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불면증을 '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인식해야 하며, 약물과 비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아직까지 불면증을 즉각적으로 한 번에 치료하는 약물이 없는 만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자신에게 적정한 치료법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슬립테크2020에서 '불면증'을 주제로 강연하는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중 교수는 "밤이 되면 '어떻게 잘까' 고민하고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정말 많아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잘 자는 방법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불면증 환자 대다수는 노인 연령에 집중돼 있었으나, 최근 전자기기의 발달과 사용량 증가, 스트레스, 과다 카페인 섭취, 만성질환 증가 등 다양한 원인으로 젊은 연령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핸드폰(스마트폰) 사용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불면증 발생 연령이 대폭 떨어졌다. 빛은 낮의 특징인데 핸드폰을 밤늦게까지 작동하면서 밤에 자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불면증으로 인해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고 신체적·인지적 저하가 나타나는 문제가 발생해도, 대부분 불면증 환자들은 병원을 찾기 보다 자가적으로 대체요법을 시도하거나 건강기능식품 섭취, 수면제 복용 등으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실제 연구논문에 따르면, 불면증이 매우 심한 사람 중에서도 5%만 요양기관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불면증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아주 괴로워지기 전까지 병원을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불면증이라는 질환의 인식률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2차적 질환이라는 오해와 정신과 방문에 대한 선입견으로 병원 방문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환자들 뿐 아니라 전문의가 아니라면 의료진에서도 불면증에 대한 치료 인식이 낮은 편"이라며 "불면증은 당뇨병, 우울증 등에 따른 2차질환이 아닌 '공존질환'으로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면증이 공존질환이라는 근거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당뇨병, 우울증 등으로 불면증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불면증을 잘 치료하면 우울 정도가 개선되고, 당 조절이 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면서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불면증의 개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병원을 방문해서 약물치료만 의존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공인된 수면제는 습관성이라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 수면제 투약이 익숙해지면 잠이 안 오는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환자들이 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수면제가 기억에 영향을 주고 치매 위험까지 높인다는 코호트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단기간 동안만 만성화를 막는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수면분야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정확한 기전에 의한 근본 치료제가 없는 상태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써는 환자 개별적으로 적합한 비약물치료법들을 혼합해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만성불면증환자에게는 생활습관교정, 인지행동치료, 이완요법 등이 도움이 되며, 임상현장에서 환자 특성을 고려해 선택 또는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들 중 호르몬, 자율신경계, 대사 등이 항진돼 있어 각성상태를 유지해 예민성이 높은 환자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이완요법을 최우선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약물로는 단순 수면제가 아닌 항우울계통의 의약품 처방도 이뤄지고 있다. 불면증이 계속되는 환자들은 예민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는데, 이들에게는 단순 안정제 보다 항우울계통 약물 투여를 통해 정서적·생리적·인지적 긴장 상태를 해소시켜 치료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불면증이란 질환은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생기는 게 아니다. 하나의 원인에만 초점을 맞춰 치료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면서 "비록 효과가 덜 나고 오랜 기간이 걸리는 방법이라도 환자의 수면습관이 긍정적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치료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한 번에 좋아지기 어렵고 좋아지더라도 꾸준한 관리·치료가 필요한 질병인 것처럼, 불면증 역시 꾸준한 관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게다가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정확한 치료제도 없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학문이기도 하다"며 "어려운 분야이지만 불면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밤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한 수면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문의가 아니라면 의사마저도 질환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불면증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원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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