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바이오산업의 역사는 20년이 넘어서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자본 투자가 집중됐지만 여전히 블록버스터급 글로벌 혁신신약 성공사례는 없는 '태동기'에 머무르고 있다.
굴지의 대형 바이오기업들도 바이오시밀러 생산, 위탁생산개발(CDMO)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많은 연구자들과 의사들이 아이디어를 상용화하기 위해 바이오벤처에 뛰어들고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내놓고 있어도 제자리 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오산업은 자본·인력·기술 삼각편대 균형
메디게이트뉴스가 만난 바이오디자이너스 오성수·이동호 공동대표는 "바이오는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절대 제품화, 산업화에 다다를 수 없다. 자본과 인력, 기술이라는 삼각편대가 균형을 맞춰 돌아가야만 한다"면서 "실제 대다수 바이오텍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위해 자본을 무리하게 끌어오면서 처음 취지와 달리 자본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많은 부작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들 대표는 "특히 바이오쪽의 아이디어가 많아 창업을 하려는 의사, 연구자들이 정말 많은데 의욕만 앞서서 일을 진행시키다보니 인력도 자본도 없어 우여곡절이 생기는 사례가 허다한 상황"이라며 "서두르지 않고 탐욕부리지 않으면서 관계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선순환'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경험방침도 '좋은 기술과 인력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돈이 따라온다'로 정했다"고 조언했다.
오토파지사이언스 김정주 대표는 "일단 창업자가 최고 경영자라면 오픈마인드로 일과 사람을 대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계속 전문가들과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강점분야를 지속적으로 다루면서 전문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무작정 아이디어가 있다고 창업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회사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습득해야 한다"며 "창업 후 운영 과정에서 최초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실패를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 디자인 꼼꼼하게...실패도 염두에 두고 유연한 수정·보완 마련
뉴로비트사이언스 김수곤 대표도 "바이오텍 창업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니다"라며 "저 역시 신약개발 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치는데, 그럴때마다 왜 이사업을 시작했는지 돌이켜본다. 연구자이자 의사로서 고통받는 치매 등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들에게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혁신신약을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힘을 낸다. 예비창업자들도 설립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어려움이 닥칠 때 처음 마음가짐을 되새겨보면서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진 조양제 대표는 "임상시험 효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며 "이를 위해서 우선은 대상기술이 임상시험에서 확인이 가능한지, 프라이머리 엔드포인트(일차평가변수)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등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임상시험 허가자료에 맞춰 준비해야 하며, 특히 품질컨트롤·GMP 생산 등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대형제약사들과의 경쟁 아닌 상생과 협력에 주목
카나프테라퓨틱스 이병철 대표는 '상생'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인프라를 가진 바이오텍들은 글로벌시장에서 대형제약사와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매우 빠르게 돌아가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즉 바이오텍 혼자서 살아남기에는 매우 어렵다"며 "대안으로 바이오기업들간의 얼라이언스 구축이 있다. 우리도 이 같은 이유로 하반기 우정바이오에 합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협업 외에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연구개발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어가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공동연구 등도 중요한데, 실제 실제 시카고대, UCLA 등에서 원천기술을, 중앙대로부터 기존의 표적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혁신 항암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바이오신약은 연구기간이 매우 장기간 이어지고 인력, 자본 등의 제한으로 여러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가지고 갈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술이전 등 선순환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스파크바이오파마 박승범 대표도 연구 효율성 강화를 위한 협업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바이오텍은 임상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새로운 기전의 약물 개발할 때 임상실험 계획을 세우고(Clinical Planning) 임상계획을 정교화하는 데 어려움이 크고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한 비용 문제도 많은 편이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적절한 임상 계획을 세우고 동반진단 바이오마커 연구를 병행해 2상, 3상 임상시험을 위한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자 임상계획 정교화를 위한 전문인력과 빅데이터 핸들링 인력 등을 채용하는 한편 학계와의 연계를 통해 연구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채택했다"며 "동시에 타 신약개발 기업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신약개발 노하우를 배워나가는 방식으로 인력과 비용 문제 등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고 노하우를 전수했다.
부족한 인력이나 자원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극복
닥터노아, 루다큐어 등은 인력이나 자원 부족 문제를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닥터노아바이오텍 이지현 대표는 "대형제약사들과의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후반기 개발단계에서 소진되는 인프라를 아낄 수 있고 상용화 노하우 등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며 "공동 협력과 오픈이노베이션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혁신 기술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 같은 생각에서 단순히 공동연구, 기술이전에만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체적인 K-블록버스터를 만든다는 포부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다큐어 김용호 대표는 "바이오벤처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인력 등 자원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큰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생의 케이스에 주목해야 한다"며 "인력과 자원을 제공받는 만큼 이익(Profit)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라이센싱과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의 기술력이 좋은 약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아이셀 홍천표 대표는 "신약개발 회사인만큼 암환자, 자가면역질환자 등 고통받는 환자 한 명이라도 더 구하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며, 누구나 저렴하게 혜택을 받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면서 "독자적인 혁신신약 개발에 성공하려면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도 공동 개발이나 병용요법 개발 등 더 혁신화, 효율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임상에 적용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겠으나 그 중 가장 중요하는 것은 인재"라며 "창업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인재영입과 보유 전략이 필요하며, 리더는 항상 이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꾸준한 인력 확보와 인력양성 시스템이 관건
바이오텍 1세대인 알테오젠 박순재 대표는 "최근 4~5년간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가 매우 많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터닝포인트 시점"이라며 "여기서 치고 나가서 글로벌 회사가 조성되느냐 아니면 마느냐인 중대한 시기인만큼, 바이오회사들이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매우 어려워진다.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오 벤처 연구와 생산 모두 인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꾸준한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벤처 혼자서는 못하는 일이다. 정부와 학교 그리고 기업체가 협업해 인력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바이오텍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인력에 대한 트레이닝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펩트론 최호일 대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연구자는 물론 생산과 관련된 인력은 절대 수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산학연이 함께하는 인력 양성 모델과 교육시스템이 있어야만 새로운 바이오텍들이 성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생태계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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