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어제(16일) 있었던 보건복지부 업무 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도입을 지시했다. 특히 대통령은 “금융감독원도 특사경을 운영하며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를 막고 있지 않느냐”며 금감원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했다.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사무장병원은 의료계가 먼저 도려내길 원하는 ‘공공의 적’이다. 대통령의 강력한 척결 의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근거로 든 ‘금감원 특사경’의 비유는 번지수가 틀렸다. 참모진이 대통령에게 두 기관의 본질적인 차이를 보고하지 않은 듯하다.
첫째, 금감원은 ‘심판’이지만 건보공단은 ‘선수’다.
금감원은 금융 시장을 감독하는 제3의 중립 기구다. 반면, 건보공단은 의료기관과 수가 계약을 맺는 당사자이자, 진료비를 지급하고 삭감하는 이해관계자다. 계약 관계에 있는 한쪽 당사자(공단)에게 상대방(의료기관)을 강제 수사할 수 있는 권한, 즉 ‘수갑’을 채울 권한을 주는 것은 법리적으로 위험천만하다. 이는 마치 민사 계약의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집을 압수수색할 권한을 주는 것과 다름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다.
둘째, 헌법상 ‘영장 주의’와 ‘비례의 원칙’ 위반 소지다.
금감원 특사경은 시세 조종과 같은 고도의 특정 금융 범죄에 한정된다. 그러나 공단은 이미 전국의 모든 진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수시로 현지 조사를 나가는 조직이다. 여기에 수사권까지 더해진다면, 사무장병원 적발이라는 목적을 넘어 일반 의료기관의 단순 착오 청구까지 범죄시하는 과잉 수사가 남발될 것이다. 행정 조사권에 수사권까지 더하는 것은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의료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최근 공단 내부의 횡령 사건 등 도덕적 해이를 볼 때, 이들에게 준사법권을 맡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해법은 ‘사후 단속’이 아닌 ‘사전 진입 차단’과 ‘자율 정화’에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기관 개설 시 지역의사회 경유 의무화’제도다. 지역 의료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 의사들이 개설 신고 단계에서 서류와 당사자를 직접 검토(Peer Review)하게 한다면, 바지 원장을 앞세운 불법 개설을 입구에서부터 걸러낼 수 있다. 이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사전 검토 위원에 대한 법적 면책 조항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의사회가 함께하는 ‘개설 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해야 한다.
또한 이미 개설된 사무장병원은 내부 고발 없이는 적발이 어렵다. 따라서 명의를 대여한 의사가 자진 신고할 경우, 환수금 전액 면제 및 형사 처벌 면제수준의 파격적인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사무장과 바지 의사 간의 ‘침묵의 카르텔’을 깰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처럼 정부로부터 독립된 ‘면허관리기구(Medical Licensing Board)’를 설립해 전문가 집단이 스스로 비윤리적 의사를 영구 퇴출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갖게 해야 한다. 수사는 기존 경찰·검찰 내에 ‘의료범죄전담팀’을 보강하고 공단이 전문 인력을 지원하는 ‘협력 모델’로도 충분하다.
이재명 대통령께 간곡히 제언 드린다.
사무장병원 문제는 ‘잡는 것’보다 ‘못 짓게 하는 것’이 백번 낫다. 비용은 적게 들고 효과는 확실한 ‘예방 시스템’을 두고, 왜 갈등과 부작용만 양산하는 ‘특사경’을 고집하는가.
손쉬운 칼자루 대신, 의료 전문가 집단이 스스로 윤리성을 지킬 수 있는 ‘자율 정화의 토양’을 만들어 달라. 그것이 의사를 믿고 생명을 맡기는 국민을 위하는 길이며,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대통령의 책무일 것이다. 국회 또한 포퓰리즘 입법을 멈추고 의료계의 합리적 대안에 귀 기울여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