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4.25 10:21

[르포] 吳, 세운상가 철거 계획에…상인들 "그럼 어디서 장사하냐" 분통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22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장사동 세운상가. 상가 주변 신축 오피스텔이 올라가면서 철근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상가 내부에는 적막함만 흘렀다. 세운상가 상인들은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의 세운상가 철거 계획 발표에 "그럼 이제 어디서 장사하냐"며 흐린 날씨만큼이나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
지난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세운지구를 손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종묘~퇴계로로 이어지는 44만㎡를 재정비해 약 14만㎡의 녹지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원순 전 시장이 세운상가 보존 정책의 일환으로 건립하고 있던 공중보행로도 철거 예정이다.
이 일대 상인들은 오 시장의 발표에 한숨짓는 모습이었다. CCTV가게를 운영하는 유동연씨(64)는 "재개발 지역 상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한 상인들은 다 나가고 영세사업자들은 세운상가에 모여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씨는 "나도 인근 현대상가에서 일하다 상가가 철거되면서 이쪽으로 오게 됐다"며 "이제는 또 어디로 가야하냐"고 호소했다.



세운지구를 구성하는 임차인들의 보상문제로 세운지구 개발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 역시 소비자, 임차인 퇴거 문제로 공중보행로 철거까지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을 판매하는 한광철씨(53)는 "상인들에게 기본적인 보상을 해주거나 똑같은 업을 할 수 있도록 공간 마련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역시 "투자 문의가 평소보다 1.5배 정도 오는 편이지만 개발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한다"며 "임차인만 수백 명인데 보상문제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없는 상황이지 않냐"고 되물었다.
연속성 없는 정책에 피로함을 호소하는 상인도 있었다. 오세훈 시장은 이미 이전 취임 시절인 2009년 세운지구 재개발을 통해 녹지 공원 복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세운상가는 공중보행로 조성, 청년 창업지원 등 보존정책으로 전환됐다. 이번엔 오 시장 재취임으로 다시 개발정책으로 회귀한 셈이다. 한씨는 "자꾸 정책이 바뀌니까 나중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정책 현실화에 의문을 표했다.
한편 세운지구 개발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꼭 녹지 조성일 필요는 있냐는 의문을 표하는 상인도 있었다. 전자부품업 상인 최찬우씨(60)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상가에 변화가 필요하지만 세운상가다운 개발로 연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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