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김솔 전공의, “의사 수 늘리기 전에 과거 부실의대 실패 배우고 새로운 커리큘럼 고민해야”
‘의대 정원 확대 반발’ 거리로 나온 전공의들...“정의로운 의료정책 수립돼야” 한목소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단순히 학교를 새로 만들어 학생을 뽑기 전에 과거 부실의대들의 실패에서부터 배우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커리큘럼을 먼저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김솔 전공의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 자유발언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정의로운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7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집단휴진에 들어간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같은 날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를 진행했다.
김솔 전공의는 “젊은 의사이기 전에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내 가족과 친구들, 이웃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대단히 큰 변화에 대해 책임과 의무감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특히 김 전공의는 내과를 선택한 배경을 설명하며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비판했다.
김 전공의는 “인턴 생활을 서울과 의정부에서 했다. 의정부 환자군은 서울과 많은 차이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가장 많은 환자가 몰리는 내과는 인턴이 돌기에 가장 힘든 과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과를 선택했다. 어릴 때 TV에서 보던, 환자를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그래도 꺾이지 않고 이어져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살 때 웃고 환자가 죽을 때 울었던 경험은 비단 내과 전공의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서 한 번쯤은 느껴보셨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고된 업무로 인해 위기였던 내과 지원율은 바뀌지 않는 저수가와 정부에서 추진한 원격진료로 수많은 병원에서 이미 미달이 된 지 오래다. 단순히 자긍심만으로 같이 버텨보자고 하기엔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도 후배들에게 같이 내과를 하자고 설득할 자신이 없는데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을 통해서 정말 수급이 어려운 특정과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지역의료를 강화할 자신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의대 6년에 인턴, 레지던트까지 도합 11년을 병원에서 보낸 선배들도 본인 스스로의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토로하곤 하는데 지역의사를 10년간 의료부족지역에서 강제 근무시켜 그 지역과 그 분과에 평생 정착시킬 자신이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급히 신설된 공공의대와 커리큘럼이 야기할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전공의는 “의료라는 것은 한 번의 실수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며 심지어 오랜 시간 근무한 교수님들께서도 종종 의료사고에 휘말리시곤 한다”며 “사전 논의 없이 급히 신설된 공공의대와 급히 신설된 커리큘럼을 통해서 양성된 의사들이 우리 가족과 친구, 이웃들을 진료하는 바로 그때 터무니없는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만큼 의료의 질을 유지할 자신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무턱대고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실제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들이부어 양이 차지 않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의로운 의료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전공의는 “현장에 젊은 의사들이 매일 분투하고 있다.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정의란 개념은 자명한 전제들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하나의 일관됨 관점에서 모든 것들이 서로 맞아서 떨어질 때 그 개념이 정당하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조금 더 정의로운 의료정책이 수립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공의 집회는 원래 예상이었던 3000~4000명을 훨씬 뛰어넘는 1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형철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은 “차를 대절한 것도 아닌데 예상을 훨씬 넘을 정도로 많은분들이 참석해주셨다”며 “환자분들께 죄송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주신 교수님, 강사 선생님들께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추산한 인원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와 주셨다”며 “이것이 시작이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독립운동을 하는 기분이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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