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07 14:15최종 업데이트 22.12.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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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0억' 루닛도 한숨..."글로벌 진출로 경기 악화 버텨내야 하는 시기"

루닛 박찬익 이사 "데이터의 글로벌화와 AI 핵심 성능 근거 창출 중요...정부의 사업모델 육성도 필요"

루닛 박찬익 이사. 사진=의료AI 기업 해외진출 성공전략 세미나 온라인 중계 영상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실물경기 악화에 여파를 받고 있는 의료AI기업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정부가 사업모델 육성에 나서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루닛 박찬익 이사는 6일 열린 ‘의료AI 기업 해외진출 성공전략 세미나’에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루닛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99억 2300만원으로 연간 매출은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0년 14억 3000만원 수준이던 연매출이 해외시장에서 성과 등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다.

의료AI기업으로서 100억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외적 요인 등으로 인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토로가 나온 것이다.

박 이사는 “투자도 그렇고, 상장은 했지만 실물경기가 좋지 않아서 여러 측면에서 챌린지를 받고 있다. 이 시기를 버텨내고 살아남으려면 결국 매출이 필요하다”며 “타깃 지역을 명확히 정하고 그 안에서 일정 부분 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중장기적으로는 수가 등을 통해 지불을 받으려 하는데 이를 위한 근거 창출을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시간이 필요하다”며 “그걸 (정부에) 떼를 써서 정책적으로 달라는 형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마중물이 되거나 (의료AI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육성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존재감' 제고부터...데이터 글로벌화∙교차검증∙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박 이사는 이날 루닛의 해외진출 경험과 전략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그가 꼽은 해외진출 전략의 두 가지 키워드는 ‘글로벌화(Be Global)’와 ‘지역화(Be Regional)’였다.

글로벌화와 관련해서는 데이터의 글로벌화와 AI 핵심 성능에 대한 적극적 홍보를 강조했다. 박 이사는 “AI 기업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며 “예시로 유방암 진단보조 솔루션 ‘루닛인사이트 MMG’를 개발할 때 일부 데이터를 미국과 영국에서 소싱했다. 학습 자체의 바이어스(bias)를 줄일 뿐 아니라 해당 지역 시장에 들어갈 때 신뢰성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AI 연구 분야에서 세계 탑 티어임에도 실제로 국제 대회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AI의 코어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국제 대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이사는 “제품에 대한 교차검증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해서 우리나라에서 밸리데이션을 충분히 하고 해외를 가더라도 거기선 인허가 당국부터 그 나라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밸리데이션을 요구한다. 허가 장벽을 넘더라도 고객들이 실제로 그 인구집단에서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피어리뷰 에비던스를 원한다”며 “우리도 꾸준히 노력하는 부분이다. 지속적으로 글로벌하게 에비던스를 쌓고 피어리뷰 저널에 게재하는 걸 기반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 이사는 “실제 우리는 필립스 등 글로벌 파트너들을 통해 많은 지역에서 초기 셋업이 가능했다”며 “물론 지속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사업 초반에 글로벌 확장을 위한 주춧돌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지역의 워크플로우에 맞춰야...지속적 근거∙레퍼런스 창출도 필수

그는 지역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글로벌 영역에서 신뢰성을 올린 다음 단계가 지역화”라며 “지역마다 수요가 다르고, 보험부터 의료시스템 등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대해 공부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품에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워크플로우와 환경 부분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의 많은 의사들이 빠듯한 스케줄로 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워크플로우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 자체가 큰 진입장벽이 된다”며 “해당 지역의 워크플로우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인 근거 및 레퍼런스 창출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이사는 “끊임없는 근거 창출이 중요하다”며 “실제 의료 AI 분야에서 우리만큼 많은 에비던스를 갖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흉부 엑스레이 관련 36개 논문이 피어리뷰 저널에 게재됐고, MMG 관련 논문도 24개가 게재돼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의료진이 발표한 논문들이 많지만 해외에서도 의료진과 2~3년 전부터 논의를 해서 근거 창출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런 투자는 당장의 수익으로 돌아오진 않더라도 목표로 하는 지역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 장기적으론 보험자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로 쌓인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또 “지역 기반 레퍼런스도 필요하다”며 “특정 나라나 지역에서 레퍼런스로 걸어놓을 수 있는 전시적인 프로젝트가 좋은데, 루닛의 경우 최근 호주에서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 운영권을 획득했다”며 “사업적 성과일 뿐 아니라 정책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점에서 중요한 성과다. 이를 기반으로 호주뿐 아니라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도 유사한 프로젝트를 확장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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