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 H-Link, 의사 출신.생화학 전공.경영학 전공 바이오 투자심사역 설명회 심화편 개최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바이오 벤처기업의 투자는 기술력, 대표이사의 역량 등을 바탕으로 평가를 거쳐 3~5년 뒤 투자금을 다시 회수할 수 있는지를 심사하면서 이뤄진다. 이를 결정하는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유망한 회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발품을 팔고 네트워킹을 하고 회사가 가진 가치를 보고 심지어 막내 직원까지 만나보고 투자를 집행한다.
메디게이트 경력관리서비스 H-Link(http://www.h-link.co.kr/)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스파크플러스 강남점에서 ‘바이오 투자심사역 A to Z-심화편’을 개최했다. 지난 9월 입문편에 이어 바이오 투자심사역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제적인 취업 정보 제공과 연자들과의 네트워킹까지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바이오 투자심사역이란 바이오 회사나 기술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심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유망한 회사를 알아보고 회사를 살리는 의사 출신 심사역
의사가 바이오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진료실에서는 환자 한 명을 살리지만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회사를 살리고 키우는 이점이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투자육성팀 이승우 이사는 ‘바이오헬스케어 벤처와 투자자의 역할-금융인? 벤처인? 바이오벤처 투자자의 일상’을 주제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발표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과정을 거친 다음 웰니스기업으로 창업을 했다. 스타트업 기업인 헬스웨이브와 와이브레인의 실무 경험을 거쳤다. 그러던 중 투자에 관심이 생겨 자연스럽게 투자심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엑셀러레이터로 2014년에 설립해 현재 112개 회사에 투자를 완료했다.
이 이사는 “벤처투자 심사역은 파트너, 펀드매니저, 인베스트먼트 매니저 등의 역할로 나뉜다. 파트너는 지분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펀드매니저는 펀드를 모으고 안정적인 투자를 요청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보통 투자심사역을 지원할 때 일컫는 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펀드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기본적으로 투자를 하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 투자금은 주로 금융에서 받는데 정부 쪽에서 기반한 투자금이 많다”라며 “인베스트 매니저는 주로 발굴, 투자, 관리 등의 역할을 맡는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바이오기업 투자는 사이언스와 비즈니스의 결합이다. 이 분야는 바이오 전공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다 알아야 한다. 자산에 대해 평가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할 회사를 발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보를 많이 얻고 분석하고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이사는 “투자할 회사는 네트워크에서 많이 나오고 그 다음으로 발품을 팔아서 찾는다”라며 “막상 투자회사에서 일하게 되면 벤처회사에서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벤처투자자는 하루에 5번씩 미팅해야 투자에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치평가를 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유사한 기술을 가진 회사를 살펴본다. 대표이사나 팀의 역량 등 여러가지 조건을 토대로 평가를 거쳐 투자를 결정한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가 끝이 아니다. 벤처투자사도 결국 투자한 다음 엑시트(exit)를 해야 수입이 나온다. 주식을 팔고 IPO를 하거나 다시 투자를 받고 등의 방법을 취한다. 투자 기간은 짧으면 2,3년 길면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이 이사는 “의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지에 대한 질문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 이사는 ”재무적인 수익은 의사가 더 좋은 것 같다“라며 ”하지만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업계에서 출발점 역할을 하는 투자심사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나날이 재밌다고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투자는 하나의 과정일 뿐, 투자금 회수까지 사후관리가 중요
투자심사역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서 끝은 아니다. 투자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투자금 회수까지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얼머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정지현 수석심사역은 ‘투자는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피투자자와 투자자의 경험을 바탕으로’를 주제로 이렇게 말했다.
얼머스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설립해 전체 982억원의 투자금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만 자본금을 모은 첫 번째 투자회사로, 신기술사업 금융전문회사로 분류돼있다. 내년부터 모태 및 성장금융에서 출자한 7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한다. 정 수석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벤처회사에서 일하다가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게 됐다.
정 수석은 “피투자자일 때는 시리즈 A를 거쳐 브릿지 투자, 시리즈 B 투자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회사에 오는게 너무 불편했다”라며 “투자심사역이 된 이후에는 투자를 한 벤처회사와 한 달에 한 번 갖는 미팅시간도 짧은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가서 회사가 잘하고 있는지, 문제점이 없는지 듣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 수석은 “투자심사역은 발품을 팔아서 투자할 회사를 발굴하고 투자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서 투자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생각보다 여유롭거나 자유롭지가 않다”라고 설명했다.
정 수석은 “투자에 필요한 것은 발굴 소스, 네트워크, 부지런함, 재원 등이 있어야 하고 시장의 니즈가 필요하다”라며 “보통 6개월에 걸쳐 투자를 집행하지만 정말 애정을 갖고 투자하지만 투자 자체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은 “결국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투자 후 회수까지 최소 3년이 걸린다"라며 "투자는 보통 발행주식을 인수하게 되는데,주식 의결권을 최대한 활용해서 회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이야기하게 된다”고 했다.
투자 계약은 보통 투자계약서를 서명하면 투자자와 피투자자의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시작도 아니다. 심사역 역할의 종료시점은 투자금 회수일이다.
정 수석은 “투자 계약은 과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투자심사역은 좋은 회사를 찾고 투자를 통한 성장 파트너가 된다. 계약서를 쓰는 순간 제3자가 돼야 한다”라며 “나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사 및 LP에 수익을 실현해줘야 한다. 자본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투자는 심사역의 업무에서 목적이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 수석은 “마지막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그 회사의 막내 직원을 만나본다. 대표이사 이야기는 여러 번 듣는다. 벤처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내에서 대표이사와 막내 직원이 갖는 목적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목적이 다르다면 이 회사는 시간이 갈수록 산으로 갈 수 있다”라며 “벤처회사의 막내 직원은 일한지 3년이 지나면 책임자가 될 수밖에 없다. 회사의 목적을 공유하지 못하면 대표와 직원간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전공자도 가능하지만 기술에 대한 공부는 필수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보통 생명공학, 약학, 의학 등의 전공이 많지만 경영학 전공도 가능하다. 경영학 전공자는 기업가치를 중점적으로 판단하는 대신 바이오 기술에 대한 공부는 필수다.
데일리파트너스 벤처투자본부 김호종 팀장은 ‘경영학도가 바라보는 바이오VC-금융을 기반으로 과학을 돌파하다’ 주제발표를 통해 경영학 전공자이자 금융권을 거쳐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는 경험을 소개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바이오 전문 벤처 투자회사로 올해 8월 기준 11개, 약1655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김 팀장은 “바이오 투자심사역의 전공은 생명공학 약학 의학 등이다. 바이오벤처는 결국 기술이기 때문에 경영학 전공이 거의 없다. 하지만 경영학 전공자도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생명공학 관련 전공자는 신약이 될 수 있는지,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주로 본다. 경영학 전공자는 약이 완성되지 못하더라도 임상 2,3상을 갈 수 있는지, 엑시트 시점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등을 본다”라며 “어느 쪽의 접근성이 맞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생명공학 관련 전공자는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을 중시한다. 기술력이 약한 기업은 결코 투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반면 경영학 전공자는 리스크 대비 예상 수익률을 중요하게 본다. 기술이 다소 부족해도 투자가치가 있거나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한다면 투자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김 팀장은 “생명공학 전공자와 경영학 전공자와 서로 도움을 주고 시너지를 창출하면 좋다”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40년 전 벤처투자자 로버트 스완슨이 전국에 있는 열정적인 교수들을 찾아다닌 일화를 소개했다. 결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분교(UCSF)에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연구하던 허버트 보이어 교수를 만나 서로 500달러씩 내고 바이오기업 제넨텍을 창업했다. 제넨텍은 2009년 로슈에 468억달러에 인수돼 화제를 모았다.
김 팀장은 “열정을 가지면 투자심사역이든 창업이든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비전공자라면 사이언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논문을 읽어보고 기술트렌드를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벤처회사나 제약회사의 경험이 있다면 당시 쌓았던 네트워크가 도움이 된다. 산업계 경험으로 실무를 알고 벤처회사가 투자를 위해 하는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468억달러에 로슈에 인수된 제넨텍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만들 그날까지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질문에 대한 각 투자심사역들의 답변이다.
-벤처투자를 할 때 중점적으로 투자를 결정하게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승우 한 번 벤처회사에 투자를 결정하면 심사역을 만나기 전과 만난 다음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낮은 밸류에서도 투자를 할 수 있고 IPO를 준비하면서 단기적으로 볼 수도 있다. 자본이 많이 필요하고 기업가치가 높다고 하면 후속투자 유치도 도와주기도 한다. 이렇게 만난 회사들이 성장동력이 멈추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회사에 투자를 결정한다.
정지현 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누군가 채워지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매우 많이 온다. 투자자는 제3자이고 직접적인 관리를 할 수는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분석하고 조언을 해줄 수 있을 뿐이다.
특히 상장사 투자에서 기술은 논할 필요가 없다. 이미 앞서 굉장히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인력도 그렇고 그 회사가 현재 갖고 있는 시장 트렌드에서의 가치를 본다.
김호종 초기 기업을 볼 때 후기 기업을 볼 때 보는 부분이 다르다. 초기 기업은 무조건 인력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이사의 역량 등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후기 계약은 기술 트렌드다. 상장을 1,2년 앞섰기 때문에 시장에서 선호되는 트렌드여야 수익률이 잘 나올 수 있다.
-5년, 10년 뒤 트렌드는 어떻게 예측하는가.
정지현 트렌드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있을지가 고민된다. 바이오가 2015년부터 금융시장에서 관심을 끌었는데, 당시 누구도 5년 뒤에 바이오가 뜰 줄은 몰랐다. 우리나라 시장은 미국 시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전에 40~50년이던 미국과의 격차가 지금은 10~15년에 불과하다.
1년에 한두번씩 중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간다. 중국은 돈 냄새를 잘 맡기 때문에 이를 탐색하려고 하는 것이다. 생산설비를 만드는 중국 회사들의 움직임이 굉장히 빠르다. 장기적인 트렌드 예측까지는 어렵지만, 회사의 방향성을 보고 성장 가능성을 본다. 바이오는 호흡이 길기 때문에 투자도 3~5년 이상 길게 보고 가야 한다.
-투자심사역의 급여 조건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승우 투자심사역은 인센티브가 중요한 구조다. 보통 펀드를 만들고 수수료를 기반으로 급여를 준다. 동일한 나이에 급여가 2배까지 차이날 수 있다.
의사들은 제약회사 의학부의 연봉보다 낮다. 사실 급여를 맞추려면 돈을 회사에 끌어오는 펀드매니저를 해야 한다. 하지만 300억원 짜리 펀드를 만들어오라면 누구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초기에 연봉을 낮게 설정하는 대신에 활발하게 네트워킹을 하고 빨리 성장한다면 그만큼 빨리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지현 처음에 연봉 수준이 높지는 않다. 일하는 시간 대비 연봉이 굉장히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김호종 투자한지 3~10년 지나면 수익을 창출하고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다. 펀드 만기가 5년이라면 그 전에 성과보수에 따른 인센티브는 어렵다. 연봉 자체는 증권사 등보다 벤처투자사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연봉의 높낮이를 떠나 내가 투자한 기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직종에 있다는 사실이 보람 있다. 투자가 정말 잘 이뤄진다면 조 단위로 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충분한 보상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자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
이승우 투자 이후에도 후속투자를 유치하러 다닐 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소개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이 글로벌 투자를 받을 때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정지현 앞서 제넥텍 등의 사례에서처럼 유망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투자를 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바이오 투자심사역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김호종 바이오벤처의 CSO(최고전략책임자)다. 투자심사역을 하다가 인생을 배팅해보고 싶은 회사가 나타나면 스톡옵션 등을 받고 직접 들어가서 회사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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