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1.15 07:28최종 업데이트 18.11.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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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범죄자로 몰리는 의사들…안전한 진료 환경에 필요한 인력·시설 비용을 보험수가에 반영하라"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재연 칼럼니스트] 최근 불가항력적인 의료분쟁과 관련해 의사들이 납득할 수 없는 기가 막힌 판결들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현장은 예기치 못한 불가항력적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곳이다. 이것이 의료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은 모든 의사들을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고 방어진료를 부추기는 불안정한 진료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재판부가 횡격막 탈장과 폐렴 등으로 사망한 환자의 의료분쟁 사안에 대해 가정의학과 전공의를 포함해 3명의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 구속했다.  최근 인천 분만 여의사가 8개월 실형 선고 사건, 폐암 명의 형사 처벌 사건, 10억이 넘는 민사 배상판결 등이 내려졌고 이 때문에 의사들은 검사나 판사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데도 10분이 지나 병동에 도착한 의사로 인해 환자 상태가 악화됐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런 판결이 가능하려면 검사 측으로부터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순간부터 간호사들의 응급 조치가 전혀 없이 10분간 방치됐고, 10분 이전에 의사가 도착했으면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가 되지 않는다는 명백한 의학적인 입증을 했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법원 판결은 그렇지 않았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간호사의 응급 처치도 분명한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서 10분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서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이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재판부는 “심정지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없었다 해도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거나 독립적으로 일상 활동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서 10분이 지나서 도착한 과실이 중하다고 해도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의사의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해 환자에게 2억 9635만 9088원을, 가족 두명에게 각각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의료진이 진단과 치료, 설명의무 등 모든 부분에 과실이 없더라도 경과를 관찰하면서 일부 치료 지연이 인정된다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중환자가 나빠진 후 10분 후 처치가 들어갔으면 중환자에게는 이 시간이 치명적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법원이 환자들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조차 의사들에게 일부라도 배상 책임을 지불해야 한다면 중환자를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인력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료진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 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안전한 진료가 가능한 인력과 시설 비용을 반영하고 이를 보험수가에 산정할 의무가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를 안전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한다.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려면 어느 정도 인원이 필요한지, 인력과 시설 비용 등을 포함한 보험수가를 산정한 후 수가협상을 논의해야 한다. 

국회는 의사와 국민 모두가 안전한 진료환경 속에서 최선의 의술이 행해져 국민건강이 지켜지는 터전이 마련되도록 의료분쟁특례법을 도입해야 한다.

의사들이 더 이상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나 환자들 모두에게 안전한 진료 환경이 필요하다. 국민 건강에 대한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불합리한 의료규제와 의료제도로 점철된 의료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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