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과 의사면허박탈법 저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다만 비대위원장 선출 일시 및 방법은 운영위원회가 추후 날짜를 잡아 직접 선거로 뽑기로 했다.
투쟁의 선봉에 설 의협 비대위원장에는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가나다 순) 등 3인의 대의원이 출마해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대한의사협회가 18일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간호법과 의사면허박탈법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의안을 의결했다.
“현 집행부 힘 실어야” VS “강력한 투쟁 의지 보여야”…찬반 논란 속 결국 비대위 구성키로
이날 대의원들은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 일명 ‘의사면허박탈법’의 본회의 통과가 의료계에게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이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비대위 구성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안원일 대의원은 “현재 간호법저지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이필수 의협 회장을 중심으로 뭉쳐있는데, 비대위가 새로 만들어지면 새로 연대를 짜야 한다. 또 여야와의 정무라인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안 대의원은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 이 기회에 이필수 집행부는 뼈를 깎는 통절한 반성을 통해 현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의사 회원들이 똘똘 뭉쳐도 힘든 상황에서 의료계 내부가 분열된 현실을 어떻게 할지 반성하고 집행부가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성구 대의원 역시 “현 상황에서 의협은 이성적 판단과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 위기에서는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 현 상태에서 집행부 손과 발을 묶는 비대위가 추진된다면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의협 집행부에 더 큰 힘과 신뢰를 실어주어야 할 시기에 집행부에게 모든 권한을 배제시킨다고 한다면 앞으로 민주당에 대한 투쟁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 파트너다. 어느때보다 의협과 정부가 소통하고 있는 때다. 의료악법이 통과되더라도 수습해야 할 때 최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복지부와 관계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로 임하고 있는 현 집행부에게 신뢰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비대위 구성을 찬성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 컸다.
임현택 대의원은 “소통과 협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품위 있는 의사협회를 만들겠다고 했던 41대 의협 집행부의 성과가 참담하다. 수술실 CCTV 설치가 강제됐고, 비급여 진료비 공개와 보고가 의무화됐다. 전문약사 제도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고, 한의사가 의학한림원의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를 쓰는 게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보험사와 정치권의 실손보험 청구 대행 요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고, 다음 달은 보험사와 의협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가 열린다. 수탁 검사 역시 내과가 큰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대의원은 “그런 상황에서 또 협상과 소통을 또 얘기하시겠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된다”며 “이필수 회원과 41대 집행부는 처음부터 소통과 협상이라는 구호에 스스로 매몰됨으로써 오히려 무소불위 거대 야당으로 하여금 지금이야말로 의료계가 결사반대해 온 악법들을 통과시킬 적기라고 오해하게 만든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의원은 “이 위기 상황에서 임시총회를 통해 의협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고 모든 사람이 인식해야 우리가 겨우 간호법과 의사면허박탈법을 겨우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욱 대의원 역시 “이필수 집행부는 소통과 투쟁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투쟁력 없는 협상력은 없다. 힘이 없는 평화는 없다”며 “간호법과 의사면허박탈법이 본회의에 회부 돼 사실상 통과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만 강조한다면 이필수 집행부는 한계점에 부딪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의협 임총에서 비대위 안건이 부결됐다는 기사가 나오면 정치권은 해당 법안들을 그냥 통과시켜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에게도 의협이 비대위 체제를 통해 대대적인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가야 부담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비대위 구성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 끝에 참석 대의원 167명 중 반대 99명, 찬성 68명으로 비대위 구성의 안이 의결됐다.
이 같은 대의원의 결정에 대해 이필수 회장은 ”대의원의 의견을 존중한다. 과거 비대위원장을 했을 때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 있다. 어려운 때인만큼 집행부에서 비대위와 발 맞춰 회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예산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선출 일시 방법은 추후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박명하‧임현택‧주신구 대의원 출마
뒤이어 비대위원장 선출 및 비대위 활동의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결정할지를 놓고 진통이 이어졌고, 비대위원장 선출에 대해서는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문제가 있어 운영위원회가 날짜를 잡아 대의원을 대상으로 우편, 팩스, 카카오톡 등을 통해 차후에 선출하기로 했다.
또 비대위의 활동 목적, 구성, 예산, 활동 기간 등에 대해서는 비대위원장이 선출되면 비대위원장과 운영위원회가 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뒤이어 비대위원장 선거에 출마 의사가 있는 대의원들이 차례로 인사말을 했다,
임현택 대의원(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정부와 국회 그리고 언론에서 의협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의협이 180도 바뀌었다는 긴장할만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전국에서 모인 의사들이 악법 저지를 결사적으로 나서도록 주문했으니 사즉생의 각오로 화답해야 한다. 형식뿐인 총회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다면 누구를 비대위원장으로 뽑아야 할까.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저는 그 역할 맡고 싶다. 자신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주신구 대의원(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비대위 구성에서 걱정되는 것은 현 집행부와 앞으로 구성될 비대위 간의 충돌이다. 따라서 비대위원장 선거는 차기 선거와는 연결돼 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투쟁의 순수성을 많이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 대의원은 “저는 회장 선거에 욕심이 없다”고 밝히며 “순수한 마음과 집행부와도 잘 맞물려 돌아가면서도 투쟁의 경험도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명하 대의원(서울시의사회장)은 “서울시의사회는 지난해 5월 20일 민주당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의료계 안팎에서 하필 민주당사 앞이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궐기대회도 하고, 삭발도 했다. 그 이후에도 집행부와 함께 서울시의사회는 투쟁의 선봉에 섰다”며 “지난주 금요일에는 의협 부회장으로서 역할 하기에는 힘들다고 느꼈고, 자유롭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박 대의원은 “누구와도 야합하지 않는 성품을 갖고 있고, 살아온 인생이 그러하다”며 “올바른 판단력, 집요한 추진력과 강력한 투쟁력으로 민주당의 폭거에 강력 저항해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을 저지하기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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