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질환의 발생률이나 유병률이 매우 낮은 질환으로, 진단이 어렵고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희귀질환법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유병(有病)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으로 정의했다.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환자들이 1~2년 안에 진단을 받지 못하고 병원을 여러 군데 전전하는 데 있다. 그만큼 잘못된 치료로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낭비한다. 또한 진단을 받더라도 치료방법이 없거나 고가 치료제가 많아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의 심리사회적·경제적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나온 정부의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는 보건복지부고시 본인일부부담금 산정 특례에 관한 기준 제5조3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으며, 본인부담금으로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0%만을 부담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희귀질환으로 성인발병 스틸병 등 91개 질환을 추가해 산정특례를 적용받는 희귀질환은 총 1014개다. 산정특례 혜택을 받는 인원은 전년 26만 5000명 대비 5000명 정도 늘어난 27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추후 환자 수요 및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미진단 임상센터를 확대하고 국제 희귀질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희귀질환 1~2년 안에 진단안되면 몇년씩 여러 병원 전전
희귀질환 진단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1~2년 안에 진단되지 않으면 몇 년씩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천대 산학협력단이 2018년 11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정책연구용역을 의뢰받아 '국내 희귀질환 현황 분석 및 지원 개선방안 도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희귀질환자와 가족 응답자 1705명 중에서 증상 자각부터 진단까지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64.3%(1096명)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 1~2년 16.2%(276명), 2~3년 4.8%(82명), 3~10년 8.6%(147명), 10년 이상 6.1%(104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혈액 및 조혈기관의 질환과 면역기전을 침범하는 장애나 선천기형, 변형 및 염색체 이상 등은 진단에 시간이 걸렸다.
희귀질환 첫 진단을 한 요양기관은 상급종합병원이 62.23(106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종합병원 27.1(462명), 병원 7.04%(120명), 의원 2.46%(42명), 보건기관 0.47%(8명) 등이었다.
희귀질환자들이 최종 진단을 위해 방문한 요양기관수를 보면 1개 20.88%(356명), 2개 34.84%(594명), 3개 27.62%(471명), 4개 6.51%(111명), 5개 이상 9.85%(168명) 등이었다. 1개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2~3를 방문하며 5개 이상 방문하는 것도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귀질환 자료와 돌봄에 대한 주요 정보원을 보면(중복 응답) 병원 의료전문가 43.3%(840명)에 이어 인터넷 28.35%(550명), 환자단체 13.81%(268명), 가족이나 친구 7.68%(149명) 사회복지사 2.63%(51명) 등이었다.
희귀질환자들의 미충족 의료는 전체의 16.95%(289명)가 가지고 있었다. 미충족 의료가 발생한 이유는 진료 및 치료비를 지불할 돈이 없어서 24.22%(70명), 해당 질환 전문가를 찾을 수 없어서 18.69%(54명), 치료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11.76%(34명), 지역 내 치료를 받을 시설을 갖춘 곳이 없어서 26.3%(76명) 등이었다.
산정특례 지원되지만 연간 1000만원 이상도 15%...의료비 지원 확대 최우선
환자들 본인이 정부의 희귀질환 지원사업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인지할까. 연구팀이 2018년 전체 1572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환우회 19.3%(304명), 의료기관 39.7%(624명), 친지 지인 9.7%(153명), 언론 및 인터넷 13.1%(206명), 보건소 13.1%(206명), 건보공단 3.1%(48명), 기타 2.0%(31명) 등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희귀질환의 어려운 점은 의료비에 있었다. 2018년 기준 최근 1년간 발생한 의료비는 1만~25만원 14.0%(239명), 25만~50만원 미만 4.4%(75명), 50만~100만원 미만 9.5%(162명), 100만~200만원 미만 19.8%(338명), 200만~400만원 미만 14.5%(248명), 400만~800만원 미만 13.0%(221명), 800만~1000만원 미만 1.5%(25명), 1000만원 이상은 14.9%(254명)이었다. 1000만원 이상 비용을 쓰는 질환에서는 선천 기형, 변형 및 염색체 이상(66명), 신경계통 질환(69명) 등이 가장 많았다.
가계 생계비 중 의료비를 지출하는 비중은 전체 응답자의 1~20%가 49.44%(843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20~40% 27.68% (472명) 40~60% 12.84%(219명), 60% 이상을 쓰는 사람도 10.1%(171명)이었다.
2016년 기준 희귀질환에서 의료기관 이용을 한 환자수가 가장 많은 질환은 ‘비가역적 확장성 심근병증’ 1만8904명으로 나타났다. 이어 ‘쉐그렌증후군’ 1만1936명, ‘비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1만1718명, ‘모야모야병’ 1만561명, ‘특발성 폐섬유증’ 7965명 등이 차지했다.
유병자 수가 가장 많은 질환은 ‘베체트병’ 3만5229명이었고, ‘쉐그렌증후군’ 3만3137명, ‘비가역적 확장성 심근병증’ 3만866명, ‘복합부위통증증후군 II형’ 2만877명, ‘모야모야병’ 1만5738명 순으로 나타났다.
의료비용을 살펴보면, 1인당 본인부담금의 최대값이 가장 높은 질환은 ‘유전성 제8인자 결핍’ ‘A형 혈우병’ ‘고전적 혈우병’ ‘혈우병 NOS’ 등으로 3억2929만7090원이었으며, ‘유전성 제9인자결핍’ ‘B형 혈우병’ ‘혈장트롬보플라스틴성분결핍’ ‘크리스마스병’이 1억349만670원, ‘발작성야간헤모글로빈뇨’9916만7600원, ‘Ⅱ형점액다당류증’‘헌터증후군’ 8835만800원, ‘베타-글루쿠론산분해효소결핍’ 8325만7260원 순으로 높았다.
1인당 본인부담금의 중앙값이 가장 높은 질환은 ‘Ⅱ형점액다당류증’ 2820만2580원이었으며, ‘Ⅰ형점액다당류증’1821만1800원, ‘B-세포수가정상이거나감소된중증복합면역결핍’ 1545만1050원, ‘유전성 제9인자결핍’ ‘B형 혈우병’ ‘혈장트롬보플라스틴성분결핍’ ‘크리스마스병’ 457만9800원, ‘유전성 제8인자 결핍’‘A형 혈우병’ ‘고전적 혈우병’ ‘혈우병 NOS’ 437만5800원 순으로 높았다.
환자들이 생각하는 희귀질환에서 우선 선행돼야 하는 부분은 의료비 부담에 있었다. 의료비 지원 확대 62.64%(1068명)에 이어 전문 의료기관 설립 18.71%(319명), 희귀질환 정보 제공 10.15%(173명), 사회적 관심 촉구 활동 4.46%(76명), 국내 희귀질환 실태 조사 4.05%(69명)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환자들이 정부에 바라는 지원책은 생활 경제적 지원 57.6%(982명), 전문 의료기관 설치 24.81%(423명), 연구지원 10.21%(174명), 희귀질환 현황 파악 5.4%(92명)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희귀질환은 진단이 어렵고 대부분의 치료제가 고가이므로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의 심리사회적·경제적 부담 역시 과중하다.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라며 "희귀 질환은 희소성과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민간차원에서 투자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기 힘든 시장실패 영역이라 국가 차원의 관리 및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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