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지질영양제 투여 전 이미 패혈증 증상 나타나…사망원인 지질영양제 아닐수도"
바른의료연구소,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4번째 반박
"패혈증 초기 단계 증상 간과하고 패혈증 쇼크를 발생시점으로 잘못 판단"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이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패혈증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이 지질영양제 준비 단계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질병관리본부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에서 환아별 임상경과를 분석한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이는 질본의 역학조사는 물론 경찰 수사 결과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앞서 질본과 경찰은 환아 4명의 혈액배양검사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공통적으로 검출됐으며, 시트로박터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 사망원인이라고 밝혔다. 질본은 역학조사에서 “12월 15일 중심정맥관을 통해 환아들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제(SMOF lipid) 준비 단계에서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됐다. 이로 인해 패혈증이 발생한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질본은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나타난 패혈증 초기 증상을 간과하고 패혈증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패혈성 쇼크'의 발생 시점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했다”라며 “패혈증 초기 증상이 지질영양제 투여 이전에 발생했다면 지질영양제로 인한 패혈증의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경찰의 수사 과정과 질본의 역학조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알 수 있다”라며 “이런 부실한 결과물로 의료진들을 기소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질본, 패혈증 초기 건너뛰고 패혈증 쇼크를 발생시점으로 인지”
연구소에 따르면 패혈증은 보통 패혈증 초기, 중증 패혈증, 패혈증 쇼크 등 3단계에 걸쳐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소는 "질본은 지질영양제 투여 이전에 나타난 패혈증 초기 단계를 간과했다. 생체징후가 나타난 패혈증 쇼크 단계를 지질영양제 투여로 인한 패혈증 발생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질본의 보고서에서 4명의 사망 환아들은 12월 15일까지 임상경과가 양호하다가 15일 지질영양제 투여 이후 16일 새벽부터 생체징후(vital sign) 변화를 보였다”라며 “환아들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16일 오후 9시 32분~10시53분 사이에 숨졌다”고 했다. 생체징후란 환자의 체온, 호흡, 맥박, 혈압 등의 측정값을 말한다.
패혈증은 혈액으로 생긴 감염 합병증을 말한다. 패혈증은 혈액 내 감염이 생겼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체내 면역세포들이 분비하는 화학물질(cytokine)로 인한 전신 염증반응으로 생긴다. 패혈증으로 생기는 염증은 여러 장기를 손상시키고 심하면 생명을 앗아간다.
연구소는 “많은 의사들은 패혈증을 좀더 세분해 패혈증 초기, 중증 패혈증, 그리고 패혈성 쇼크로 진행하는 3단계 증후군으로 본다”라며 “패혈증 초기에는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인된 상태에서 체온이 상승하고 맥박과 호흡수가 빨라지는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중증 패혈증에서는 소변량의 급격한 감소, 의식 저하, 호흡곤란, 비정상 심박동, 복통 등 장기 기능의 저하를 나타내는 증상(symptom)과 징후(sign)가 나타난다”라며 “패혈성 쇼크 단계에서는 중증 패혈증의 증상과 징후가 있으면서 수액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낮은 혈압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본의 보고서에서는 이런 단계가 빠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아 4명 중 3명, 생체징후 나타난 패혈증 쇼크 단계 확인 "
연구소는 “패혈증에서 생체징후는 초기가 아니라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질본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 것은 생체징후의 변화를 패혈증 발생 시점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환아 4명의 사례를 보면 질본은 P1 환아 생체징후 변화 시점을 무호흡증, 심박수 78회/분, 산소포화도 70%로 저하 등이 일어난 16일 14시 05분으로 봤다. 연구소는 “심박수가 감소된 것을 보면 이미 패혈성 쇼크 단계였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질본은 P2 환아 역시 생체징후 변화 시점을 오렌지 색 점액질 변을 본 이후 심박수가 분당 200회 가까이 증가한 16일 오후 3시로 봤다. 연구소는 “당시 혈압이 80/49 mmHg로 저하(정상 혈압 120/80mmHg)됐던 것을 보면 이미 패혈성 쇼크 상태였다”고 했다.
질본은 P3 환아 생체징후 변화 시점을 체온이 37.8℃로 상승한 16일 오전 4시 15분으로 추정했다. 연구소는 P3환아에 대해서는 질본의 해석을 인정했다. 연구소는 “이전 임상경과를 알 수 없다. 이 시점을 패혈증 초기 단계로 일단 추정할 수는 있을 것”으로 밝혔다.
또한 질본은 P4 환아에 대해 산소포화도가 67%로 감소한 16일 오후 12시 30분을 생체징후 변화시점으로 확인했다. 연구소는 “바로 30분 후인 오후 1시 혈압이 41/20 mmHg로 급격히 감소돼 혈압 상승제인 도파민을 투여했다. P4 환아의 생체징후 변화시점인 12시30분 경은 패혈성 쇼크 직전 단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결국 질본이 생체징후 변화시점이라고 밝힌 시기가 4명 중 3명의 환아에서는 바로 패혈성 쇼크 발생(P1,P2) 또는 쇼크 발생 직전 시점(P4)이었다”고 했다.
패혈증 초기 증상, 지질영양제 투여 전 6시간 45분~ 14시간 먼저 나타나
연구소는 패혈증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생체 징후가 아닌 패혈증 초기에 나타나는 임상징후(clinical sign)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상징후는 환아의 전반적인 상태를 비롯해 흉골 함몰, 복부팽만 등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논문을 통해 패혈증 초기 단계에 나타날 수 있는 임상징후들을 소개했다. 2002년 소아과학회지에 게재된 '신생아 패혈증' 임상강좌에 따르면 신생아 패혈증 초기는 발열이나 저체온증 등의 체온 불안정, 빈호흡이나 무호흡 등의 호흡곤란, 이산화탄소의 저류나 저산소증, 청색증, 빈맥이나 부정맥, 대사성 산증, 말초순환 장애, 점상출혈 등이 있다. 황달, 식욕 감소, 구토, 복부팽만, 설사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해당 환아들의 패혈증 초기 발생 시간을 추정했다. 연구소는 “P1 환아는 15일 오전 9시경 복부팽만이 계속됐다. 16일 15시에는 복부팽만이 악화되는 증상이 있었다”라며 “심박수가 분당 78회로 감소한 16일 14시 5분은 생체징후가 변화한 시점이 아니라 패혈성 쇼크가 발생한 시점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연구소는 "P2 환아는 15일 오전 4시에 분당 171회의 빈맥이 있었고, 당일 10시 15분에는 흉골 함몰 징후가 있었다. 빈맥을 패혈증 초기 징후로 볼 수도 있지만, 신생아 빈맥의 기준이 분당 180회 이상인 경우도 있어 흉골 함몰이 나타난 15일 10시 15분을 패혈증 초기 시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혈압이 80/49 mmHg로 저하된 16일 15시를 패혈성 쇼크가 발생한 시점이라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P3 환아는 체온이 37.8℃로 상승한 16일 4시 15분을 패혈증 초기 시점으로 본다. 심박수가 감소한 16일 18시를 패혈성 쇼크 시점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P4 환아는 복부둘레가 0.5cm 증가하고 산소포화도가 저하된 15일 오전 6시를 패혈증 초기 시점으로 추정했다. 이후 9시 40분에 흉골함몰 증상이 나타난 것을 보면 이런 추정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진 16일 오후 1시를 패혈성 쇼크가 발생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소는 “P3 환아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환아에서는 패혈증 초기 의심 증상이 지질영양제 투여 시점보다 6시간 45분에서 14시간까지 먼저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지질영양제가 신생아 패혈증의 원인이라면 지질영양제 투여 이후에 패혈증 초기증상이 발생했어야 한다”라며 “그러나 패혈증 초기증상 발생 이후에 투여된 지질영양제는 환아들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한 패혈증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에 4번째로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했으며 추가 반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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