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8.03 00:18최종 업데이트 24.08.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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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도 '3분 진료'하고 '경증환자' 못 놓는 현실…"상급종합병원 자의입원 금지해야"

서울대병원 임재준 공공부원장 "경증환자 자의입원 시 본인부담금 90% 도입, 박리다매 수가체계 개선해 '15분 진료' 가능케 해야"

서울대병원 임재준 공공부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3분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박리다매 수가체계가 최종 진료를 담당해야 할 상급종합병원이 1·2차 병원과 경증 환자를 놓고 무한 경쟁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15분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수가체계 개선과 함께 기관 의뢰를 통해서만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자의입원을 막는 '비인기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의료수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제1차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경증환자 자의입원 시 본인 부담금 90% 도입…기관 의뢰 시 패스트트랙으로 환자 수용
 

상급종합병원 측 패널로 참석한 서울대병원 임재준 공공부원장은 우리나라가 경증 환자들도 1차, 2차는 물론 3차 의료기관에서 모두 진료받을 수 있는 현실로 인해 1~3차 의료기관들이 서로 경쟁하는 기형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경증 고혈압 환자의 19%, 경증 당뇨 환자의 32%, 경증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18%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임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박리다매 수가체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큰 대형병원이라도 환자를 많이 보지 않으면 운영이 힘들다. 그래서 대형병원들은 적극적으로 환자를 1·2차 병원으로 내보내고자 하는 욕구가 없다. 또 우리나라 환자들은 작은 병이라도 서울의 가장 큰 병원에서 진료받고자 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이러한 문화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이 환자를 회송하려고 해도 환자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조차 환자를 1·2차 의료기관으로 회송하는 비율이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부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첫째,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신규 환자 유입 경로를 기관 의뢰만 가능하도록 바꿔야 한다. 원칙적으로 자의입원을 금지하는 것이다. 환자들이 경증일 때 상급종합병원 이용하려면 자의입원 시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을 90% 적용한다든지 산정 특례를 미적용한다든지 하는 강력한 정책이 함께 있어야 한다"며 "굉장히 인기가 없는 정책이겠지만, 이것 없이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바로 설 수 없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의 자발적 입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협력 진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면 패스트트랙을 통해 그 즉시 환자를 수용해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회송된 환자들은 상태가 나빠지면 언제든지 상급종합병원으로 재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부원장은 "둘째로 의뢰 기관 간 진료협력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야 이런 시스템이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런데 상급종합병원들은 이미 의뢰받은 의료기관이 온라인으로 모든 기록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도 회송이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의뢰·회송 시스템에 훨씬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수가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분 심층진찰 시범사업' 5년 넘도록 본사업 못 가…병원 손해보는 수가체계 개선해야

세 번째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충분히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서울대병원에서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15분 심층 진찰 시범사업 설문조사에서 초진 환자 15분 진료가 '적절하다'고 답변한 사람은 77.8%, '짧다'고 답변한 사람은 16%나 됐다. 소아 희귀질환을 보는 의료진은 15분도 '너무 부족하다'며 '시간제 진찰료' 도입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부원장은 "심층 진찰 시범사업을 해보니 검사비가 줄어들어 총 진료비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방 약도 줄어들고, 설명을 잘 할 수 있어서 동네 병원으로 이송보낸 환자 수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5년 이상의 시범사업에도 본 사업으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박리다매 수가체계에서 병원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현재의 수가 체계가 달라져야 15분 진료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임 부원장은 현재 상급종합병원들이 진료 수입 90%에 의존하는 현실을 개선해 진료뿐 아니라 교육, 연구, 정책 제안 등 고유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예산에서 정부 지원은 1%에 불과하다. 정부 지원 1%로 의료전달체계가 잘 돌아가긴 어렵다. 수가도 물론 재조정 돼야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과감한 재정 지원이 있어야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소아환자, 고위험 산모 등 공공을 포함한 고유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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