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산부인과는 분만 과정 등에서 의료분쟁 발생비율이 높은 진료과로 꼽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의료분쟁 비율은 정형외과(30%), 내과 (17.4%), 치과(11.9%), 산부인과(11.0%) 순이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의사는 신이 아니다. 미리 예측 가능하고 여기에 맞게 대처했다면 과실 책임을 면하게 된다"라며 "환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상세한 기록을 남겨두면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7일 산부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산부인과 의료분쟁과 관련한 주요 판례를 모두 소개하기도 했다.
예측가능한 결과 최선을 다했다면 의사 책임을 묻지 않아
김재연 이사는 “의사는 예측이 가능한 결과를 막기 위해 주의의무가 주어져있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며 “그럼에도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면 사법부는 의사의 순간적인 대처와 이에 따른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진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만약 사건이 발생했다면 의료기관에서 치료할 수 있는 정도의 환자인지, 전원을 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라며 “처치가 필요하면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야 한다. 전원이 필요하면 빠른 시간 내에 전원을 해야 한다. 전원 시기가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병원 내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예측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대처를 해야 한다. 여기서 예측을 했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면 의사의 과실이 된다”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면 의사를 상대로 과실을 물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당일 주의의무를 다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의료분쟁이 생각한다면 기승전결을 맞춰서 시간대별로 기록을 한다. 당일에 기록할 여유가 없었다면 추가 작성이 가능하다. 기록이 미비하다고 해서 의무기록을 복사해주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조언했다.
다시 말해 법원이 의사에게 묻는 이유는 예측 가능했는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예측가능했다면 여기에 따른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살핀다. 여기서 문제가 없는데도 의사에게 과실을 묻지 못한다.
김 이사는 “의사가 한 의료행위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의사 스스로 자신의 수준에서 할 수 없다면 전원하고 그렇지 않다면 최선을 다해 치료해야 한다"라며 "그리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시기 적절하게 보호자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의사전달과정에서 설명을 소홀히 하거나 감추려고만 하면 의혹에 의혹을 낳는다. 이 때 분쟁이 발생한다”라며 “상세한 설명과 상세한 자료 제출은 과실 책임을 면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 이사는 “의사는 신이 아닌 이상 상황에 따라서 갈 뿐이디. 모성사망률도 통계적으로 일정 비율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했다.
산모 사망과 관련한 보상을 할 때는 피해자의 직업이 있다면 소득을 따지고 없었다면 최저임금으로 일실소득을 계산한다. 민사에서 의사의 과실을 10%부터 시작한다. 의사가 전혀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30% 인정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김 이사는 “과실 책임을 묻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요 판례를 모두 살펴보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섣불리 합의를 해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분담금을 의사가 내도록 하고 있다. 김 이사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면 국가가 그들을 보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요 판례 살펴보니, 상세한 설명과 상세한 기록이 있다면 도움
김 이사가 소개한 판례에 따르면, 환자가 병원에서 자궁 형성부전(hypoplasia)이 관찰돼 총 3회 산부인과를 외래 방문해 피임약 6개월 분을 처방받았다. 이후 호흡곤란으로 흉부 단순방사선검사, 전산화 단층촬영검사 결과 폐색전증으로 진단받고 항응고제를 처방받았다. 그러나 다음날 폐색전증으로 숨졌다. 환자 보호자는 약제의 부작용에 관하여 전혀 설명하지 않은 과실로 2억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폐색전증을 유발시킨 원인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다만 환자가 복용한 피임약 성분이 혈전색전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보고된 점을 고려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원 조정부는 양 당사자에게 합의를 권유했다. 의료기관이 환자 보호자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산전 검사과정 정상 판정을 받아 출생한 신생아가 다운 증후군으로 출생했다. 이 때 산모가 기형아 검사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상대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주장했다. 대법원은 2002년 3월 29일 자기 선택권이나 검사 결과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관계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분만 과정에서 아무런 이상 소견 없이 출생한 신생아가 출생 후 호흡이 미약해 응급 조치를 했지만, 태아 비대 심근병증으로 사망했다. 대전지방법원은 2013년 2월 6일 분만 전에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출생 후 응급 처치의 과실을 물은 소송에 대해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산모가 근긴장성 근이영양증 사실을 숨기고 시험관 시술로 임신을 했다. 출생된 신생아가 동일 질환으로 사망했다. 산모는 산전 검사상 양수 검사만 시행하고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아 산전 진단 중 알았다면 인공임신 중절 수술을 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수원지방법원은 2011년 1월 27일 태아의 질환이 인공임신 중절 사유가 아니었고,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산모의 유도 분만 도중 태아 심박수 감소 후 태아 사망 확인 후 제왕 절개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탯줄이 골반과 태아의 머리 사이에 끼인 채 압박해 질식사했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1시간 간격으로만 태아 심음을 측정한 잘못을 인정했다. 태아 사망을 15분 마다 또는 30분마다 측정했더라도 제대 압박을 발견할 수 없고 발견하더라도 질식사를 예방 할수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런 의사의 과실로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초산의 산모가 집에서 진통이 있다고 3차례 전화 후 내원했다. 산모는 내원한 시각으로부터 30여분 만에 의사가 도착 후 10분만에 사망한 상태로 태아를 분만했다. 진료 과정상 분만이 지체됐다고 볼 수 없으며 태아 곤란증이 발생 한 후 20분 이내 분만했다. 태아 곤란증 상태를 미리 알았더라도 제왕 절개 등의 수술 준비에 20분~30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빠른 대처로 판단했다. 부산고등법원은 2008년 9월 11일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임신부의 40주 분만을 위해 유도분만 과정 중 자궁 경관 6~7cm 에서 태아가 내려가지 않은 상태로 무리한 조기 분만을 시도했다. 의사는 분만 중 4도 열상을 초래한 과실과 태아 두부 열상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소송이 뒤따랐다. 서울고등법원은 2007년 3월 15일 분만 과정의 과실로 태아가 사망 한 것을 인정해 위자료 7500만원을 결정했다. 이는 태아 크기가 크고 분만이 어려운 과정에서 무리한 분만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산모의 분만 과정에서 태아 전자 감시장치의 오작동으로 소리가 작동되지 않고 그래프가 그려지지 않았다. 도플러로 측정한 태아 심음이 50회로 감소해 응급 제왕 절개 수술로 분만했다. 신생아 사망 이후 부검 소견상 원인 불명의 태아 곤란증으로 양수 대량 흡인 증후군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법원은 2000년 7월 26일 의사 과실 책임을 60%로 1억 2500만원 지급 하라고 판결했다.
산모의 제왕 절개 후 폐색전증이 발생햇다. 이 때 폐색전증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 항응고제인 헤파린 투여를 사용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다. 대전고등법원은 2002년 7월 10일 20%의 과실을 인정하고 3265만원 지급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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