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CEO 인터뷰] 카나프테라퓨틱스 이병철 대표 "오픈이노베이션, 적극적인 외부 기술 도입해 파이프라인 9개 확보"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암을 극복하기 위해 표적항암제에 이어 면역항암제가 등장했으나, 여전히 저항성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암은 면역세포, 기질세포, 혈관을 비롯해 다양한 세포와 세포 외 요소들로 이뤄진 복잡한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 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면역관문억제제가 듣지 않는 차가운 종양(Cold tumor)을 면역원성을 띄는 뜨거운 종양(Hot tumor)로 바꾸거나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플랫폼 개발에 한창이다.
카나프테라퓨틱스(Kanaph Therapeutics) 이병철 대표는 오랜 기간 글로벌 제약바이오회사에서 해당 분야를 연구한 끝에 지난 2019년 종양미세환경을 극복하는 차세대 면역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신약 등의 집중적인 개발을 위해 창업에 도전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대분자 화합물(Large molecules), 면역억제 요소를 극복하는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s)의 투 트랙 전략을 통해 효율적 종양 박멸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카나프 이 대표와 만나 구체적인 R&D 내용과 앞으로의 계획,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창업 3년차에 파이프라인 9개 확보…"적극적인 외부 기술 도입 덕분"
이례적으로 카나프는 창업 후 단기간에 파이프라인 9개를 확보했다. 이는 창업 전 이 대표의 1년여 준비 작업을 거쳐 유수한 연구인력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외부 기술을 확보해온 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9개 파이프라인은 크게 바이오신약(퍼스트인클래스)인 대분자 화합물(Large molecules), 베스트인클래스인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s)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대분자 화합물 분야는 면역종양학(Immuno oncology·TMEkine)-항체(Antibody)와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s)-Fc 융합(fusion)로 구성돼 있다.
면역종양학(TMEkine)에는 총 4개의 파이프라인이 있다. ▲KNP-101: Anti-FAP-IL-12mut(solid tumors) ▲KNP-102: Anti-CD20-IL-12mut(hematologic tumors) ▲Anti-FAP-Cytokine X(solid tumors) ▲Anti-CD20-Cytokine X(hematologic tumors) 등이다.
TMEkine은 종양미세환경(TME)을 표적으로 삼고 활성화된 면역 체계가 악성 암세포를 제거 할 수 있게, 종양 부위에서 면역체계를 재활성화하도록 설계됐다.
이중 IL-12 관련 원천기술은 UCLA를 통해 확보했다. 종양미세환경(TME)을 타겟팅해서 종양 주변에서만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다. TME 표적화 부위는 IL-12사이토카인을 TME로 유도해 전신 면역 반응을 최소화여 넓은 치료역 (therapeutic window)을 얻을 수 있으며, 면역 체크 포인트 억제제와 같은 다른 암 면역 요법과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이토카인X는 시카고 대학에서 라이센스-인했다. 이는 새로운 면역세포를 암세포 주변으로 모이게 해 차가운 종양에 면역원성을 띄는 뜨거운 종양으로 바꾸는 새로운 메커니즘이다.
자가면역질환에는 ▲KNP-301: C3b binder-VEGF binder (wet/dry AMD, DR/DME, and complement pathway related diseases) ▲KNP-302: C3b binder-CD59(dry AMD and complement pathway related diseases) 등 2개의 파이프라인이 있다.
이 대표가 산텐제약에서 항체연구를 총괄하는 디렉터로 일할 당시 황반변성 등에 대한 항체를 개발해 임상1상에 진입한 경험을 바탕으로, 언멧니즈(Unmet Needs)가 있는 습성 및 건성 황반변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습성 황반변성을 잡다보면 건성 황반변성이 발생하고, 그 반대로 건성을 치료하다보면 습성으로 전환되는 문제가 있다"며 "현재 시판 중이거나 임상시험 중인 약제는 둘 중 하나만 조절하는데,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이중 특이 융합 단백질을 설계·제작했다. 두개의 타겟을 동시에 잡는 접근 방식으로 질병의 다원적 요인을 해결하면, 습성을 접근하면서 동시에 건성까지 같이 치료를 할 수 있는 바이오신약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지난해 9월 카나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습성 황반변성을 적응증으로 하는 이중융합단백질 신약(KNP-301)에 대한 세포주 개발·공정개발·비임상·임상시료 생산 등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하는 위탁개발(CDO) 계약을 체결했다. 망막질환 바이오신약은 공정과 제형 개발이 핵심이기 때문에 CDO의 경험이 풍부한 삼바의 손을 잡은 것이다.
표적항암제 한계 해소할 저분자 화합물, 이르면 2023년초 임상1상 돌입
저분자 화합물 분야는 특정 돌연변이 신호 경로를 표적으로 삼아 치료하기 어려운 암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저분자 화합물, 종양에 의해 생성된 면역억제 환경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구성되어있다. 면역종양학(Immuno oncology)·표적항암제(Targeted therapy)인 ▲KNP-501: 4세대 EGFR inhibitor(NSCLC) ▲KNP-502: EP2/4 dual inhibitor(solid tumors) ▲Undisclosed(solid tumors)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들 물질은 올해말~내년초 독성시험이 완료된 후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해 2023년초에 1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바이오벤처는 빠른 시간 내에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 협업, 공동연구 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실제 시카고대, UCLA 등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 외에도 중앙대로부터 기존의 표적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혁신 항암 신약후보물질도 확보하는 등 외부와 협업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단기 목표는 자체적으로 임상 1상을 2개 정도 마무리한 후 기술 이전하고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초기에 기술 수출을 통해 글로벌 파마나 국내외 대형제약사들과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기술수출을 통해 내부 과제에 재투자가 이뤄지면 다시 파이프라인을 더 확장하고, 추후 자체적으로 임상2상 등도 추진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다. 즉 중장기적으로 R&D 선순환체계를 이뤄 회사를 확장해 신약개발 성공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카나프의 항암 과제에 대해 이 대표는 '면역·표적 항암 프랜차이즈'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내부 TMEkine과 EP2/4는 기존 면역 항암제 등의 다양한 치료제들과 콤비네이션을 통해 기존 면역항암제의 저항성 극복 및 반응률을 증대시키고, ▲내부 EGFR 과제와 RAS 패스웨이 신규 과제등은 기존 표적 항암제등과 콤비네이션을 통해 기존 표적항암제의 저항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파이프라인 확장으로 창업 3년차에 시리즈B 투자까지 이뤄냈다. 20억원대 엔젤 투자 유치에 이어 설립한지 8개월만인 지난 2019년 10월에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메리츠종금증권(메리츠디에스신기술투자조합)으로부터 70억원대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GC녹십자,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4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받았다.
펀딩을 받은 330억원은 내부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단계에서 사용할 예정이며, 다음번 투자에 대해서는 임상1상에 투입할 계획이다. 저분자 화합물 베스트인클래스 개발과 달리 대분자 화합물 퍼스트인클래스 개발은 세포주 개발에 시간이 소요되어 오는 2023년 중후반쯤에 임상1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계기로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현재 파이프라인 중 개발 단계를 볼 때 자체적으로 4개정도에 대한 임상1상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 회사 규모와 인프라를 고려해 이중 2개는 직접 수행하고 2개는 기술 수출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라며 "짧은 기간 동안 대규모 펀딩을 받은 것은 회사 파이프라인의 잠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라며 "다수의 R&D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것은 물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외국 유수의 전문인력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나프에는 암젠 등 글로벌제약사에서 18여년 저분자 화합물 합성경력을 갖춘 신영숙 전무, 동아ST와 LG화학에서 연구활동을 해온 최성필 상무, 암젠 등 약학 관련 17년 경력이 있는 장지훈 상무와 하버드, 비비드바이오에서 일해온 임상균 상무, SK바이오팜,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근무한 윤영수 전략기획실장, 삼일 회계 법인 및 TCM에서 근무한 재무 담당 강수희 이사,삼성바이오에스피, LG생명과학에서 16년 경험을 쌓은 김남주 CMC 팀장과 베링거인겔하임에서 일한 임상 전문가 정하연 팀장 등 글로벌 파마와 국내 제약사에서 많은 경험을 갖춘 인력들이 포진돼 있다.
내부 전문인력은 물론 글로벌 트렌드 선두 위치 포지션을 위한 자문 위원회도 마련했다. 임상개발과 관련해 연세대 조병철 교수와 피츠버그대 제이슨 루크 교수(Jason Luke MD), IO 분야는 RayzeBio의 CSO로 근무하는 데보라케리취(Deborah Charych) 박사와 NGM에서 디렉터로 근무하는 김정 박사, 저분자 화합물은 UC 샌프란시스코 브라이언 쇼이켓(Brian Shoichet) 교수(Ph.D.) 등 신약 연구개발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리더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 대표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와 비교했을 때도 자사가 가진 파이프라인은 충분히 경쟁력을 지닌다고 본다. 특히 TMEkine은 면역항암제의 넥스트웨이브이자 언멧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라며 "종양 주변에서의 선택적인 면역 세포 활성은 물론 전신 독성의 한계를 극복한 IL-12 및 cytokine X에 대한 연구는 자사만 가진 경쟁력이며 이를 바탕으로한 자사 플랫폼은 상당히 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EGFR 3, 4세대 저해제를 모두 아우르는 EGFR 과제와 두 가지 황반변성을 한 번에 잡는 이중융합 단백질 바이오신약까지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 카나프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 대표는 "다만 바이오신약 등은 연구기간이 오래 걸리고 인력, 자본 등의 제한으로 여러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가지고 갈 수 없는 한계점도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술이전 등의 선순환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자본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임상 개발을 위해서 다른 회사들과 얼라이언스 구축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제약 산업은 매우 빠르게 돌아가는 만큼 혼자 살아남기는 매우 어렵다. 분업화를 통해 서바이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바이오기업들간의 얼라이언스 구축이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서울 한남동 연구소와 광교 합성실험실 외에도 올해 하반기 우정바이오 클러스터에 합류하는 것도 얼라이언스 구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연구개발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철 카나프테라퓨틱스 대표
서울대 생물학 학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 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캠퍼스 박사학위
전 제넨텍 연구원
전 23andMe연구원
전 산텐제약 안과치료 항체 연구 총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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