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4.01 10:59최종 업데이트 20.04.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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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온상’된 정신병원…“전수조사 확대보단 입원 관리 중요”

정신병원 폐쇄병동 특성상 집단감염 취약…입‧출입 잦은 간병인 등 신경써야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의 모습. 이곳에 입원한 정신질환자들은 바닥에 매트리스만 깔고 생활하고 있었다. (사진=중앙임상위원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청도대남병원에 이어 최근 제2미주병원에서 코로나19 대규모 확진 사태가 발생하며 정신병원 내 폐쇄병동 집단감염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앞서 청도대남병원은 12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제2미주병원은 31일 기준으로 13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6개 정신병원 환자 2415명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상태. 향후 집단감염이 지속될 경우, 전수검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30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제2미주병원 확진자들은 정신질환을 같이 앓고 있어 치료나 관리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며 "확진자들은 인근 치료가 가능한 타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다. 남아 있는 분들은 검사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집단감염 많을 수밖에 없어

 
전문가들은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특성상, 코로나19에 특별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위생관리가 어려울 뿐더러, 환자들끼리 밀접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문제라는 것이다.
 
김상욱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부회장은 "보호 병실에 오래 격리돼 있는 환자들은 자기 방어를 할 수 없게 된다"며 "환자들 간 위생이나 개인 거리유지가 되지 않는 것이 일반 병상과 달리 정신과병동이 감염에 취약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권준수 신경정신건강의학회 이사장도 "정신과 보호병동은 일종의 폐쇄공간이다. 특히 공동생활 공간에서 함께 지내며 그룹치료 프로그램 등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에 자주 모여 있다 보니 밀접 접촉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청도대남병원의 사례를 통해 아직까지 매우 열악한 환경의 정신과병동이 남아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열악한 환경의 정신병원들에 대한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권준수 이사장은 "본래 폐쇄병동의 특성상 집단감염의 우려가 많은 것도 있지만 청도대남병원은 그 중에서도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다"며 "각자의 침상 없이 바닥에 매트릭스만 깔고 환자를 한꺼번에 수용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치료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정신병동 장기입원환자들이 일반적인 환자들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신체질환이 발생할 확률도 높다는 견해도 나온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정신과 보호병동 내 발생 질환 중 호흡기 질환(37.4%)이 가장 많았고 소화기질환(22%)과 순환기질환(13.6%)가 그 뒤를 이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폐쇄병동 장기 입원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제한된 공간에서만 생활하다보니 만성신부전, 면역력 저하 등 증상이 생긴다"며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세포면역기능의 장애, 즉 T임파구가 감소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들은 백혈구 수의 감소와 백혈구 자체의 기능장애로 인한 면역기능의 손상이 야기될 수 있다"며 "장기입원으로 면역 기능이 저하된 정신질환자의 경우, 연령과 상관없이 20% 이상까지 치사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출퇴근 간병인 등 관리, 신규 입원자 검사 철저해야"
 
그렇다면 정신과 폐쇄병동의 감염관리를 위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 시설 특성상,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이 때문에 한번 바이러스가 퍼지면 순식간에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병원관계자들과 의료진, 간병인들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우선적으로 원천 봉쇄하는 것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훈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출퇴근 하는 병원 직원들과 간병인들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들을 24시간 병원에 격리시키기도 힘든 실정이라 쉽지 않은 문제"라며 "2주간 근무하고 2주동안 쉬도록 하는 2주간격 교대근무가 현실적으로 적당한 대안책"이라고 제안했다.
 
신규 입원자 입원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권준수 이사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원이 정말 필요한 환자에 한해 입원을 시키고 이들도 입원 시 검사와 더불어 임상적 상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선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상태"라고 소개했다.
 
반면 전수조사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정신질환치료를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수조사가 확대되면 입원치료가 필요한 지역사회 정신질환자들이 입원을 꺼리게 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욱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부회장은 "입원시설에는 중증환자가 많지만 간혹 갑자기 상황이 나빠진 경증환자들도 섞여 있다"며 "전수조사가 확대되면 병원 입원을 꺼리는 사례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는 비밀유지가 생명이다. 정신병원에 대한 과도한 전수조사는 오히려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도 국내 정신병원 시스템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정신병원의 의사당 정신질환자 비율은 1명당 60명 꼴이다. 이는 일본에 비해 2배 수준”이라며 “이 같은 문제는 설계단계부터 제대로 개선할 수 있도록 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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