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부담 관리부터 부작용 모니터링까지…RWD 연구 필요성 증가하는데 부실 지침으로 '혼선'
"심사 절차 개선과 불확실성 제거할 지침 마련 필수, 교육 지원·인력 양성도 과제"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적응증·치료 대상 확대부터 질병부담 관리, 이상반응·부작용 모니터링 등 RWD(리얼월드데이터) 활용 연구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데이터 접근이 어렵고 관련 교육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령 왕승호 RWE연구팀장·한국로슈 유주아 팀장·한국얀센 최금지 부장·이화여대 최남경 교수 등은 지난 14일 제약현장에서의 RWD·RWE 활용 실제와 규제혁신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데이터 추출 가능성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운영 규정과 가이드라인 공개
실제임상자료(RWD, Real-World Data)는 의약품을 시판한 후의 효과 등을 확인 가능한 자료로, 건강보험 청구자료, 병원 진료기록, 설문조사, 시판 후 의약품 조사 자료 등이 있다.
실제임상근거(RWE, Real-World Evidence)는 RWD를 수집·분석한 문헌을 의미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 선진국 규제기관에서 최근 제품 허가와 시판후 안전관리시 RWD·RWE 활용을 높이고 있다.
데노주맙은 임상시험 제한으로 중국에서의 허가가 이뤄지지 못했는데, 해당 제약사가 미국, 홍콩, 대만 등의 임상참여자 중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RWD를 활용해 안전성, 효능을 검증한 자료로 허가를 받았다.
보령 왕승호 팀장은 "국내에는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전국민 의료 데이터가 있어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며, 해당 데이터는 환자가 병원을 이동해도 처음 진단부터 약물 처방, 복용, 부작용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RWD 연구는 비용과 기간을 대폭 절감해 추적관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건보공단, 심평원 등의 자료를 제공하는 운영 규정·지침(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지 않아서 연구기획과 심의과정 등에서 상당한 지연이 발생한다"면서 "RWD 연구는 데이터 확보가 관건인데 데이터 심의는 연구기획과 계획서 작성, IRB 심의 이후 이뤄지기 때문에 갑자기 연구가 중단, 변경,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기관 내부에 정해진 지침이 있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산업계는 심의를 받은 이후에만 알 수 있다. 즉 기획 단계에서 미리 반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왕 팀장은 "RWD 활용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추출 가능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운영 규정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동시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 사전 데이터 심의 제도를 마련하거나 데이터 심의를 IRB 이전에 진행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들 자료가 청구데이터인 동시에 코드화돼 있다는 문제도 있다. 왕 팀장은 "건보공단, 심평원 자료를 활용하려면 청구과정과 코딩체계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수다. 프로그램 언어를 모르면 사용 자체가 어렵다"며 "심평원과 공단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형식은 SAS, R, SPSS이 있는데, 각 기관은 SAS 관련 교육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AS는 유료(고가)고 정형화된 코딩 툴이지만, R은 무료고 오픈소스 코딩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자에 의해 코딩이 가능하다. 따라서 왕팀장은 "국가기관 정책으로 공단과 심평원에 특화된 R 분석 코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련 교육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환자안전·질병부담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RWD 연구 필요한데, 제대로된 지침 조차 없다"
이화여대 최남경 교수도 "적응증 확대, 적용 대상 확대, 재심사와 재평가, 이상반응 모니터링 등에 조속히 RWD활용 연구 도입이 필요하지만, 관련 부서와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학계, 산업계와 규제기관 등이 협력해 교육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법·제도 측면에서도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과 연구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정보제공 동의 이슈 등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보 공개와 접근성 개선, RWD 자료의 표준화, 전문인력 확보와 연구 인프라 구축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연구비 규정·책정과 관련한 제도 개선과 국가 차원의 재정적 지원도 촉구했다.
한국로슈 유주아 팀장 역시 실제 RWD 활용 PMS 연구를 기획했으나 관련 규정 부재로 어려웠던 사례를 제시하면서, "구조화된 자료 활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산업계에서 해당 자료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특히 앞으로 희귀의약품이 많아지는데, 낮은 유병률로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만큼 통일된 형태의 환자등록프로그램 레지스트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국가적으로 간단한 형태의 레지스트리를 마련·관리하며 이를 연구자와 제약사가 활용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별도 레지스트리를 마련해 앱(어플)이나 EHR로 수집된 자료를 국가가 관리하고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며 "한국에도 MOA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통해 시판 후 약물감시 플랫폼을 마련하고 자료를 모아 추후 활용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얀센 최금지 부장도 시판이전에는 역학연구, 비용경제성 연구, 시판직후에는 안전성 조사, 조건부 허가 연구, 이후에는 치료 패턴 분석과 약물복용 지속기간 비교, 환자 보고 결과 등 RWE·RWD 활용 범위가 매우 방대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최 부장은 "항암제 같은 생명 위협과 관련된 특정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을 연구하려면 반드시 사망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제약회사가 이를 활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 부처에서 해당 데이터 활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청구데이터 분석시 질환별로 이상사례를 정의할 수 있는 표준 정의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기준에 따른 데이터베이스간 결합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CDM 활용 위해 프로세스 간소화와 다양한 RWD 적용할 수 있는 FMV(적정성) 산정 근거 마련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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