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에는 투자를 하려면 장기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 있었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은 2007년까지 대세 상승 시기였기 때문에 단기로 짧게 투자하는 것보다 길게 투자할수록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장기투자만이 능사라는 고정관념이 무참히 깨졌다. 주요국 증시들이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몇몇 주식시장은 이후 되살아났지만, 현재 코스피지수는 약 7년 전인 2011년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인지 몇 년 전부터 장기투자만 고집하지 않고 단기로 짧게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단기투자를 하면서 변동성이 더욱 더 큰 지렛대 상품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단기에 높은 수익을 올리려고 변동성이 큰 상품에 투자했는데 시장이 거꾸로 움직여 손실이 발생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불편한 심정이면서도 시장이 곧 돌아서겠지 하는 희망을 품으며 선뜻 처분을 못하고 계속 보유한다. 시장이 계속 하락해 계좌가 마이너스 20~30%가 되면 이미 손절을 하기에는 늦었다고 여기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면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단기로 투자할 때에는 손절이 필수다. 하지만 인간은 손실회피 본능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손절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손절을 실행한다는 것은 단기 투자에서 시장 방향을 맞추지 못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는 행위다. 사실 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 단기 방향을 맞출 확률과 맞추지 못할 확률이 각각 반반이라고 봐야 합리적이다. 따라서 단기 투자 시에는 예측이 언제든 빗나갈 수 있다고 여기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손실률을 사전에 정해놓은 다음 실제 그만큼 손실이 발생하면 실패를 인정하고 미련 없이 정리하고 나와야 한다.
단기로 투자할 때마다 연이어 손실이 생기면 투자를 잠시 중단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쉬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피고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더 과학적인 투자자금 관리 방법이 있다. 바로 켈리의 법칙이다.
1956년 미국 뉴저지의 벨 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물리학자 존 래리켈리 주니어는 적정 투자규모를 산출하는 수학 공식을 개발했다. 공식은 다음과 같다. F = P - (1 - P)/B 여기서 F는 매회의 투자금액 비중이다. P는 성공확률, 즉 시장방향성을 맞출 확률이고, B는 성공 시의 평균수익금액을 실패 시의 평균손실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투자 시 성공 확률이 50%고, 성공 시의 평균수입금액과 실패 시의 평균손실금액이 똑같다고 가정할 때 위 공식에 따른 투자금액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자. 이 가정에 따르면 P는 0.5고 B는 1이므로, 투자금액 비중 F = 0 이 된다. 이는 당연한 결론이다. 성공 확률이 50%에 불과하고, 성공 시의 수익 금액과 실패 시의 손실 금액이 같다면 수익이 없으므로 굳이 투자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위 공식이 시사하는 바는 이렇다. 매회의 투자금액 비중이 늘어나려면 성공확률이 올라가거나, 투자 시 평균수익금액이 평균손실금액보다 커야 한다. 시장의 단기 방향을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여러 번 투자한다고 할 때 시장 방향을 맞출 확률은 50% 정도라고 봐야 현실적이다. 결국 투자비중이 늘어나려면 투자 시의 평균수익금액이 평균손실금액보다 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시장 방향성 예측이 맞아떨어졌을 때에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예상이 빗나갔을 때에는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손절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 시장 등에서 단기투자로 장기간 훌륭한 성과를 기록한 전설적 투자자들 공히, 예측이 어긋나 손실이 발생했을 때 바로 실패를 인정하고 손절하는 원칙을 잘 준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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