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응급실 내원 환자와 관련한 의료분쟁을 보면 적절한 검사를 했는지, 전원 결정이 타당했는지, 전원 과정에서 발생한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여부가 대표적인 쟁점이어서 의료진들은 늘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임모 씨는 2012년 1월 구토, 구역 증세와 상복부 통증으로 중소병원인 C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혈액검사 등을 통해 급성 위장염으로 진단하고, 약을 투여한 후 귀가시켰다.
당시 의료진은 심장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심전도검사나 심장효소검사를 하지는 않았다.
임씨는 일주일 뒤 오후 4시경 기침을 심하게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어 C병원 응급실에 다시 내원했고,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하자 오후 5시 경 자발호흡을 회복했다.
의료진은 그 직후 임씨를 대형병원으로 전원 시키기로 결정하고,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를 구급차에 태워 인근 대학병원으로 출발시켰다.
그런데 임씨는 구급차 안에서 다시 심정지가 발생했고, 오후 5시 46분경 대학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러자 유족들은 C병원이 임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3가지 과실이 있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응급실에 첫 번째 내원했을 당시 심전도검사나 심장효소검사를 하지 않고 단순히 소화기계통 질환으로 예단한 점 ▲두번째 내원했을 때 심정지 이후 자발호흡을 회복한 다음 충분히 치료할 수 있었음에도 전원 시킨 점 ▲대학병원으로 전원할 때 의사를 태우지 않아 심정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6월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서울고법 역시 최근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복부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서 심정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임씨가 최초 내원했을 당시 심전도검사나 심장효소검사를 받고, 심장질환 치료를 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환자가 심장질환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첫 번째 내원했을 때 혈압이 다소 높았고, 비만했으며, 혈당과 백혈구 수치가 약간 상승했던 것 외에는 특별한 이상증세가 없었고, 약을 복용한 후 3시간 가량 경과관찰한 후 별다른 증세가 없어 귀가시켰으며, 퇴원한지 일주일 후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심장질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인 CK-MB 수치가 2.26ng/ml로서 참고치 4.99 이하 안쪽에 있었다고 환기시켰다.
법원은 전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과실이 있었다고 보지 않았다.
법원은 "C병원의 중환자실 병상은 불과 10개뿐이고, 의료진이 충분한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전원시키기로 결정한 것이어서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송과정에서 의사를 동승 시키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에는 응급구조사나 의사, 간호사 중 1명을 포함해 2명 이상이 동승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의사를 동승시키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병원에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고법은 "임씨를 후송한 구급차에 혈압을 상승시키는 에피네프린과 아트로핀 등의 약제와 응급처치장비가 있었고, 대학병원에 도착할 무렵 심장박동수가 떨어지고, 맥박이 촉지되지 않자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응급 처치가 부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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