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8.17 13:00최종 업데이트 18.08.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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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를 울려라…한의학의 과학화를 응원합니다"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9화. 아나필락시스 쇼크의 한방 치료법

최근 한 한의원에서 봉침 치료를 받은 환자가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개인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정 약물 등이 체내에 주입된 이후 급격한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생긴다. 이는 호흡곤란과 혈압 저하를 유발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정도로 무서운 부작용을 보인다.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응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피네프린’과 같은 전문의약품을 사용하겠다고 천명했고, 의학계는 반발하고 있다.
 
의료법상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방의료란 한의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에피네프린과 같은 전문의약품은 현대 의학적, 현대 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의학적 기전으로 에피네프린이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어떻게 작용될 수 있는지 전혀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쇼크의 원인은 단순 발작부터 아나필락시스 쇼크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를 제대로 감별하지 못한 상태에서 에피네프린 주입은 또 다른 위험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에피네프린으로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치료하려면 해당 반응에 따른 에피네프린 적용의 생리학적, 생화학적, 면역학적 기전 등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 습득이 필요하다. 쇼크의 신체 증상 처치법에 대한 수련도 필요하다. 사실상 이런 모든 감별 과정과 처치 과정을 익힌다면 현대의학을 통째로 배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와 진료 범위를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해진다. 

그러므로, 한의사협회가 한방 의료를 적절히 시행하려면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에피네프린을 사용한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 한의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질환에 대한 접근과 처치를 해야 한다.
 
2015년 국내 한의대 연구팀은 한국 전통 북소리가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전통 북소리는 사람의 심장박동 소리와 비슷해 생리적 흥분상태 및 교감신경계 활성을 통해 혈압, 심장박동, 신경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할 때 사망에 이르는 시간을 늦추는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소리 연구는 제대로 된 동물실험조차 거치지 않은 다수의 한약에 비하면 대단한 학문적 성취이자 과학적 발전으로 보여진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상태를 한의학적 원리로 접근해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한의학적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이런 과학적 발전을 토대로 한의학만의 아나필락시스 처치법을 속히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혹시 알겠나. 훗날 모든 의료기관이 북을 필수의료장비로 설치해 북의 사용권을 두고 의사와 한의사간의 다툼이 생길지도.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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