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보건소 옆에 개원하지 말라고 하겠느냐"
의협, 공공보건의료인력 개선방향 정책 포럼
"보건소 일반 진료 때문에 동네의원 다 죽는다" 하소연
앞으로 보건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개원의와 공중보건의사는 진료기능을 축소하고, 예방 및 건강증진 사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현역 보건소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공공보건의료인력의 현황과 문제점, 역량강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서울의대 이종구 교수는 '공보의 제도 개선 및 역할 재정립 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취약지역의 의사인력 수급난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우리나라도 절대적인 수와 필수 전문과목 전문의 확보에서 모두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취약지역 의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1975년부터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시행했지만 지원자가 감소한데다 1987년부터 공보의제도가 시행되자 1996년 중단했다.
공보의 역시 의전원제도가 도입된 이후 매년 감소 추세다.
무엇보다 보건소에 배치된 공보의의 88.6%가 일차의료 수련을 받은 경험이 없어 현장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종구 교수는 "의료취약지 의사인력 확보 정책으로 의대교육부터 수련과정, 활동의사 단계에 이르기까지 정책 집행의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학자금 지원과 의료취약지 의무배치를 결합하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지역사회, 공공의료특례입학을 실시해 전체 입학정원의 18.2%인 1422명을 선발해 학자금을 지원하며, 졸업후 9년간 의무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본 자치의과대학 사례는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의료취약지 출신 학생 선발 등을 병행하면 더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김영인 회장은 공보의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김영인 회장은 의대생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의료취약지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학비 지원이 의료취약지에 남게 할 당근이 될지 미지수"라면서 "현재 금리가 1%대로 낮아졌고, 마이너스통장도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1~2년 새 갚을 수 있기 때문에 기회비용 의미가 적다. 미국은 학비가 비싸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고 환기시켰다.
대신 그는 공보의 과정을 지역보건사업 수련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 회장은 "공보의는 의사이긴 하지만 지역보건사업을 기획 평가하는 여러 구성원들을 이끌 리더십이 현실적으로 없다"면서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개발해야 할 환경에 놓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보의가 보건소에서 진료를 하면서 일차의료와 마찰을 빚고 있는데 진료를 축소하고, 지역보건의료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한 수련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부회장도 일선 보건소의 진료 기능을 문제 삼았다.
김동석 부회장은 "보건소로 인해 인근 의원의 경영적인 타격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산부인과의 경우 과거에는 50대, 60대에 폐업했는데 지금은 40대부터 경영난으로 의원 문을 닫고 있다"면서 "보건소가 산모들을 대상으로 초음파, 피검사 등을 무료로 하면서 산부인과를 다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보건소가 고유의 역할보다 진료에 치중하면서 보건소 옆에 개원하면 안된다는 게 개원가의 정설이라고 역설기도 했다.
특히 그는 "취약계층도 아닌 산모들에게 공짜진료를 하니까 산부인과는 산전진료를 포기하고 분만만 해야 한다. 그러니 산부인과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현직 보건소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종희 강동구 보건소장은 경희의대를 졸업하고,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20년째 소장직을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조종희 보건소장은 "실제 보건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의사들조차 잘 모른다"면서 "이미 상당부분 예방으로 기능을 전환했는데 의사들 입장에서는 진료만 이슈화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건소 일차진료의사는 계약직인데 5년간 일하면 신규로 재임용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다시 월급이 5년전으로 떨어지는 불합리한 문제가 있어 의사들이 보건소에서 일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조종희 보건소장은 "보건소장 자리가 나더라도 지원하는 의사를 찾기 어렵다"면서 "의사들이 공공기관에서 일할 여건을 만드는데 의사협회가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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