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건 역학조사 50년 전 이론 적용, 이 마저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임의로 해석”
바른의료연구소, 주사제 준비단계 시트로박터균 오염과 지질영양제가 사망원인이라는 근거 없어
새 제품을 조사하고 원제품 이상 없다고 해석, 지질영양제 투여 중심정맥관 끝부분 균 검출 안돼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현실에 맞지 않는 53년 전 역학이론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해당 기준의 9가지를 제대로 충족하지 않았으나 자의적으로 충족했다고 해석한 정황이 나타났다. 새 제품을 조사하고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해석하거나 지질영양제가 투여되는 중심정맥관 끝부분에서 균 검출이 되지 않았다는 반박도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질본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질영양제 투여와 환아 사망 간에 역학적 인과성이 있고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지질영양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는 타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연구소는 앞서 2일에도 역학조사 결과의 문제를 제기하며 “사망 환아 3명이 아니라 단 1명의 수액세트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지질영양제에서 발견된 한 건의 검체조차도 의료폐기물통에서 수거돼 사후 오염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이대목동 사건이 재발될 수 있어 우려된다”라며 “향후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①53년 전 기준 무리하게 적용해 인과성 없어
연구소는 우선 “질본은 역학적 인과성 입증을 위해 53년 전에 발표된 역학조사 기준인 브래드포드 힐(Bradford Hill)의 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인과성이 더욱 없음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힐 교수는 1965년 한 논문에서 원인적 연관성과 비원인적 연관성을 판별할 때 고려할 수 있는 9가지의 기준을 제시했다. 9가지는 연관성의 강도(strength), 일관성(consistency), 특이성(specificity), 시간적 속발성(temporality), 양-반응관계(biological gradient), 개연성(plausibility), 기존 지식과의 일치성(coherence), 실험적 근거(experimental evidence), 유사성(analogy) 등이다.
질본은 지난해 12월 15일 투여된 지질영양제(스모프리피드, Smoflipid)는 힐의 기준을 충족했고 이로 인한 감염경로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질본은 지질영양제를 투여받은 환아와 사망 위험 간 역학적 인과성이 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연구소는 힐의 기준은 50여 년이 흐른 지금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첫 번째 기준인 ‘연관성의 강도’는 흡연과 폐암 발생의 경우처럼 강한 연관성이 약한 연관성보다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연관성이 아주 약해도 인과성이 인정되기도 하고, 연과성이 강해도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흡연과 관상동맥질환 간의 연관성은 매우 약하다. 만약 힐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인과성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나, 이 둘 간에는 인과성이 확실히 입증됐다”라며 “최근에는 연관성의 강도를 인과성 판단의 기준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힐의 9개 기준 중 지금까지 인정되는 것은 시간적 속발성 밖에 없다”라고 했다.
힐 교수 스스로도 논문에서 "9가지 기준 중 어떤 것도 원인과 결과 가설을 찬성하거나 반대할만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 그 어떤 기준도 필수불가결한 것이 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구소는 “역학전문가들은 힐의 기준을 인과성을 탐색해나가는 지침(guide)으로 사용하고, 인과성에 대한 확정적인 결론을 내는 데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한다”라며 “질본은 힐의 기준을 역학적 인과성 증명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역학자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다며 이 기준을 충족하면 인과성이 입증되는 것처럼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②힐의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임의로 충족했다고 결론내
연구소는 “질본은 힐의 기준조차도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임의적으로 충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라며 “힐의 기준은 흡연과 폐암 발생, 벤젠 노출과 백혈병 발생의 경우처럼 특정 원인과 결과의 인과성을 입증하는 목적으로 활용해야 하지만, 질본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질본은 12월 15일에 투여된 지질영양제, 12월 15일 투여된 완전비경구영양제(TPN), 12월 15일과 16일에 투여된 50% 덱스트로오스 투여군이 각각 비투여군보다 18.0배, 14.1배, 14.1배 사망 위험이 높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강한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질본은 연관성의 강도를 조사한 대상을 의약품에 한정했다. 질본은 지질영양제, TPN, 수액제제, 항생제 등 신생아 중환자실 환아 16명에게 투약된 의약품에 대해서만 조사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질본은 중심정맥관 삽관과 기간, 괴사성 장염 여부, 로타바이러스 감염 여부, 출생체중, 기저 질환의 유무 및 중증도, 입원일수 등 신생아 사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위험요인들은 전혀 분석하지 않았다”라며 “이는 지질영양제가 신생아 사망의 감염원이란 점을 기정 사실로 하고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연구소는 "원인과 결과의 인과성을 입증하려면 대한 수많은 역학연구 및 실험연구(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 동물실험 등) 자료가 축적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하나의 연구나 역학조사로 인과성을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9가지 힐의 기준을 세부항목별로 따져봐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질본은 연관성의 강도를 충족했다고 했으나, 그렇지 않다"라며 "각 약제의 투약군, 비투약군으로 나눠 사망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환아 사망의 위험요인을 알아내려면 사망군과 생존군으로 나눠 분석하는 환자-대조군 연구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일관성 입증도 실패했다고 해석했다. 연구소는 “질본은 4편의 외국논문을 제시하며 미숙아에게 중심정맥관 주사를 통한 영양제 투여는 기회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질본이 제시한 논문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질본이 지질영양제와 신생아 사망 간에 일관성을 주장하려면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유사한 집단감염 사건에서 사망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일 때, 지질영양제가 패혈증의 감염원이라는 결과가 나온 논문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질본은 시트로박터 프론디균이 아닌 응고효소음성 포도상구균 균혈증, 클렙시엘라류 세균 등을 이용했다. 또 지질영양제와 TPN, 포도당세균을 같이 연구했다”라며 “지질영양제로 인한 패혈증 감염을 입증하는 논문은 단 한편도 제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일관성 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특이성 입증도 실패했다고 봤다. 질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사망한 4명 환아 모두 패혈증 외 합당한 사인이 설명되지 않는 공통성이 있다고 했다. 단기간 내 발병, 사망이 관찰되는 등 접촉으로 인한 감염 외 다른 감염원이 보다 의심될 수 있는 특이성이 있다고 한 것이다.
연구소는 “특이성 기준은 장기간 석면 노출이 폐 석면증을 일으키듯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질병을 일으킨다는 의미”라며 “이 사건에서 지질영양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 패혈증만을 일으킨다면 특이성 기준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접촉 감염이 아닌 다른 감염원이 보다 의심된다는 근거만으로는 특이성 기준을 전혀 충족시킬 수 없다”라고 밝혔다.
환아의 사망 전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보면 시간적 속발성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질본은 "사망한 4명의 환아는 모두 15일 TPN과 지질영양주사제를 교체 투약 한 후 발생했으며, 가까운 시간차를 두고 이상이 생기다가 사망했다"며 시간적 속발성 기준을 충족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15일 오후 5시쯤 2명의 환아는 이미 스모프리피드를 교체하기 전에 복부 팽만과 산소 포화도 저하가 나타난 조사결과가 나왔다”라며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2명의 환아에서 생체징후 변화가 있었던 만큼 시간적 속발성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더 많은 양에 노출될수록 발병시간이 빠르거나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등의 양-반응 관계 확인도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됐다. 질본 역시 이에 동의한 대신 주사 준비단계에서 동일 오염원에 의한 동일 수준의 오염이 있다면, 시간적으로 밀집된 발병과 사망이 설명될 수 있다며 양-반응관계를 일부 충족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스모프리피드 주입량이 P1환아는 4.8cc이고 P2환아는 25.7cc로 5배 차이가 났다. 하지만 투여 후 사망까지의 소요시간이 거의 차이가 없다. 주입량이 32cc로 제일 많은 P3 환아는 9.5cc에 불과한 P4 환아보다 투여 후 사망까지 소요시간이 더 길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9.6cc를 투여받은 S8 환아는 생존했다. 이를 보면 양-반응관계 역시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실험적 근거 기준을 충족하려면 지질영양제의 노출 중재 또는 중단으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 발생위험이 감소한다는 실험결과를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질본은 9개의 힐 기준 중 양-반응 관계만 일부 충족이고, 나머지 8개 기준은 모두 충족한다고 했다. 연구소의 분석 결과 단 한 개의 기준에도 충족하지 못했다"라며 "질본이 지질영양제가 환아 사망의 감염원이라는 인과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고 본다”고 했다.
③새 제품 조사하고 원제품 이상 없다고 결론
질본은 해당 지질영양주사제의 오염 가능한 경로인 원제품의 오염, 주사제 투여단계 오염, 주사제 준비단계에서의 오염 중 주사제 준비단계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연구소는 원제품을 정확히 조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질본은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 가능성의 근거로 '신생아 중환자실 내 환경검체 중 지질영양제 분주를 준비하는 장소인 주사준비실에서 시트로박터 균이 검출됐다”라며 “원제품에 대한 오염 가능성을 배제하고 투여단계에서의 오염 가능성이 낮은 것을 고려하면 지질영양제를 동시에 소분하는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질본은 지질영양제 원제품에 대해 이미 폐기된 상태라 오염 여부를 검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원제품 대신 병원 보존 미개봉 제품(TPN 제조약품, 스모프리피드 등)과 지난 1년 동안 이대목동병원에 납품된 제품번호에 해당하는 지질영양제의 배양검사를 시행해 원제품 오염을 감염경로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미개봉 제품에서 균이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원제품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납품, 보관, 운반 도중에 원제품이 훼손돼 오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질본은 이미 보고서에서 싱크대가 균에 오염된 시점과 환아 사망 사이에 시간적인 선후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질본은 '싱크대 바로 옆의 공간에서 스모프리피드 용기를 걸고 소분(주사제 분할 투여)'이라고 해서 마치 싱크대 오염이 선행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질본 스스로 준비단계에서의 오염 가능성의 근거가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질본은 '주사제 준비과정에 대한 녹화기록 또는 각 준비단계의 오염여부 검사 등 기타의 과학적 증명자료가 없는 한 주사제 준비단계 중 어느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라며 “과학적 증명자료가 없다고 하면서도 주사제 준비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라고 했다.
④지질영양제 투여 중심정맥관 끝부분에서 균 검출 안돼
연구소는 지질영양제의 균 오염이 사망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지질영양제는 수액라인을 거쳐 중심정맥관을 통해 혈액 내로 공급된다. 만약 지질영양제가 균에 오염됐다면 정맥혈관에 거치된 중심정맥관의 끝부분(tip)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질본은 "4개의 중심정맥관 끝부분의 배양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P3환아의 검체에 대해 외부 오염에 의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나머지 3개의 중심정맥관 끝부분에서는 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는 지질영양제의 균 오염에 의한 패혈증이 환아 사망의 근본 원인이라는 질본과 경찰, 검찰의 주장에 근거가 없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증거"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4명의 환아 중 3명의 중심정맥관이 삽입된 피부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균이 양성으로 나온 결과에 대해 사후 오염이 아니라면 중심정맥관 외부면을 통해 시트로박터 균이 체내로 침입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연구소는 “질본은 지질영양제 분주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오염됐고, 이로 인한 패혈증이 환아들의 사망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물간 힐의 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했다. 결국 역학적 인과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오염됐다는 주장의 근거조차도 빈약하다”라며 "질본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가능성 있는 다양한 원인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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