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점안제가 사실상 다회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식약처가 작년 12월 '개봉 후 1회만 사용'하도록 개정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식약처의 후속조치가 미미해 환자들이 계속 1회용을 재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인데, 전문가와 대다수 제약사들은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대치된 의견을 내놓는 상황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12월 1회용 점안제 허가사항 중 '사용상 주의사항'의 내용을 기존 '개봉 후 12시간 이내 사용'에서 '개봉 후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린다'로 개정했다.
무균상태의 1회용 점안제를 재사용하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존에는 대다수 제품이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리캡(RE-cap) 제형이라 여러 번 쓸 수 있었지만, 허가사항이 변경되면서 논리캡(Non-Re cap) 제형으로 바꾸거나 1회 용량으로 줄여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상황의 변화는 없었다.
이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은 "대다수 회사는 의약품 '사용상 주의사항'의 문구만 변경한 채, 여전히 여러 번 쓸 수 있도록 고용량 리캡을 판매하고 있으며, 식약처는 제약사 눈치를 보며 후속조치를 미진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논리캡 제형으로 바꾼 제약사도 거의 없고, 일부 회사가 저용량 리캡 제형을 출시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용량도 출시, 환자의 재사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량 리캡 제품의 판매량은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증가하고 저용량 판매량은 변화가 없어 허가사항 문구 변경만으로는 효과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유일하게 재사용 금지 추진을 찬성했던 유니메드제약 관계자는 "1회용 점안제는 제조원가가 높아, 제약사들이 고용량의 약가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며 "현행 약가제도는 고용량일수록 높은 약값을 주고 있다. 따라서 1회용 점안제를 적절한 용량으로 줄이고, 가격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다수 회사들은 현 제조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지금껏 재사용에 따른 부작용 사례도 없어 굳이 바꿔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안과 전문가들 역시 유사하다.
대한안과학회 김만수 이사장은 "1회용을 재사용하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저용량만 출시해라, 제형을 바꿔라'하는 것은 식약처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시장원리에 맡기면 된다"면서 "제약사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재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없었는데 굳이 시설 투자해서 제형이나 용량을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사항을 비롯한 1회용 점안제의 개선 필요성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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