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봉직의사가 3년여 법정싸움 끝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최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가정의학과 전문의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 사건은 201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직후 인천의 한 소아과에서 근무했는데 사건 당일 두통과 기침 증상으로 내원한 여중생(당시 14세)을 진료했다.
A씨는 여중생의 귀 체온을 측정하고, 목과 코를 진찰하는 과정에서 다리를 벌리고 다가가 자신의 성기를 여중생의 무릎에 밀착시켰다는 의심을 받았다.
또 A씨는 여중생이 변비가 있다고 하자 진료실 침대에 눕힌 뒤 손으로 배꼽 주변을 누르다가 팬티 안에 손을 넣어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다른 2명의 여학생을 추행한 혐의도 있다.
이에 대해 의사 A씨는 자신의 허벅지가 여중생들의 무릎에 여러 차례 닿은 것을 인정했지만 진료과정에서 불가피한 단순 접촉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A씨는 여중생의 배꼽 주변을 누른 것은 정당한 의료행위이며, 팬티 안에 손을 넣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방법원은 2014년 2월 A씨의 유죄를 인정,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면서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1심 법원은 "피해자는 A씨로부터 진료를 받은 뒤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에게 불쾌감을 호소했는데, 이런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진료행위를 넘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고, 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1심 법원은 나머지 2명의 여중생을 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12월 1심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A씨의 진료실 입구는 평소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진료실 바로 앞이 환자 대기석일 뿐만 아니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진료실 안쪽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항의하거나 문제 삼으면 바로 발각될 수 있는데 외부에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A씨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복부촉진 행위도 전문심리위원의 복부 촉진 소견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도 무죄 이유로 꼽았다.
서울고법은 "A씨의 행위가 진료에 필요한 것이라면 환자가 다소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끼더라도 추행으로 평가할 수는 없고, 피고인에게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최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확정지었다.
대법원은 "의사의 행위는 환자의 인식에 따라 추행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 아래 추행행위로 평가하려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검사의 증명이 유죄 확신을 갖기에 충분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때에는 치료과정에 다소 석연치 않은 면이 있더라도 의사의 의료행위인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아청법을 위반한 의사에 대해 일률적으로 10년 진료금지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취업 제한 상한을 ▲3년 초과 징역·금고 선고시 30년 ▲3년 이하의 징역·금고 선고시 15년 ▲벌금형 선고시 6년으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 국회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