 세 번이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본인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상이 팍팍해지면서 자신의 내신성적이나 국시 등급을 허위로 말하면서 연막작전도 많이 한다.
 
다른 지원자의 인턴성적이나 평판, 학부 성적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본인의 위치가 파악이 된다. 가능성이 너무 떨어지면 돌리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전공의 시험을 잘 볼 자신이 있다면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시험성적을 기준으로 한 공정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사전 어레인지를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시험성적으로 뒤집은 케이스는 적지 않으며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레지던트 지원 시, 모든 인맥을 동원해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과에 본인이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Q. 성적이 안 좋아도 원하는 병원·과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유호준 성적이 중요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해당과의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해당 과에 대한 열정을 충분히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너외과 계열의 경우 정량적인 부분보다 이 열정과 평판의 부분을 더 중요하게 보는 의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종헌 성적이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자신에 대한 지원 의국의 평가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그런데도 어려운 경우가 있을 텐데 ‘특정 병원의 특정과’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과’를 원하는 것이라면, 생각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수 있으니 정보를 모아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남우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혼란을 피하기 위한 가을철의 사전 어레인지는 모든 과에서 필수였다. 9등급의 인턴도 동아리 연줄과 술자리 쇼맨십, 공부는 못해도 일 잘하고 눈치 빠른 사람으로 어필하면 흔히들 ‘과탑’만 갈 수 있다고 생각하던 인기과에도 입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공정이 이슈가 되면서 대학교수님들도 사전 어레인지를 꺼려하시고 병원 차원에서도 전공의 시험을 통해 끝까지 경쟁하는 것, 소위 '박치기'를 권장하고 있다. 성적이 안 좋으면 원하는 병원의 원하는 과를 갈 수 없다. 성적이 좋지 않다면 병원 혹은 전공 둘 중에 하나만 골라서 집중공략 하는 것이 좋다. 둘 중에 하나라도 택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박지용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모든 학생, 인턴 선생님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성적은 굉장히 중요하다. 평판과 업무능력이 탁월한데도 성적에 밀려서 원하는 과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하지만 성적이 안 좋아도 원하는 병원이나 과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경쟁자보다 성적이 좋아야'하는 것이다. 인턴에 비해 레지던트 티오(TO)가 좋아서 레지던트 경쟁이 덜 치열한 병원에 지원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고 이게 안 된다면 정보력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알고 있는 인맥을 총동원해 내가 지원해 볼만 한 좋은 의국을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졸업하고 바로 공보의를 했는데 이때 친해진 다양한 학교 출신의 전문의, 일반의 선생님들 덕분에 3년간 다양한 정보를 접한 것이 도움이 컸다.
 
Q. 빅5병원 혹은 자교에 남았을 때 장단점은 무엇인가?
 
유호준 빅5가 자교인 경우이지만 다른 곳에서 빅5로 온 선생님들을 생각하면서 답하자면 장점으로는 서울 시내라는 좋은 위치, 합리적인 근무 시간, 어느 정도 열려있는 피드백의 창구 등이 있다. 단점으로는 동기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지지적 관계 형성에 있어 초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병원의 구조, 근무행태, 병동 분위기 등이 낯설고 물어볼 선배들이 없어서 스트레스가 더 있을 수 있다.

남우주 빅5병원에 갔을 때의 가장 좋았던 점이 뭐냐고 물으면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노예를 해도 대감집 노예가 낫다.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의 시스템과 의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접해볼 기회는 전공의 혹은 나중에 환자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
 
자교에 남는 경우 가장 좋은 것은 병원의 모든 사람이 구면이라는 점이다. 협진을 요청할 때도 전화 받는 사람이 동아리 선배거나 기숙사 룸메이트 형이다. 결국 병원 일이라는 것은 모든 것이 사람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자교에 남으면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굉장히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있다. 본인이 학생 및 인턴 기간 동안 평판을 잘 쌓아온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데 수월하다.
 
박지용 나는 빅5병원이 아닌 타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했다. 그래서 타교와 자교를 비교하자면 모든 학교의 공통적인 차이는 아무래도 학생 때 쌓아둔 인맥이 있는지 여부의 차이인 것 같다. 타교에서 일할 때의 고충은 많다. 당장 인턴 시작할 때, 턴표를 받고 서로 턴표를 교환할 때도 타교 출신은 어느 과가 힘든지 어느 과가 유리한지도 모르고 점수를 어떻게 주는지도 알기 힘들다.
 
본교 출신은 이런 부분에서 유리하고 또 전공의가 돼서도 선배나 이후 들어올 후배들과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크다고 본다. 반면 큰 병원에서 일할 때의 장점이라면 아무래도 친척들이 입원했을 때가 제일 크다고 본다. 타과에 입원해도 같은 병원 전공의가 잘 봐달라고 부탁 한마디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교수님께서 회진 때 잘 해주겠다고 말 한마디라도 해주시는데 그게 실제로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환자 입장에선 마음의 위안이 큰 것이 사실이다. 사실 주치의에게 바라는 것 중 하나가 마음의 위안을 받는 것도 있지 않나.
 
나종헌 나는 자교에 남았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남들보다 힘들어하고, 수련병원이 해당 지역에선 나름의 역할을 다하고 있어 수련에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였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익숙함이다. 병원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시간이나 노력이 비교적 적고 동기나 선후배 간의 정신적 지지도 도움이 많이 됐다.
 
비슷한 이유로 아무래도 타과로의 접근성이 매우 좋아 협진이 수월한 것도 장점이고, 교수님들도 거의 아는 분들이기 때문에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찾아뵙고 여쭙고 옆에 앉아 배우기도 수월하다. 단점은 케이스의 다양성이다. 병원의 능력 여하를 떠나 환자나 보호자의 생각과 여건에 따라 빅5병원으로 진료를 옮기는 환자들이 많아서 진단과 치료과정을 직접 겪지는 못할 때가 있었다.
 
Q. 전공의 연차별 특징과 연차별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남우주 우선 1년차는 무사히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능력과 여유가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정신없이 보내기 때문에 큰 사고를 내지 않고 무사히 넘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혼나더라도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혼내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지, 질문하는 사람은 정상이다.
 
2년차부터는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것의 학문적 근거를 알고 행한다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 공부를 조금씩 해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인턴과 1년차 때 잃어버렸던 인간으로서의 삶을 되찾는 것도 중요하다. 퇴근 후에 취미생활을 시작해도 좋고 연애를 하면 전공의 생활에 더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퇴근 후 육아를 해야한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3, 4년차 때는 전문의 취득 후 진로에 따라 할 일을 정하는 것이 좋다. 교수 생각이 있다면 대학원을 미리 다니고 논문도 열심히 써 놓으면 큰 도움이 된다. 개원 혹은 봉직 시장에 나간다고 하면 전공의 시절의 지식이 평생 간다. 마지막 공부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일과시간에는 틈틈이 공부해보는 것도 좋다.
 
유호준 1년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연차이다. 일반 기업에 가더라도 분위기‧업무 적응에 가장 힘든 연차가 1년차다. 이 가운데 성격이 날카로워지고 화를 잘 내기 쉬운데 스트레스 관리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나는 집에 홈짐을 꾸려서 크로스핏이 가능하도록 설치했다. 먼 파견지의 경우 무조건 자가용으로 이동해 시간을 아꼈다. 본인에 대한 피드백이 오면 지체하지 않고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박지용 1년차 때는 다른 과에 도움 받을 일이 많다. 업무량도 제일 많고 무엇보다 활동 영역이 제일 넓기 때문이다. 활동 범위가 넓은 만큼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도 많다. 따라서 여러 부서의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들과 친하게 지내야 할 필요가 있다. 친해져놔야 각 부서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고, 받아줄 수 있는 부탁을 하기 쉬워진다. 2년차부터는 사실 1년을 겪으면서 각 병원에 있는 분들이 나보다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언급하면 아랫연차가 나보다 일을 못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나종헌 공통된 부분을 생각해보자면 1년차는 과를 불문하고 힘들다. 하지만 주 80시간이 시행된 후로 본인의 시간이 생각보다는 많이 확보된다. 그 시간 동안 부족한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 관리라고 생각한다. 치프 때를 돌아보면 가장 아쉬운 것이 아랫연차 교육이다. 알려주는 것이 훌륭한 공부 방법인 것을 알면서도 내 공부 하기가 너무 바빠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각 과와 의국별로 각 연차에게 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니 그것을 숙지하는 것이 최우선이겠다.

Q. 전공의 수료 이후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유호준 나 또한 고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수시로 바뀌는 진로 고민으로 인해 명확한 답을 주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학생이나 인턴 때 보다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내가 어떤 관점을 갖고 있으며, 내가 어디에 어울리는지에 대해 더 선명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학교에 있다가 제약회사로 옮기는 의사들도 있고, 스타트업으로 가는 의사들도 있는 것을 보면 교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본인의 진로를 좁은 틀에 가두지 않고, 유연한 관점을 가지고 어떠한 것도 가능하다고 마음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우주 대학에 남을지, 봉직을 할지, 개원을 하고 싶은지, 혹은 사업 등 완전 다른 일을 하고 싶은지 정도는 대략적으로 정해놓고 알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수련을 받으면 하루에도 천 번씩 생각이 바뀐다. '오늘까지만 일하고 내일은 진짜 사직해야지'라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던 1년차 시절이 있었다. 전문의 이후에는 몇 가지 선택밖에 없기 때문에 수련을 받으면서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다. 너무 고민하지 말자. 당장 내일 있을 컨퍼런스와 수술준비가 더 중요하다.
 
나종헌 본인도 마찬가지고 우리 세대 치고 진로를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으니, 지속해서 고민하고 겪어보고 다양한 분야의 선후배들과 소통하는 것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남우주 나도 그랬지만 병원의 규모와 관계없이 서울과 지방 사이에서 그 자체로 고민하는 후배들이 굉장히 많았다. 개인적으로 서울과 지방으로 나누는 요소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결혼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방으로 내려갈 경우 남녀 상관없이 배우자를 고르는 풀(pool)이 굉장히 한정됨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나 전문직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지역에서 연인을 만나는 경우도 있고 주말마다 열심히 상경해서 주말 데이트를 하고 오는 친구들도 많았다. 하지만 소개팅을 하든,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든 서울이 지방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배우자 풀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본인의 진로만큼이나 가정에 충실하거나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턴선생님들은 이 부분도 반드시 고려해볼 만 하다.
 
나종헌 수련을 받으면서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전공의 과정은 수련이지만 일이라는 생각에 더 힘들 때도 있었다. 과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인턴 선생님들 누구도 고민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내던지듯 포기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수련은 꽃길이 아니지만 지나고 나면 그 의미는 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유호준 고등학생, 대학생 때 생각한 의사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다르듯이 본과생 때나 인턴 때 생각하는 그 과의 모습은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근골격계 질환에 관심이 많아서 그 방면에 전문가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개발과 질방 예방에도 평소 꾸준한 관심이 있었고 이외 수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본인의 특성상 가정의학과가 정말 나와 맞는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본인에게 무엇이 맞는 것인지 본인이 제대로 모를 수도 있으며, 다수의 동료가 선호하는 과가 본인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지용 레지던트는 환자를 살리는 의료계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귀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업무환경이 열악하고, 부당한 일도 많아서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하지만 수년간 환자들과 함께하는 경험도 다시 겪기 힘든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1, 2년 차 때 보호자들과 나눈 대화를 적어둔 글을 보면 내가 이렇게 중요한 일을 했었구나 싶기도 하다. 물론 막상 지내는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일 것이다. 굉장히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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