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용기‧포장에 모든 성분을 표시하도록 한 약사법 개정안이 공포되자 소비자의 불편만 초래하는 불필요한 조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약사법 개정안은 작년 11월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12월 2일 공포돼 공포 후 1년 후인 올해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약사법은 의약품 속지(제품설명서) 안에 명시된 모든 성분명을 외관인 용기와 포장으로 끄집어내도록 했다.
품목허가증에 기재된 모든 성분의 명칭, 유효 성분의 분량(유효 성분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그 본질 및 그 제조방법의 요지) 및 보존제의 분량을 포장에 표기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보존제를 제외한 소량 함유 성분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성분만 제외토록 했다.
현재는 포장에는 주요 성분(함량 포함)만 명시하고, 세세한 성분들은 제품설명서 안에 담고 있다.
이 법을 처음 발의한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은 일부 의약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검출되는 사례가 있는 만큼, 모든 성분을 표기해 환자가 인지 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지금도 깨알 글씨로 가득한 포장용기에 더 많은 내용을 담는다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까?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보를 오픈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과 달리 의약품은 패키지가 작아 전 성분을 기재하는 것의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구매 후 볼 수 있는 제품설명서에는 훨씬 자세한 성분이 표기돼 있다"면서 "소비자의 관여도가 낮은 구입 전 단계에서 '모든 성분'이라는 정보를 제한된 공간 안에 전달하는 게 과연 효율적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높이려면 효능‧효과, 부작용 등 더 필수 정보의 글자를 키워 가독성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제약협회는 제약업계의 의견을 모아 의견수렴 기간인 2월 7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제약협회 박지만 보험정책실 차장은 "협회는 기재면적 확보를 위한 포장단위 변경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고 소비자의 제품 구입 및 사용에도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대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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