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감염병 상황에서 전공의 겸직 허용 입법예고...'전공의 강제 차출법 개정안' 폐지하라
[칼럼]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는 1월 29일 코로나19 등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전공의 겸직을 허용하는 내용의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2월 9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제14조(전공의의 의료기관 등 개설 금지)에 임용되거나 감염병·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전공의의 근무가 필요하다고 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기관에서 근무한 경우는 겸직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현행 규정에는 전공의가 소속돼 있는 수련기관 외에 다른 의료기관 또는 보건관계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 감염병이나 자연재해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전공의 근무가 필요한 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복지부는 "코로나19와 같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기관에서는 전공의 근무가 가능하도록 함에 따라 보건의료 현장에 긴급히 의료인력을 충원해 국민의 건강 보호와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입법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힘든 의료상황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자기 밀어붙인 4대악 의료정책으로 의사 총파업을 자초한 정부가 이번에도 역시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전공의 업무가 지나치게 가중될 수 있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 개정안의 입법 예고기간 열흘동안 졸속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지정된 교육기관의 병원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만 응시자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소속된 병원에서 힘든 업무를 수행하며 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업무를 하는 전공의는 병원에서 중요한 인력이다.
그런데 전염성 질환에 대응하고자 전공의들을 차출하는 것은 가혹한 환경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를 더 힘들게 할뿐 아니라, 소속 병원은 인력의 부족으로 수술이나 진료의 파행으로 이어져 환자의 건강회복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전공의는 필수적인 커리큘럼을 일정 기간 받아야 전문의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만약 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차출로 인해 수련 받는 기간이 짧아져 수련내용이 부실하다면 그 책임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감염병이나 자연재해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수련과 함께 환자 진료에 전념하는 전공의를 강제적으로 파견하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이나 보건소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비해 평소 의료 자원이나 인력 재배치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을 편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감염병의 상황에서의 의료진의 안전과 보호 대책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또한 감염이나 사망 같은 사고에 대해 국가차원의 명확한 보상규정을 마련해 의료진의 자발적 참여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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