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단에서는 수백억원이 오가고 있었는데, 우리는 밥값 2천원에 떨었다."
일상과 업무에 팽배한 무력감, 일명 '최순실 증후군'이 제약업계에서 이중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 밥도 눈치 보면서 먹던 제약업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느끼는 허탈감은 더욱 큰 것이다.
제약사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대상자인 교수, 기자들과 관계된 업무가 많다.
당연히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아,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과 관계를 유지할 때 허용 가액(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례 등 목적에 한해)인 3만원 이하 밥값, 5만원 이하 선물, 10만원 이하 경조사비를 지켜야 한다.
여러 명을 만날 때에는 단돈 천원이라도 허용선을 넘길까봐 노심초사하고, 김영란법에 부담을 느낀 대다수 교수들은 만남 자체를 거부한다.
다국적 제약사 홍보 관계자는 "밥 한번 먹을 때마다 3만원에 맞추려고 몇 천원에 떠는데 저 위에서는 몇 백억이 오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김영란법 이후 얼굴을 보면서 얘기할 일도 전화 통화나 이메일, 문서로 얘기하고 있다"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면 내부 지침은 더욱 엄격해진다. 내가 뭔가 공정하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무력감의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내년 사업계획과 예산을 짜는 데 애먹고 있다.
김영란법과 노바티스 리베이트 사건 후 마케팅 활동의 허용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결국 '아무 것도 하지말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제약사 PM(Product Manager)은 "이것저것 생각하지만 결론은 결국 기다려보자는 것"이라며 "김영란법 적발 사례가 쌓여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생기고 노바티스 관련 판결이 나와 허용선이 어딘지 분명해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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