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2.11 07:47최종 업데이트 26.02.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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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규모 두고 의협 책임론 '갑론을박'...의협,'투쟁 보단 실리'에 무게

김택우 회장 '증원 책임' VS '그나마 선방' 주장도…파업 등 투쟁 가능성은 낮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향후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 증원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밝힌 증원안을 '절대 수용하기 어렵다'는 강경한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의협 김택우 회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택우 회장 입장에선 어쩔 수 없었다', '최악은 면했다' 등 일부 옹호론도 나오고 있어 향후 내부 갈등 양상까지 점쳐진다. 

또한 일각에선 의료계 강경 투쟁 주장이 나오지만 파업 등 단체행동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택우 회장 책임론' VS '나름 잘 막아'…의견 갈리며 갈등 양상

11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발표에 대해선 의료계 내부 의견이 엇갈린다.

모두가 반대했던 2000명 증원이라는 파격적인 전 정부 증원 규모에 비해 수용 여력이 늘었다는 평가가 일부 나오면서 '선방했다'는 여론이 일부 존재한다. 다만 일반 회원들 사이에선 정부 증원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강경한 의견이 더 많다. 

실제로 의협 집행부는 증원안 수용 불가를 주장하는 강경파로 인해 10일 '정부 의대증원 발표에 따른 긴급 상임이사회의'를 열었지만 회의가 한때 파행되는 헤프닝을 겪었다.  

참관 자격이 있는 한 강경파 인사가 의협 회관을 찾아와 회의 참관을 요구하자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김택우 회장이 산회를 선언한 것이다.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사 회원들 사이에선 새 정부 들어 의협이 '싸워보지도 못하고 다 내주고 있다'는 패배의식이 팽배하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택우 회장의 회무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의협 부회장이기도 한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그렇지 못한 집행부가 안타깝다. 집행부 내에서 나름 노력했으나 능력부족으로 제대로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집행부 일원으로서 대신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황규석 회장은 향후 재차 진행될 내부 회의에서 '주 5일 40시간 준법투쟁' 등 투쟁 방식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도 "윤석열 정권 때 2000명 증원을 집단행동으로 막았다. 그런데 이번 김택우 회장 집행부는 기대와 달리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평균 668명이라는 증원 숫자를 받았고 그동안 의사들의 투쟁은 물거품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주 회장은 "김택우 회장의 회무는 윗세대들이 막아온 것도 모두 허물어뜨리고 미래세대의 희망도 꺾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하며 "김택우 회장은 의료계 역사 속에서 보기 드문 무능한 인물이다. 자진 사퇴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대증원 정책의 주요 당사자인 의대 교수들도 당장 2027학년도 490명 증원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정부의 이번 의대증원 발표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기자회견를 이번 주 내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집행부가 '나름 잘 막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2037년 총 의사 배출 규모 3542명은 앞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추계한 2037년 의사 부족 수 4724명 대비 75% 수준에 그친다는 취지다.  

또한 증원된 정원 분이 모두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 별도 정원으로 포함된 점과 의학 교육 상황을 고려해 2027학년도 정원이 앞서 언급되던 580명 대비 490명으로 축소된 점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집행부 입장에서도 충분히 회원들을 설득할 명분은 있다. 최고의 결과는 아니지만 힘든 상황에서 최악의 결과는 면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10일 의협 긴급브리핑에 참석한 김택우 회장과 박명하 상근부회장, 서신초 총무이사 모습. 


의정협의체 등 통한 실리 중점, 의료계 파업 가능성은 낮아

관심이 쏠리는 의료계 파업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전공의, 의대생 복귀와 개원의 참여 저조 등 투쟁 동력이 약한 이유도 있지만 강경 투쟁을 꺼리는 현 의협 집행부 기조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이 같은 집행부 기조는 10일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이뤄진 의협 긴급브리핑 메시지에 드러난다. 이날 김택우 회장은 브리핑에서 '정부가 약속한 의학교육 정상화와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을 이행해달라'는 메시지에 무게를 뒀다. 

반면 '교육이 가능한 상한선 10%(350명)가 무시됐다', '숫자에만 매몰된 정부 결정에 깊은 유감이다' 등 워딩이 포함되긴 했지만 정원 확정 발표에 대한 강경한 반대 의사 표시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도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490명으로 2027학년도 증원 규모가 감소한 것은 의료계의 문제 제기가 일부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택우 회장은 향후 정부와의 협상, 대화도 강조했다. 그는 브리핑에서 '의정협의체'와 '의학교육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김 회장은 이날 ▲기피과 실질 유인책 ▲의료사고 형사 처벌 면책 ▲해외 의대 졸업생 인증 기준 강화 등을 언급하며 "필수적인 제도개선 없이 숫자만 늘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 부분들을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실행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의협이 사실상 정부의 증원 결정은 대승적으로 수용하되, 의학 교육 정상화와 필수의료 살리기 등 현실적인 지원 대책을 요구하는 '실리'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만약 정부 발표 이후 의협의 대정부 대응 기조가 증원 발표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파업 등 강경 투쟁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의정협의체 등을 통해 의료계 지원 대책을 모색하는 로드맵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아 정부와 신뢰를 깰 수 있는 투쟁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는 집단행동을 먼저 고려하기 보다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투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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