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티아: 연구 자율성의 산물
[메디게이트 윤영식 기자]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포닥(Post Doc)을 진행 중이던 1985년 제약회사의 문을 두드렸을 때, 그들이 대학보다 좋다고 던진 몇몇 미끼 중 하나는 연구의 자율성이었다. 인터뷰 때마다 회사 측에서는 박사학위 소지자는 근무 시간의 70%는 회사에서 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30%는 본인이 관심 있는 창의적인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86년 2월부터 쉐링플라우(Schering-Plough)의 '알레르기와 염증(Allergy & Inflammation)' 부서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보장해 준 연구 자율성 때문에 '포스포리파아제D(Phospholipase D)’ 라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며 이를 타깃으로 삼아 어세이(assay, 분석법)를 만들어 스크린도 할 수 있었다. 1987년에 머크의 '메바코(Mevacor)’가 첫 스타틴(statin)으로 시장에 출시되자 쉐링플라우의 심혈관 부서도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한 치료제 연구·개발을 2017.11.03
빅데이터와 보건의료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2006년 국립암센터 한 연구팀은 미국의 임상종양학회지(JCO: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암 진단 전 암 발생 위험인자(흡연, 음주, 비만, 당뇨)가 한국 남성 암 환자의 생존기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약 100만 명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국가건강보험공단연구(NHICS: National Health Insurance Corporation Study)라는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7년 동안 약 1만 4천 900명의 새로운 암환자가 발생했는데, 위험인자가 이들 암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조사했다.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흡연은 폐암, 간암을 포함한 모든 암의 생존기간에 악영향을 미쳤고, 과음(heavy drinker)은 두경부암과 간암에 악영향을 끼쳤다. 또 그 영향은 소비량에 비례했고, 혈당이 높은 위암 환자와 폐암 환자는 사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러한 대규모 2017.11.01
금단(禁斷)의 문을 열다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뇌는 우리 몸의 신비(神秘)한 기관이다.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기억, 학습, 언어, 사고와 같은 중요한 기능을 조절하는 중추 기관이다.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정상 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생명까지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뇌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장치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혈액-뇌 장벽(BBB: Blood-Brain-Barrier)'이다. BBB가 존재함으로서 혈액에서 돌고 있는 세균이나 병원균 같은 불순 물질이 쉽게 뇌로 들어오지 못한다. 뇌혈관은 체내 다른 혈관과 다르게 혈관내피세포 사이 공간이 거의 없이 조밀하게 이뤄져 있으며, 아교세포(glia cell)라는 비신경세포가 혈관을 둘러싸고 있어 혈액과 혈관벽을 통한 물질이동이 제한적이다. 이것이 BBB다. 뇌척수액이란 뇌와 척수가 잠겨 있는 투명한 액체로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들은 혈액이 뇌척수액으로, 뇌척수액이 혈액으로 바뀔 때 물질은 선택적으로 이동한다. 혈액과 뇌 2017.10.27
문재인 케어 성공열쇠는 '일차의료' 활성화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필자는 미국 한 의대에서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내과 의사이고, 환자의 상당수가 메디케이드 가입자이다. 지난 여름 어느 일요일 새벽 2시, 콜센터에서 84세 혼자 사는 흑인 할머니가 잠이 안 온다고 연락이 왔다. '헐, 어쩌라고'하며 속으로 생각했지만 심각한 건강 문제는 없는 걸 확인했다. TV나 라디오를 켜지 말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반대로, 필자는 최근 두 돌이 지난 딸이 갑자기 열이 나서 보호자 역할로 담당 주치의에게 금요일 밤에 연락했다. 이후 주말 당직인 소아과 주임교수가 토요일 오후까지 두 번 더 전화로 상담을 해줬다. 그는 딸의 질환이 편도선염이라고 진단하며 주말 동안 집에서 상비약을 먹이고 주중에 외래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보통 미국 일차의료 담당 의사들은 동료 의사들끼리 기간을 나눠 저녁 또는 주말에 환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상담 전화를 받는다. 일차진료 의사는 보험에 가입된 환자에게 연락을 받 2017.10.26
총액계약제, 허와 실
논란의 시작 지난 13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 김상희 의원은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 건보재정 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대만에서 시행중인 총액계약제를 참고해야 한다, 총액계약제를 포함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위한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폭이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기획재정부, 보건사회연구원 등 정부기관과 수많은 의료전문가가 되뇌었던 내용이지만, 이제야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인지하는 듯하다. (알고도 일부러 말 하지 않았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혁과 약제비, 치료재료비에 대한 인하 등 다양한 제안이 국정감사기간동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향후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의료인과 의료관리학자, 정부와 국민, 즉 우리 모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아무 2017.10.23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로 진단
문재인 정부가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로 '치매국가책임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인지기능 등 이상행동 및 심리 증상(BSPD: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이 심해서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환자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충될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통해 단기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치매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치매 치료제는 남아있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유지하도록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물들이다. 또한 치매에 동반하는 이상행동 및 심리증상 등의 조절을 위해서는 환경요인이나 정서적 지지등의 비약물적 치료법을 적용하거나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기존 항정신성 약물 치료법 등이 적용되고 있는 정도이다. 전세계적으로 4600만여 명이 앓고 있는 치매 치료법을 찾기 위해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연구와 치료제 개발 시 2017.10.20
헬스케어 AI 정책, 전문가 참여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My life in Boston 보스턴은 벌써 가을 색깔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뉴잉글랜드 지방의 가을 단풍은 미국에서도 아주 유명하고 많은 분들이 찾는 곳입니다. 가을 비가 내린 후에 따뜻하던 바람이 시원한 바람으로 바뀌어 불기 시작하면, 단풍이 예쁜 색깔과 특이한 향기를 품어내기 시작하면서 여름과는 전혀 다른 경치를 만들어 냅니다. 그 이후의 길고 힘든 겨울을 잠시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최근에 다녀온 타이완이 기억납니다. 그곳은 습도가 아주 높고 기온도 높아 양복을 입고 출장을 간 저에겐 힘든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경험하고 만난 분들로 지금도 가슴이 시원합니다. 'WCIT 2017(World Congress on Information Technology 2017)'이라는 모임에 초청을 받아 처음 타이페이에 발을 딛은 건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이었습니다. 새로운 도시로 출장을 2017.10.19
요양기관 강제지정 철폐가 답이다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지난달 의협에서 개최된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모 관리는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게 의료계에 유리한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자 체제인 만큼 건보공단의 권한이 막강해 계약을 빌미로 의료기관 솎아내기도 가능해진다"는 협박성 멘트에 이어 "특히 당연지정제 폐지가 실현 가능한 이슈인지 생각을 좀 해보라"는 지적까지 했다. 그동안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온갖 모순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인 강제지정 보험제도 통제 하에서 임종 선언만 남겨놓고 있는 의료계로서는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있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부가 보장성강화의 일환으로 소위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까지 밀어붙이는 형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의료계도 한국의료제도 모순의 원흉인 강제지정제 폐지를 최우선 당면과제로 삼아야 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온 듯하다. 헌법소원 등의 법률투쟁이던 배수의 2017.10.16
호스피스 이용 막는 연명의료결정법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이십년에 걸친 오랜 논의 끝에 호스피스 제도화 관련 법안이 2016년 초 드디어 국회를 통과해 올해 8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전담하는 병상을 갖춘 입원형 호스피스가 건강보험수가를 본격적으로 적용받기 시작했으며, 집에서 머무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가정형 호스피스와 호스피스 팀이 일반병동에 입원중인 환자를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문형 호스피스도 수가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대상 환자도 확대해 말기 암 환자뿐 아니라,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환자까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호스피스-완화의료 관련법의 미비가 한국에 호스피스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주요인이라고 생각해온 호스피스 관련 종사자들은 이번 법시행이 우리나라 호스피스 제도 운영에 큰 발전을 가져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법과 제도가 시행된 두 달도 안된 현재 호스피스에 직접 종사하는 의료진들은 말기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2017.10.12
줄기세포와 비타민C의 필연적인 만남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대한민국 국민처럼 줄기세포(stem cell) 지식에 능통한 국민이 지구상에 있을까? 아직도 이어지는 어느 교수님의 학습효과 때문에 유엔 회원국 줄기세포 학력고사를 치른다면 금메달이 틀림없다. 항산화제 비타민C의 중요성도 국민 모두가 안다. 줄기세포와 비타민C(Ascorbate)의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만남을 기술한 논문들이 최근 네이쳐(Nature)와 셀(Cell)에 동시에 발표됐다. 이렇게 소위 CNS(Cell, Science, Nature)에 거의 동시에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는 것은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혈중 비타민C의 농도에 따라 암 억제 단백질(Tumor suppressor protein)인 Tet2로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 hematopoietic stem cell, HSCs)의 숫자와 활동능력을 조절하고, 그에 따라 비타민C 농도가 줄어들면 줄기세포의 변화가 백혈병으로 진전한다는 내용의 논문들이다.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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