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사건과 관련한 형사소송 1심에서 의료진 피고인 7명(교수 3, 전공의 1, 간호사 3)에 대한 전원 무죄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합의부는 21일 전공의를 제외하고 의료진 6명의 오염 가능성을 높이는 분주행위를 막지 않은 주의의무 소홀은 인정했지만 스모프리피드 분주행위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에 따른 패혈증 사망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의료진(조모 교수·전공의) 변호인의 최종 의견서에 따르면 증인과 감정인의 진술 등을 들어 의료진들의 과실과 사망원인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주사제 준비 과정에서 오염 과실이 주요 쟁점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질본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주사제 분주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감염돼 신생아 4명이 사망했다. 이런 시트로박터균이 피고인들의 과실로 인해 감염돼 피고인들에게 과실치사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불명확한 처방을 하고 이후 결과를 확인하지 않거나 교수로서 전공의에 대한 지도 감독 및 전공의를 통한 간호사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나 피해자들의 주치의로서 간호사들의 분주·지연사용 관행을 방치 또는 묵인한 과실, 간호사들의 주사제 준비 행위와 관련한 감염관리 관련 교육·지시·감독 의무를 실시하지 않은 과실, 주치의로서 간호사의 지질영양제 준비·투약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감독 소홀, 로타바이러스 검출을 간과하고 격리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과실 등이다.
변호인 의견서에서 "공판 과정에서 법원 감정인의 감정결과가 간호사의 손을 통해 오염됐다라는 역학조사를 단정할 수 없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간호사의 손을 통해 오염됐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고 검찰은 1월 14일자로 공소사실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대신 의료폐기물 수거함과 싱크대가 인접해 균의 오염 가능성이 높은 주사 준비대 위에서 플라스틱 병걸이가 있는 병을 올려놓고 주사를 준비한 과실, 맨손으로 주사를 준비한 과실, 무균실이 아닌 곳에서 주사를 준비한 과실 등을 추가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변경된 공소사실에 기재된 과실을 피고인들에게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결과서에 기재된 주사제 준비과정에서 오염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공소사실에 기재된 각 과실이 있는지, 과실과 환아들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다"라고 밝혔다.
검체 수가 과정에서 오염 과정, 검체 신뢰할 수 없어
검체 수거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으로 검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증언이 무죄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관 증인은 "(검체 수거가)부적절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수거했던 가장 주된 이유는 맨 처음에 아이들이 전해질이라든지 아니면 약물 자체를 잘못 투여했을 가능성을 먼저 고려했기 때문이다. 수거하면서도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라 질본 역학조사가 필수라고 생각했기 떄문에 질본을 불렀다. 아이들의 대변 등 여러가지 쓰레기들이 잔뜩 들어있다고 (변호인들이) 이야기했는데 이로 인해 주사기 세트가 오염됐다면 대장균이나 이런 것도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감염방지 조치를 취한들 소용이 있다기 보단 더 오염이 되기 전에 빨리 수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감정인인 소아감염 전문가 역시 “검체 수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100% 오염이 안된다고 말하기 힘들다. 쓰리웨이가 막혀있더라도 수액줄을 타고 위로 올라갈수밖에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다른 감정인은 “환자의 대변, 소변 환자 채혈을 하면서 폐기되는 채혈이 함께 오염됐다. 다양한 세균이 증식할 수 있고 10시간 정도 된 것은 폐기물 안에서 다양한 세균이 서로 교차로 감염되면서 오염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를 받고 부검감정 결과서에도 이를 인용했지만 검체 수거 과정이 부적절했다고 발언했다. 국과수 부검감정 보고서가 질본 역학조사 결과서의 신빙성을 부여하는 증거가 아니라 역학조사 결과서에 대한 증명력을 놓친 증거”라고 했다.
형새재판, 인과관계 명확하고 합리적 의심할 여지 없어야
형사재판에서의 입증 책임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주장도 무죄 주장에 힘을 보탰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 이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지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형사재판에 확립된 판례다. (대법원 1996.3.8.선고 95도3081 판결)
변호인은 "질본 역학조사관은 역학조사 결과와 사실관계의 역학적 개연성이 70~80%라고 증언했다. 검체 체취과정과 증거 취사선택에 문제가 있다면 개연성은 상당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감정인인 소아감염 전문가는 “역학조사에 대한 한계는 사실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사실을 밝히는 것이 50%도 안되는 것 같다”라고 증언했다.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질본은 16일 지질영양제의 바실루스 균 배양결과에 대해 폐기물통을 통한 오염이라는 이유로 증거 선택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폐기물통으로부터의 오염에 의해 수액줄을 거슬러 올라가 바실루스균이 지질영양제를 오염시킬 수 있다면 같은 논리로 15일 지질영양제 역시 폐기물통으로부터 시트로박터균이 수액줄을 거슬러 올라가 오염된 것이라는 의심을 해야 한다"고 했다.
소아감염학회가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사망한 모든 신생아의 패혈증 원인은 오염된 스모프리피드의 분주에 의한 것이라 단정지을 근거가 부족했다. 실험이 이뤄진 검체의 수집과정이 시기적, 장소적으로 이 사건의 근본적 원인파악을 하는데 제한이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변호인은 “주사제 준비 단계에 대한 오염의 개연성은 제기할 수 있으나 주사준비실에서 균의 발견은 사건의 전후 사정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이 생겼다고 단정지을 근거는 부족하다”고 했다.
전공의의 간호사 관리감독 책임은 면제
의사들의 간호사 관리감독 책임에 대해서는 주의의무 위반이 일부 인정됐으나, 전공의의 관리감독 책임은 면제됐다.
의사인 피고인들이 간호사들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위반과 신생아 4명 사망 결과에 대해 의사인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로 형사책임을 지우려면 간호사들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위반과 신생아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대법원 2011.4.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변호인은 "기소된 전공의는 처방 자체를 하지 않았고 다른 전공의가 했다. 불명확한 처방을 하고 이후 결과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것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대목동병원에서 주사제 준비를 위한 무균시설은 약제과 내에만 있고 병동에는 없다. 하지만 이는 JCI인증과 의료기관인증평가를 통과했고 간호사들은 무균 조작을 충분히 했다. 복지부는 분주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고 답변했다"고 했다.
변호인은 “지질영양제 자체와 수액세트의 오염가능성이 있다. 전공의가 간호사 관리감독에 대한 권한이 실질적으로 부여되지 않았고 수련병원에서 전공의에게 처방 이외에 지질영양제 관리책임, 시설관리책임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라며 “신생아 4명이 분주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의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서 무죄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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