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교수 "문재인 케어 다음은 가치기반의료...포괄수가제 확대하고 실손보험 개편으로 비급여 억제해야"
"보장성 높이려면 간병·요양·커뮤니티케어에 우선순위 둬야…일차의료는 만성질환관리 중심"
"혁신의료기술은 환자의 편의성, 치료성과 등 분명히 입증해야 건강보험 등재하도록"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설계자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건강보험 보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간병, 요양, 커뮤니티케어 등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달성해도 비급여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처럼 요양기관 종별 수가계약이 아닌 서비스 유형별 수가계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포괄수가제 확대가 필요하며 비급여 억제를 위한 실손보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치료성과를 분명히 입증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가치기반 의료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1차 의료기관 기능 정립을 위해서는 만성질환 관리를 중심으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며 혁신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환자의 편의성, 치료성과 등을 분명히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10일 김윤 교수를 초청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한국의료정책의 미래와 보건의료산업의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의료기기산업협회 출입기자단에 질의응답 일부가 공개됐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이경국 회장은 "의료기기산업은 건강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학계와 산업계가 가질 수밖에 없는 이해의 간극을 줄이고 산업진흥을 위한 업계의 입장이 전달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간병, 요양, 커뮤니티케어 우선순위로 두고 가치기반 의료로 개편
김윤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간병, 요양, 커뮤니티케어(방문진료) 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보장성 강화 목표가 달성된다면 문재인 케어 이후는 ‘가치기반 의료(공급체계, 지불제도, 인센티브)’에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63.8%였으며 문재인 케어의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치는 70%다.
김 교수는“차기 정권에서도 건강보험 보장률을 다시 문제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보장률 70%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머지 %를 올리기 위한 노력이 크기 마련이다. 이에 정책 우선 순위가 바꿔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우선순위는 간병, 요양, 커뮤니티케어 등 현재 소외되고 있지만 향후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이뤄져야 한다”라며 “이후 가치기반 의료에 따라 전달체계 선진화, 지불제도 개편, 인센티브 메커니즘, 시스템 효율화 등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장성 강화 대책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 상황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 이후를 위해 실손보험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민간 실손보험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있고 공급체계의 개편이 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케어 이후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용 대비 수가의 편차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라며 “거시적으로 보면 현재 기전에서 요양기관 종별 수가 계약을 서비스 유형별 수가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검체, 영상, 검사 수가를 따로 계약하는 것이며, 또 다른 해결 방법은 포괄수가제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급여 풍선효과, 실손보험 개편 필요성
김 교수는 비급여를 줄이기 위해 실손보험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신 임상의사의 판단에 따라 꼭 필요한 치료를 급여기준에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남은 2년 동안 보장성 강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장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급여 풍선효과가 계속 나타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비급여가 늘어나고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 목표가 완전히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은 실손보험에 있다. 실손보험에 대한 개편을 통해 비급여에 대한 억제 기전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손보험 개편이 필요하지만 국민의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 가능하도록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새로운 실손보험이 이전 보험과 비교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가능하다”라며 “이로 인해 국민이 더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고 모두가 동의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일처럼 임상의사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급여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독일은 보험 급여에서 벗어나도 입원환자 진료를 인정해 주는데, 임상의사가 가장 정확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심평원이 하는 분석심사는 ‘유연한 급여 기준의 적용’ 원칙에 근거해 심사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단순히 심사뿐만 아니라 급여 기준과 급여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원칙으로 자리를 잡아야만 한다”라고 밝혔다.
만성질환 관리 중심의 1차의료기관 정책적 개입 필요
김 교수는 현 정부에서 3차의료기관의 쏠림현상 해소 대책 마련에 이어 만성질환관리 중심으로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만성질환 환자는 3차 기관보다 1차 기관에 가는 것이 더 편리하고 치료 효과도 좋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캐나다 등과 비교 할 때 우리나라는 3차와 1차의 치료성과에 유의적 차이를 보이지 않아 이에 대한 제도 보완을 위한 시범사업과 지원책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3차 기관 입장에서 환자의 내원을 유지하고 싶은 동기는 이해한다. 하지만 만성질환의 치료성과를 위해 생활습관 개선 등을 위해 의료진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에 1차 의료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공공의료를 위해서는 300병상 이상 병원 존재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석했다. 대신 모든 지역에 병원을 설립하긴 어려우며 지역거점병원과 전문병원을 활성화하고 권역거점병원의 육성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강릉 지역의 사망률과 속초의 사망률이 차이가 나는 점은 300병상 이상의 병원이 역할을 하는지 여부에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의료 낙후지역이 존재하지만, 당연히 모든 지역에 공공병원을 두는 것은 어렵다. 엄청난 재원과 투자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존에 있는 개별 진료기관을 묶어서 지역거점병원이나 전문병원을 활성화하고 권역거점병원의 육성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도 높다”라며 "정부에 대한 역할도 거점별 네트워크의 확충과 더불어 의료전달체계 개편 시 지역별 필요에 따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혁신의료기술, 환자의 편의성과 치료성과 등 '가치' 입증해야
김 교수는 혁신의료기술의 건강보험 정책에 대해서는 환자의 편의성, 치료 성과 등 분명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혁신의료기술 도입으로 진료가 용이해진 것인가, 환자가 편리한가, 혹은 어떤 치료의 성과를 높인 것인가 등의 질문이 따를 수 있다. 혁신기술의 정책적 지원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조건은 환자의 치료 효과에 있다면 누구나 그 기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관계 부처가 신의료기술 진입을 억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관계 부처의 관성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의 콘텐츠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냐에 따라서 실행 단계에서 정책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가치기반 의료시스템은 최종 성과에 돈을 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왓슨을 도입한 병원들이 왓슨 수가를 달라고 했는데 왓슨이 치료성과를 얼마나 좋게 만들었는지 근거가 빈약한 상태에서 수가를 요구하면 수용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갈수록 개별 기술이나 개별 재료, 개별 장비 등으로 수가를 주지 않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 결국 최종성과를 가지고 수가를 주는 쪽으로 옮겨가고, 근사한 기술을 만들어서 돈을 받으려고 하면 점점 더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제한적 의료기술이나 선별급여 같은 트랙을 이용해서 근거를 만든 다음 연구비를 지원하고 새로운 기술 노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대만처럼 가격을 자율적으로 가져가고 본인부담금을 올리거나 전부 본인이 부담하는 방식을 참조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목적과 결과 예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술의 역할에 대한 신뢰가 있고 원격의료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단, 목적과 결과에 대한 예측이 정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원격이란 단어에 대한 사회의 거부감은 최초 접근 방법에 대한 실패였다. 산업적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이런 원인으로 현재 원격이라는 말만 나와도 시민사회는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덴마크의 예를 들면 공공성 중심의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의료산업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의료전달체계와 연결돼 1차 기관을 중심으로 전문화 기반 지역화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보건의료의 이해관계자나 산업적 측면에서 가치가 있고 공론화를 거처 모두가 합의하는 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의료기술제도, 위해도 평가로 돌파하고 기술가치 인정 필요
신의료기술 평가제도는 위해도 평가를 통해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비용을 떨어트리는 등의 효과가 분명하면 일정기간 새로운 기술 가치를 인정하는 가격 매커니즘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신의료기술의 미국과 유럽의 예를 보면, 위해도 중심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1등급인 청진기는 당연 임상을 통한 입증이 필요하지 않는다. 2등급의 동등성 제도는 이전 제품과 같으면 임상 입증을 면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해도에 대한 평가를 통해 판단하고 이 결과를 보건의료연구원이 인정한다면 현재 산업계가 가지는 불만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식약처 입장에서 위해도 판단에 대한 부담은 있겠지만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또한 “똑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B라는 치료가 A보다 자원을 덜 사용했다면 일정 기간 B는 A와 같은 가격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새로운 기술 가치를 인정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비용이 떨어지기 떄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산업계가 정책 제안에 대해 정교한 세부 실행 안이 없다면 세부안을 실무부처에 위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실재 제안의도와 다른 정책이 나올 수 있다”라며 “세부 실행안과 더불어 시민단체부터 상급기관까지의 의견 개진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별 제품이나 회사의 특장점을 통한 설득은 정책 반영이 어렵다. 산업계가 공공의 이익에 기반해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따른 정책적 접근을 하고 그 방법에 따른 필요한 제품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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