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3.24 06:14최종 업데이트 25.03.24 09:48

제보

병·의원 '수가 쪼개기' 올해도 계속될 듯…공단 "필수의료 강화 위해 불가피한 선택"

대개협 수가협상 공청회, '환산지수·상대가치점수' 연계 비판 이어졌지만…공단 "재정 상황 고려해 선별적 인상 할 수밖에"

(왼쪽부터) 대한개원의협의회 박근태 회장,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부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김남훈 급여상임이사, 박종헌 급여관리실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올해도 반복되는 수가협상에 대한 의료계의 비판과 개선 요청 속에 지난해 의정사태와 의료개혁에 건보 재정이 대거 투입되면서 건강보험공단 스스로도 올해 수가협상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 1조라는 심리적 상한선 내에서 결정되는 밴드 규모와 그 마저도 수가협상 당일까지 결정하지 않는 문제 등이 지적된 속에 지난해 이례적으로 진행된 의원·병원급 환산지수 '쪼개기'에 대한 비판이 나왔지만 공단은 올해도 같은 방향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요양기관 적정 보상 없이 출발한 수가계약제도…"선별적 인상 필요하면 별도 재정 투입해야"

대한개원의협의회가 22일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2026년 수가협상 공청회'를 개최하고 수가 협상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연구부장은 "정부가 애초 수가계약제를 도입한 취지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가를 정하는 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함이었다. 또 보험자와 공급자가 동등한 상대가 돼 계약을 통해 수가를 결정해 합리성을 담보하고자 했다. 그런 노력 속에 정부는 2008년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수가계약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8년 유형별 수가계약제 도입 이후 17차례의 수가계약 동안 의원급은 단 7회만을 체결했고, 병원급은 10회만이 체결돼 대다수가 결렬되는 등 정부의 취지와 달리 현재의 수가협상은 가입자, 공급자 모두가 불만인 제도가 되고 말았다.

실제로 그간 의협은 복지부에 ▲재정운영위 공급자 참여 보장 ▲조정 및 중재기구 신설 ▲중재 실패 시 경제지표 연계 수가 결정 ▲의원 경영지수 반영 ▲수가계약 시 이사장 재량권 확보 ▲활동 의사 수 현실 반영 ▲의료계 자료 접근권 보장 ▲건강보험 심사결과 지표 활용 ▲계약의 대상확대 ▲건강보험제도발전 위원회 제안 등 10개 수가계약제도 개선방안을 요구해왔다. 

김 연구부장은 "우리나라는 공적보험제도에 참여하는 요양기관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가계약제는 출발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애초 건강보험제도는 당시 환자가 별로 없어서 저수가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1988년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저수가가 의료기관의 수익과 진료행태에 영향을 미치게됐다. 그런데 2001년 충분한 검토 없이 상대가치체계가 들어오면서 이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의 권한, 특히 재정소위의 권한이 굉장히 막강하다"며 "재정소위는 공익 3명을 포함해 9인으로 구성되는데 공급자가 제외돼 있음에도, 이 위원회가 수가계약의 방향을 정하고 환산지수 수준의 예비 심사, 밴딩 규모 등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정소위가 당일에 최종 환산지수 조정률(밴드)를 결정하면 유형별 순위에 맞춰 유형별 통보 수용 여부만 결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 연구부장은 "재정소위의 통보로 인해 상호 입장 표명, 의견 조율, 협의 등 협상이 불가능하다. 현 수가협상은 협상과는 거리가 먼 공정하지 못한 '깜깜이 협상'"이라며 "특히 재정소위의 밴드 결정 과정은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부재하고, 위원회 구성과 특성상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2%, 1조라는 심리적 상한선이 작용하고 있어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환신지수 산출연구의 한계성에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쓰는 SGR은 미국의 모형인데, 어떤 거시자료를 선택하고 기준년도를 어떻게 정하냐에 따라 유불리한 유형이 생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김 연구부장은 "수가계약제가 진정한 계약제가 되기 위해서는 각 당사자에게 동등한 자료와 충분한 시간을 줘서 서로 검증하는 기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계약 내용에 있어서 환산지수 내 상대가치점수 변경 내용도 계약에 고려할 수 있을 것이고, 당해의 주요 변화도 반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별적인 인상이 필요한 부분의 기준이 원가 맞추려 하는데 보다 합리적 보상과 인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선별적 인상이 필요한 분야도 있을텐데, 이 부분은 건보재정만으로는 할 수 없기에 부분별로 별도 재정을 투입하는 보상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제도가 의정사태에 투입되고 있다. 건강보험 제도는 국가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법정 국고지원금도 준수하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등 수가 적용은 수가협상의 '원칙 훼손'…"건보공단, 법정 계약 준수해야"

특히 이날 의료계 패널들은  지난해 정부가 '차등 수가'를 적용해 '수가 쪼개기'를 진행한 데 대해 크게 문제 삼았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수가협상 시 일괄적 수가 인상이 아닌 필수의료에 수가가 더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에 놓고, 금년도에도 환신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한 수가 체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부회장은 "법적으로 상대가치 점수는 수가 계약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초법적으로 지난해 의원급 1.9% 인상분 중 1.4%를 상대가치 점수 인상에 사용하기로 건정심이 의결했다. 복지부가 수가협상의 원칙을 직접 훼손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건보공단은 법정 계약을 준수해야 한다. 향후 재정운영위 운영의 월권을 차단하고, 자체적인 협상권한을 갖고 수가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 복지부 역시 비정상적인 수가 협상을 정상적으로 돌려 놓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근태 회장 역시 "공단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으로 저평가된 의료 분야의 수가를 상승함으로써 수가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 금액이 상급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및 부족한 재정을 메꾸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로써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은 더욱 더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좌 부회장은 또 "무엇보다 재정위가 수가협상 마지막 날 전까지 수가 인상분을 공개하지 않아 공급자가 밴드를 알 수 없어 깜깜이 협상이 되는 것이 큰 문제"라며 "수가협상은 5월 초부터 시작하지만, 5월 30일까지 아무 의미도 없다. 5월 31일 오후 6시, 밤 10시에 가서 협상이 시작된다. 밴드 결정이 나지 않기 때문에 그 전에 만나봐야 서로 할 말이 없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좌 부회장은 "원래는 5월 31일 자정까지 협상을 해야하는데 법을 안 지킨다. 탄핵 심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될 때 날짜로 계산하지 말고 시간으로 계산하자고 하지 않았나. 올해 5월 31일 자정을 넘기는 지 눈 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가협상 마지막 날인 5월 30일보다 적어도 2~3일 전에는 밴드가 결정돼야 한다. 1차적으로 밴드를 확정하고, 2차적으로 유형별 수가협상을 하도록 두 단계 협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단 "국가 의료 정책 우선순위 있어…필수의료 보상 강화 위해 차등 인상 '불가피한 선택'"

의료계의 이 같은 비판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종원 급여관리실장은 "먼저 재정운영위원회가 월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공단 입장에서는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재정위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료를 직접 내고 있는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다만 밴드가 당일까지 결정이 안되고, 너무 낮게 결정되는데 대한 불만이 많은데 솔직히 지금까지 밴드 결정 근거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SGR 모형을 가지고 밴드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SGR 모형은 순위와 격차를 정하는 모형이지 전체 밴드를 정하는 모형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에 공단은 현실적인 밴드 규모를 결정하는 모형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개선 SGR 모형 등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올해 첫 번째 목표는 우리가 계산한 모형을 통해 전체 밴드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두 번째로 공급자들은 수가협상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문제를 제기하는데, 처음에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자료를 다 공개하고 있다. 아주 민감한 부분은 어렵지만 대부분의 통계 자료는 다 전달하기 때문이 공급자 기관들도 순위나 격차를 예상하고 협상에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실장은 "세 번째로 수가 인상률이 너무 낮다고 한다. 물가 인상률, 인건비 등에 비해 환신 지수는 1%대 이기 때문인데, 환산지수가 낮게 결정되는 이유는 실제 진료비가 목표 진료비보다 더 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산지수가 1.9% 올라도, 지난해 의원급의 실제 진료비 인상은 6.9%다"라며 "환산지수 계산할 때 비급여는 다 뺀다. 3차 상대가치 변화로 상대가치가 크게 올라갔다. 올해 개선 SGR 모형에서 제안하는 게 상대가치 변화를 빼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네 번째로 차등 인상 혹은 수가 쪼개기에 대한 지적도 많은데, 국가 의료 정책의 방향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이번 정부는 필수의료에 재정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라며 "공단도 전체적으로 저수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최근 많이 나아졌지만 급여 수가만 가지고 100% 따라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검체, 영상 부분은 100%가 훨씬 넘고, 수술과 처치 등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체적으로 다 올라가면 좋겠지만 재정 상황을 고려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5월 31일을 넘어 협상이 이뤄지는 데 대해 "지난해에는 거의 12시 전에 협상이 끝났다. 협상이 오래 걸리는 이유중 하나는 협상이 결렬되고 나면 그 결렬된 부분을 다시 나누고 하는 과정 때문이다"라며 "이제 공단은 다른 공급자 유형의 협상 결렬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협상을 하기로 결정했기에 올해는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도 참석해 "의협의 입장에 대해 잘 경청했다. 수가협상을 5년 정도 하면서 여러가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금년도 수가협상의 환경이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의료계와 소통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균형잡힌 수가 협상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