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3.29 06:59최종 업데이트 20.06.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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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신경병증, 리리카 하나로 충분

테스파이 교수 "병용의 이점 명확치 않다"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

솔로몬 테스파이(Solomon Tesfaye, 영국 셰필드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치료는 '프레가발린(제품명 리리카)' 단독으로 충분하다."
 
최근 신경과·내분비내과 전문의 대상 심포지엄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의 진단과 치료 최신지견'을 강연하기 위해 방한한 솔로몬 테스파이(Solomon Tesfaye, 영국 셰필드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테스파이 교수는 전 Neuropathy Trust 자문위원, 미국신경학회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DPNP, 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 Pain) 지침위원으로 활동한 DPNP 전문가다.
 
기자와 만난 그는 이 질환의 진단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심각성과 적절한 치료법이 뭔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달부터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 '뉴론틴(가바펜틴)', '심발타(둘록세틴)' 등을 '티옥트산(Thioctic acid)' 또는 'α-리포산(α-lipoic acid)'과 병용할 때 보험급여가 인정됐지만, 테스파이 교수는 병용치료의 이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빨리 발견하면 삶이 달라지는데...
 
테스파이 교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진단과 치료를 앞당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당뇨병으로 인해 오래 지속된 고혈당이 신경을 손상시켜 이상감각 등을 야기하는 질환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합병증 1위다.
 
당뇨병 환자의 50% 정도가 신경에 손상을 입게 되는데, 발에서부터 시작해 손까지 올라온다. 이 때 환자는 감각을 손실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심각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테스파이 교수는 "두 가지 임상적인 발현이 있다. 첫 번째로 감각이 손실될 수 있는데, 무뎌진 감각때문에 자각하지 못한 채로 다리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절단까지 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족부절단 원인 1위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4분의 1, 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절반 정도가 통증을 수반한다는 설명이다.
 
다리에서부터 손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쑤시는 통증이 아니라 전기적 충격과 같은 통증 혹은 칼로 찌르는 듯한, 접촉만 해도 느껴지는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말초신경병증의 진단이 제대로 이줘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유는 환자들이 통증을 질환의 증상이 아닌, 노화의 과정이라고 여겨 당뇨병과 연결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살고 있는 셰필드 지역에서는 당뇨병 환자들이 매년 정기 안과 검진을 받으러 올 때 신경병증도 검진을 하기 시작했다. 신발, 양말을 벗고 발을 검사하고 통증이 있는지 물어본다. 이렇게 해서 당뇨병 환자 중 신경병증으로 진단되지 않았던 12% 환자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진단을 내리게 됐다. 말초신경병증은 질환에 대한 검진 없이 발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영국 전체적으로 보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1년에 한 번씩 검사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조기진단이 가능해졌지만,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의무화되지 않아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테스파이 교수는 "의료진이 당뇨병 환자를 진료할 때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주로 혈압이나 혈당이다 보니, 신경병증에는 관심이 적어 현재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으나 이는 굉장히 심각한 부분"이라며 "족부 궤양이 발생한 환자의 약 50%가 5년안에 사망한다"고 경고했다.
 

모노필라멘트는 최선의 검사가 아니다
 
진단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의사와 환자의 인지도 제고가 필요하다.
 
그는 교육을 통해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신경병증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시키고, 환자단체나 당뇨병협회 등에서 신경병증의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진의 역할이 중요한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노필라멘트 검사는 최선의 검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테스파이 교수는 "영국에서는 조기진단을 위한 최신 검사방법이 개발됐다. 모노필라멘트 검사는 다리 궤양을 확인하는데 적합하지만 신경병증을 조기에 진단하기에 유용하지 않다"면서 "DPN Check는 신경 전도 속도를 측정하는 장비로 한쪽에 자극을 주고 반대편에 전달되기까지 얼만큼 걸리는지, 자극의 강도가 어떠한지 측정할 수 있다. 3분이면 검사가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비는 SUDOSCAN으로, 손과 발을 발판에 올려놓고 땀 기능을 3분 안에 측정한다는 설명이다. 당뇨병이 진행되면 작은 신경조직에서 땀 기능이 약화된다.

이 두 가지 장비를 통해 신경병증을 94%까지 조기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스파이 교수는 "영국의 경우 당뇨병 환자가 안과 검사를 위해 매년 병원을 방문할 때 검사를 진행하며, 이때 Pain DETECT라는 문진표를 활용한 진단도 진행한다"면서 "2분 가량 소요되는 설문지인데 환자들의 통증 여부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우 중요하며, 당뇨병 환자에 있어서 꼭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병용요법의 임상적 근거 부족하다 

환자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으로 진단되면, 통증의 강도를 측정한다. 대부분은 4~10정도에 해당하며 이런 환자들은 치료가 필요하다.

그는 "이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옵션은 프레가발린(제품명 리리카)"라고 강조했다.

DPNP 치료에 대한 가장 많은 임상 근거를 가지고 있고, 삶의 질 등의 데이터 때문에 단독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2014년 9개의 리리카 관련 임상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리리카는 위약 대비 50% 이상 신경병증 통증을 완화시켰고,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환자의 삶의 질과 통증으로 인한 수면방해를 유의하게 개선했다.

또 가바펜틴과 둘록세틴보다 통증으로 인한 수면방해 개선효과를 입증했다.

그는 "미국신경학회(AAN)가 2011년도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프레가발린은 DPNP 치료제 중 유일하게 Level A"라며 "통증 경감뿐 아니라 수면장애에도 도움이 된다. 프레가발린을 투여했을 때 한 시간 뒤에 혈중 농도가 최상에 이른다. 가바펜틴은 용량이 예측 가능하지 않아서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100mg씩 투여를 했을 때 효과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3600mg씩 투여했을 때 효과를 본다. 하지만 프레가발린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통 하루에 두 번 투여하고 용량대비 효과가 비례해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

테스파이 교수는 "유럽에서는 가바펜틴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추세이며, 프레가발린을 일반적으로 처방한다"면서 "삼환계 항우울제(Trichloroacetic Acid, TCA)도 있지만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사망률을 높인다는 임상 결과가 있어, 많이 처방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심장질환이 없는 젊은 환자에게 간혹 TCA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지만, 1차적으로 프레가발린, 가바펜틴, 둘록세틴을 처방하고, 단독 제제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될 때 병용 치료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병용 치료의 이점은 뚜렷하지 않다고 주지했다.

그는 "병용치료에 대한 경험은 개인적으로 많지 않다"면서 "영국에서는 통상적으로 프레가발린과 티옥트산(TA, Thioctic Acid) 혹은 α-리포산(α-lipoic acid)을 병용투여 하지 않는다. 과연 이 병용요법이 질환의 진행을 역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고 강조했다.

프레가발린의 효과는 임상적 근거로 입증된 반면, α-리포산이나 TA는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에서 유독 많이 쓰이는 TA에 대해 신뢰하지 않았다. TA는 국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에서 40%(종합병원 기준) 이상 처방되는 약물로, 리리카는 그 다음(약 30%)이다.

테스파이 교수는 "TA와 리리카는 비교 가능하지 않다. TA는 시행된 임상 규모나 수가 적고 명확한 연구도 많지 않은 반면 프레가발린은 최상위 대규모 임상시험 8개 모두 아주 우수한 결과들을 도출했다"면서 "TA의 경우 일정한 정도의 근거는 있지만, 대부분의 국제 학회가 발표한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 프레가발린을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레가발린 단독으로도 치료효과는 충분하다"면서 "TA는 병용투여가 단독보다 효과적이라는 인도의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유럽의약품청은 2개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의문의 여지 없이 병용요법이 단독보다 우월하다는 결과가 나와야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환자에게는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두 번째로 충분한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많은 의사들이 약물을 두 달 정도 처방하다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소한 통증을 느끼는 기간 동안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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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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