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추무진 후보는 현직 회장인 관계로 이렇다할 선거캠프를 구성하지 못했다. 그는 2월 10일 자신의 불신임안을 상정할 예정이었던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상정되지 못하자 출마를 결심했다. 이날 선거캠프까진 아니지만 일을 도와줄 몇몇 사람을 구성했다. 추 후보의 당선을 돕고 있는 백재욱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전 의협 조경환 홍보이사의 제자이자 후배다. 조 전 홍보이사는 2월 28일 의협 이사직을 사임하고 추 후보의 선거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무진 후보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후보님을 특별히 돕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현 의협회장이다 보니 캠프가 없습니다. 단체채팅방에 몇 명이 모여있습니다. 서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물어볼 것이 있을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높은 지위에 있던 분들은 현안을 잘 모릅니다. 각종 공약으로 회원들에게 잘해주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회원들은 공허할 때가 많습니다. 밑바닥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현안을 후보들에게 전달해줘야 합니다.
좋은 공약, 착한 공약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과 다를 때가 많습니다. 의협회장을 4년 가까이 해온 추 후보에게 현실적인 문제를 자각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개원의 자체가 매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각종 정책으로 구조가 변할 때마다 누가 힘들어지고 누가 유리해지는지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개원하고 있는 서울 도봉구에는 만성질환 환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가장 많아 실사를 받은 5개 의료기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만성질환 관리제부터 각종 만성질환과 관련된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개원의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내과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의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검진센터들이 각종 검사만 하고 치료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진료하겠다는 의사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성질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개원의들의 상황이 이런데 거창한 공약을 외칠 수는 없습니다. 투쟁을 외칠 수도 없습니다. 만성질환을 1차 의료기관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의협회장이 바뀌면 현직 회장이 발벗고 추진하던 정책은 침몰할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현 회장이 자리를 잡게 만든 만성질환관리 사업을 정착시킬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습니다. 개원의가 어려워지면 봉직의 처우라도 개선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의협회장은 정부와 싸우는게 아니라 수많은 환경이랑 싸워야 합니다. 개원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입니다.
2월 10일 의협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렸던 날 저녁에 전화가 왔습니다. 조경환 전 의협 홍보이사이자 저의 은사님이 선거를 돕자고 하셨습니다. 이틀 뒤엔가 추 후보를 만나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열악한 개원 환경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추무진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개원의들은 주변 환경에서 겪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쉽게 파업이라는 것을 할 수 없습니다. 파업을 하더라도 이게 맞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겁니다. 10년간 이런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의협의 대개혁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작지만 물이 새는 것부터 막아야 합니다. 작은 것부터 손을 봐야 합니다. 의협은 개원의에게 필요한 작은 업무를 하나하나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현지점검과 실사, 업무 계약, 임대차계약 등 법률 자문을 구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최근에도 어떤 장비 계약을 3년간 계약을 했지만 자동 연장하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해지하겠다고 하니 1개월 전에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3년 계약금을 추가로 요구하더군요. 너무 화가 나서 법적 소송까지 준비하려고 합니다. 수가도 수가지만, 이런 법적인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부풀린 공약을 발표하거나 파업을 외칩니다. 생각보다 훨씬 병의원이 어렵습니다. 추 후보는 화려한 공약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개혁을 꿈꿀 때가 아니라 작은 시스템이라도 하나하나 개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 그를 지지합니다. 틈새이자 깜깜해 보이는 구석에서 그를 지지하는 것입니다."
-추무진 후보의 가장 큰 장점 한 가지와 단점 한 가지를 꼽아주세요.
"일단 이야기를 잘 들어줍니다. 개원의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추 후보는 간결하게 개원의가 처한 현실 개선을 위해 일하자고 이야기합니다.
단점은 공약을 부풀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추 후보는 진찰료 30% 인상을 추진하고 모두 다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공약을 제안해도 현실성에 어긋나면 거절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공약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임직원의 건강보험료 할인을 내세웠지만 추 후보는 거절했습니다. 건강보험 청구액의 10%는 저를 비롯한 직원들의 건강보험료로 나갑니다. 건강보험료 할인은 법률 때문에 안된다고 하더군요. 착한 공약, 나쁜 공약이 있겠지만 전쟁을 위해 달콤한 공약을 내세울 필요도 있습니다. 전쟁을 하면서도 뒤에 가면 맛있는게 많다고 하는게 대부분인데, 추 후보는 절대 그러지 않는 분입니다."
-추무진 캠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소개나 자랑 부탁합니다.
"현직 회장이다 보니 너무 바빠서 모일 수가 없습니다. 개원의 입장에서 각종 의견에 대한 대답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서로 토의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선거운동은 그저 조용히 할 뿐입니다."
-가장 경쟁상대로 보이는 후보가 있습니까? 다른 후보캠프에 궁금한 점, 또는 칭찬할 점, 지적할 점이 있다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있던 후보들은 단일화를 하지 않습니다. 정치공학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여당이 없고 다 야당인데 여당 포지션을 만들어놓고 주야당이 없는 상태로 4당, 5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과연 그 모토가 '단합'이 맞는지 비대위 출신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단합을 외치면서 단합이 안되는 것은 아닌가요. 의협회장 선거는 의사들의 정치 행위인데 분열만 있습니다. 일반 의사들은 그 시스템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서로 단합을 외치면서 갈기갈기 찢어져 있습니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이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개원의들이 모여서 협동조합 등 뭔가를 해보자는 제안도 많지만, 그럴 수 있는 개원의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의료현실은 정말로 척박합니다. 현실은 위에서 회원들을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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