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의 할복자살 시도, 부당 대기발령 등 노사 이슈가 끊이지 않는 바이엘이 이번에는 대기발령 상태의 26년 장기근속자에게 부당교육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26년 장기근속자 A씨의 남편인 B씨는 현재 우울장애로 병원 치료 중인 A씨를 대신해 19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정황을 설명했다.
B씨는 매일 바이엘코리아 본사(서울 신대방동)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B씨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작년 10월 A씨가 맡던 Finance&Taxes 업무가 글로벌 본사로 이관되면서 불거졌다.
A씨의 업무가 사라지자, 부서장은 1년치 급여를 위로금조로 주는 조건으로 비공식적인 권고사직을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A씨는 과중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를 받다가 곧 8개월 간 장기 병가를 냈다.
8개월 후 A씨는 지난 7월 4일자로 복귀했지만, 그의 담당업무가 본사로 이관된 탓에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대기발령 상태에서 그에게 가해진 교육 강도다.
통상 회사는 대기발령자의 직무 재배치를 위해 '직무향상 개발훈련 및 교육'을 제공하는데, 파이낸스 직무를 잃은 A씨에게 파이낸스 관련 번역을 시키는가 하면, 그 양도 매일 60페이지 상당의 2챕터씩 번역할 것을 요구했다.
남편 B씨는 "불가능한 양을 지시해놓고 평가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권고사직 때문에 입원했는데, 복귀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했다. 회사를 나가라는 건지, 사람을 괴롭히려는 건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원망했다.
A씨는 스트레스 우울장애로 또다시 병원에 입원했고, 현재 병가 상태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무리한 교육지시를 내린 부서장에게 항의하고자 회사를 방문했는데, 부서장은 건조물침입죄로 나를 고소했다"면서 "경찰 조사에서 부서장은 '하루 2~3장 분량의 번역을 지시했다'고 위증했으며, 회사 역시 같은 위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서장에 대한 징계와 대표이사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노조는 이 사안에 대한 조직적 대응을 피하고, 노조위원장이 사측과 A씨의 입장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노조위원장은 "A씨가 권고사직 및 교육 문제 발생의 매우 초기단계에서 병가를 두 번이나 냈다. 노조가 개입할 시간적 여유없이 올스톱 된 것이라, 단체행동은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면서 "하지만 나와 사측은 계속 조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A씨는 원직복직보다 적절한 보상을 통한 퇴직을 원하고 있다.
노조위원장은 "A씨는 ERP(희망퇴직프로그램) 수준의 보상금을 원하고, 사측은 그보다 적게 제시해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26년간 회사를 위해 근무해, 이직의 기회비용을 잃은 직원에게 회사가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측 "불가능한 분량의 교육 지시 없었다"
회사측은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면서도, 불가능한 분량의 교육 지시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바이엘 관계자는 "그렇게 불가능한 분량을 지시했겠는가. 부서장이 직접 말로 지시하면서 하루 2~3장 분량이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 개념의 차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제로 당일 그런 업무(60쪽 번역)가 진행되지 않았다. A씨는 다음날 바로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단 A씨의 휴직이 끝나야 접촉이 원만할 것이다. 인사부 쪽에서 계속 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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