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10억 넘는 손해배상액에 금고형 실형…잇따른 사법부 판결,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
연이은 의료관련 민·형사 소송서 의사에 가혹한 판결 이어져…위험한 업무 기피현상 심화 우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 의사들이 떨고 있다.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생각하며 진료해야 할 의사들이 어떻게 하면 범죄자가 되지 않을 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법부가 의료사고와 관련한 의료소송에서 지나치게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판결을 연이어 내리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간 신체의 불완전성과 의료 과학기술 발전의 한계로 인해 의사들은 100% 완벽한 환자 솔루션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의사의 손을 거쳤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발생할 악결과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의사에게 묻고 있다.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12억 배상 책임…악 결과 예측 못했다는 이유로 금고형까지
올해 가장 먼저 의료계에 충격을 안겨준 사건은 7월 수방지방법원이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12억원의 배상책임을 물은 사건이다.
법원은 해당 사건의 산부인과의사가 태아의 이상을 즉각 인지해 처치를 하지 못함으로 인해 태어난 아기가 뇌상마비에 결렸다고 판단했다.
또 올해 8월에는 대법원이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대동맥박리를 미리 진단하지 못한 응급의학과 의사(당시 전공의)에게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다.
해당 환자는 응급실에서 흉부통증을 호소하긴 했으나 심전도와 심근효소 검사 등에서 이상이 없었다. 이에 응급의학과 의사는 해당 환자를 급성위염으로 진단하고 퇴원 조치했다.
법원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당시 대동맥박리를 의심할 뚜렷한 증상이 없는 환자지만, 해당 의사가 이를 예측하고 추가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올 9월에는 대법원이 수술 대신 보존적 치료를 결정한 외과의사로 인해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했다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당 의사는 당시 해당 환자가 6개월 전 개복수술 이력이 있고, 환자도 보존적 치료를 원해 당시로서는 최선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의사의 결정으로 환자가 피해를 입었다며 과실치사상 유죄 결정을 내렸다.
소송으로부터 안전한 피부·미용으로 도망가는 의사들…의사 감소로 인한 피해는 '환자에게'
사법부의 이 같은 의료사고에 대한 엄격한 형벌화 경향이 심화되면서 안 그래도 심화되고 있는 필수의료 기피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수술 등을 포기하고, 소송 등으로부터 안전한 피부와 미용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완벽할 수 없다. 아무리 숙련된 전문가라도 예기치 못한 실수는 할 수 있다.
100명의 목숨을 살린 외과 의사가 한 명의 목숨을 살리지 못한 죄로 인해 징역형에 당해 의사면허를 취소 당해 앞으로 살릴 수 있는 환자 수백 수천 명이 방치된다면 이는 누구에게 손해일까.
취재 중 만난 한 필수의료과 의사는 "이 일을 하면서 소송으로부터 안전한 의사는 본 적이 없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이 환자들을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든다. 진짜 이 일을 하려는 의사들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더 이상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에게 이 일을 권할 뻔뻔함도 없다"고 쓸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줄어드는 필수의료과 의사들로 당장 내년도 전공의 모집 이후 줄어들 전공의 숫자에 대한 병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는 재판부의 판단으로 인해 사회에 미칠 파장이 당장 한두 명의 목숨이 아닌 미래 수백, 수천 명의 목숨과 직결돼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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