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신약개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빅파마들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전략을 선택과 집중에서 '양적 확대'로 변경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술 거래와 인수 합병(M&A) 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적극적인 기술 거래를 통해 임상초기에 투자수익률, 성공가능성 등을 빠르게 판단해 부재하다고 보면 이를 과감하게 취소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지난 9일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제약·바이오 사업개발연구회 주관으로 열린 2020년 제1회 제약·바이오헬스 통계포럼·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제약산업 전망이 나왔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강령우 팀장은 "최근 1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을 분석하면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1상에서 최종 허가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9.6%에 그친다"면서 "반면 신약에 소요되는 개발 비용(12억달러→20억달러)과 시간(11년→14년)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게다가 "후보물질이 고갈되고, 환자중심의 임상시험 절차 개선, 제네릭 유입 경쟁 심화, 인공지능 접목 등 신약개발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위험부담과 신약개발 촉진을 위해 미국, 유럽연합, 호주, 일본, 중국 등의 정부는 신약개발 관련 규정과 임상절차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ICH E17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불필요한 임상시험 중복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환자 모집, 의약품 개발 시기 동기화, 새로운 의약품 조기 접근, 데이터 투명성 강화 등 내용이 담겨 있다.
강 팀장은 "매출 대비 투자비율은 20%에서 5년 후 19%정도로 소폭 줄어들지만 파이프라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적응증은 항암제를 중심으로, 심뇌혈관질환, 내분비질환 등에 집중돼 있으나 최근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항바이러스 제제 등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 팀장은 "신약개발 과정을 보면 임상2상 이후 많지 않다. 이는 임상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디자인을 많이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며 "1상을 해본 후 가능성을 판단해서 안 될 것 같으면 빨리 킬(Kill)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대표도 신약개발의 어려움을 고려해 빅파마들의 전략이 대폭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대부분 기술 거래는 초기에 많이 이뤄지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하지만 초기물질을 상용화하기까지 어려움이 많다"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선택과집중' 전략을 버리고, 임상파이프라인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트라링크스 한국지사 김선식 대표는 "M&A도 양적 확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빅파마들이 예전에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갔지만, 이제는 좋은 파이프라인을 계속 들여오는 것이 회사 사운이 달린 일로 보고 양적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주춤하나 다른 산업계와 달리 제약바이오, 헬스 산업 분야는 앞으로 대폭 성장이 예고된다"며 "M&A 마켓에서 제약바이오는 8%의 점유율에 그치지만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대폭 증가하면서 내년 후반부터 10%대 점유율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형 사모펀드들이 역대급으로 가장 많은 투자금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성공시 매우 높은 수익금을 가질 수 있기 때문 제약바이오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에서 제약바이오산업계에 적극적인 M&A와 라이센스아웃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