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최대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의 미비이고, 그로 인하여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 의료자원의 과잉 투입, 과다 경쟁, 과다 진료, 의료기관 양극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료의 붕괴 및 농어촌의 의료 공백 등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어서 의료 공급자나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오래 전부터 개선책을 강구하고는 있으나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달라서 쉽게 합의점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의원과 병원 간의 환자 의뢰 회송사업도 시범사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참여도나 결과가 썩 좋은 것 같지가 않고, 당장 본 사업으로 들어갈 계획도 없는 것 같다. 고혈압과 당뇨, 천식 등 52개 경증질환 대형병원 외래환자 약제비 인상이나 고혈압과 당뇨 환자 집중관리를 위한 선택의원제, 만성질환 관리제 등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러한 사업들이 서로 연계점이 없이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의료인력의 수도권과 대도시 쏠림과 농어촌의 의료 공백과 관련하여서는 공공의과대학 설립 문제로 의정간에 갈등을 빚고 있고, 공중보건의사의 감소로 공중보건장학의사제도 신설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 또한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이런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위원장 전병율, 차의과학대 교수)를 구성하여 정부 공급자 수요자 학계 전문가 관계기관들이 모여 의논을 하던 중 작년 최순실 사태 이후 중단되었다가 올해 초 다시 회의를 재개하였다고 한다. 조기 대선과 대선 공약 등과 맞물려 변화의 여지는 있지만 6월에는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이해관계자간 입장 조율 문제도 있어 정부가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여러 문제들이 논의된 것 같다. 대표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예외경로 축소부터 의원은 외래 중심, 병원은 입원 중심이라는 의원급과 병원급 본연의 역할 수행을 위한 인센티브 부여, 병상 확대 제한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기대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목표 없이 의원과 중소병원 대형병원 그리고 수요자의 이해관계에 좌우되어 용두사미처럼 별볼일 없이 마무리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벌써부터 당초 의원급은 '외래', 병원급은 '입원'이라는 대전제가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 기존 틀에 얽매지 않은 폭넓은(?) 개선방안을 예고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의사협회는 의원급 활성화와 기능 강화를, 병원협회 측은 중소병원 역할 다양화와 지역사회 기능 강화 그리고 상급종합병원 중증질환 강화 등을 주문했다고 한다.
맞는 말도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기존 의료기관의 경영 활성화 측면과 환자의 편의성에서만 초점을 두고 접근하다가는 근시안적인 대책들만 나오기 쉽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불가능해진다.
도시 재개발 계획을 할 때에도 도로 부지나 공공 부지 등을 미리 계획해 놓고 구역별로 재건축할 때 차츰 차츰 그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지 않는가? 의료 제도도 당장 모든 것을 이상적인 형태로 뜯어고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이상적인 제도를 먼저 도출한 후 차츰 차츰 그 방향으로 충격 없이 옮겨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현재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목표를 수정하기보다는 의료전달체계를 올바르게 정립하기 위해 의원급, 중소병원, 대형병원 별로 장기적인 역할 목표를 정해 놓고 5년 계획이나 10년 계획을 세워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원급은 외래 진료 중심의 주치의 역할, 병원급은 입원과 수술 중심, 상급종합병원은 고난이도 치료와 희귀난치성 질환, 교육, 연구로 의료기관 종별 표준업무를 지키도록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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