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현대약품의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에 대한 품목허가와 처방·투약권을 두고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미국·프랑스 등에서 30년 이상의 장기 추적자료가 있어 가교임상이 생략될 가능성이 높지만, 산부인과 전문의의 제한적 처방과 투약에 대한 논란으로 연내 품목허가가 가능할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로부터 미프지미소의 가교임상 면제 의견을 전달받았다.
미프지미소는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현대약품이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의약품이다.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ug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다.
국내 판권을 가진 현대약품은 지난 7월 6일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빠른 품목허가를 위해 라인파마와 긴밀한 협조로 관련 임상자료 등을 제출했다.
식약처는 품목허가 신청에 따라 해당 의약품에 대한 내부 검토는 물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을 꾸려 자문을 받았다.
문제는 최근 중앙약심이 식약처에 가교임상을 면제하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가교임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교임상은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 국내에서도 동일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증용 임상시험의 일종이다. 국내외 거주 중인 한국인을 대상으로 얻어진 약동학 연구, 약력학 연구자료 또는 용량, 반응시험자료, 안전성·유효성 확증시험자료 중 1가지 이상이 필요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은 "가교임상을 면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중앙약심의 재심의 요청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반대 측 입장은 "이미 미국·프랑스 등에서 30년 전 허가된 의약품으로, 다양한 인종에 대한 자료가 확보돼 있어 추가적인 가교임상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다인종이 거주하는 미국은 물론, 베트남과 인도, 중국 등에서도 미프진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검토한 결과 인종간의 차이가 없고 이미 70개국에서 사용 중이기 때문에 한국 허가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가교임상을 하게 되면 품목허가 시일이 2~3년 지연되기 때문에 미프진을 이용하려는 환자들이 불법적으로 약품을 사거나 가짜약을 구매·복용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즉 빠르게 품목허가를 통해 정상적인 공급과 유통이 이뤄져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교임상을 생략하면 연내에 시중에서 미프진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듯 하나, 또 하나의 '복병'이 남아 있다.
미프진을 여타 다른 전문의약품처럼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로 투약이 이뤄지게 할 것인지, 아니면 해당 의약품의 특수성을 고려해 처방과 투약 모두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약사회 등에서는 일반적인 전문의약품처럼 조제는 약사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전문가 단체에서는 미프진을 단순한 피임약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미프진은 일반적인 피임약이 아닌 태아를 사살하는 '임신중절의약품'으로 생명윤리와 환자의 건강, 책임 등이 뒤따른다"면서 "투약 전 검사, 의약품 처방 뿐 아니라 투약과 투약 후 관리(재검)까지 철저한 전문가 통제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본인도 의사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임신중절 의약품을 책임지고 처방, 조제하기는 어렵다"라며 "투약 후 환자와 태아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한 만큼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에 의해 제한적이고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산부인과 전문의의 제한적 처방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을 예외조항으로 두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풀어두게 되면 상당한 부작용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어 해당 논란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교임상 여부에 이어 처방·조제권에 대한 논쟁이 불붙으면서 식약처는 현대약품 미프진미소에 대한 중앙약심을 한 차례 더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해외에서 장기간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임에도 국내에 들여오는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라며 "환자들이 정상적인 경로로 안전하게 약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빠르게 이견을 조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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