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필수의료 기피, 중요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지금부터 해결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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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김석형 인턴기자 충남의대 예2] 2022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 소아청소년과의 정원 대비 지원률은 23%를 기록했다. 지원자들이 선호하는 빅5 병원의 경우에도 정원을 채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번 교육의 마지막 세션에서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을 만나 ‘소아과 지원률 23%, 정말 소아과의 미래는 암울할까?’의 주제로 소아과의 전망을 물었다.
그는 강연 중 소아청소년과를 지망하는 한 의대생의 질문에 “소아과 의사로서 가장 좋은 순간은 나의 처치로 아이가 살았을 때다. 아이가 커가면서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미숙아를 받으면 보통 석 달 정도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보람이 있다. 반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아이가 죽었을 때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따뜻한 모습과는 달리,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서 발언대에 선 그는 소아과의 미래에 너무나도 암울한 소식을 전했다.
소아과 붕괴는 예견된 결과였다
임 회장은 현재 소아과의 현실은 소아청소년과가 가지는 근본적인 특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의료기관은 진료를 수행한 후 환자에게 추가적인 검사와 수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국가로부터 받는 의료수가는 의사에게 주는 보상이 되며 병원을 경영하는 재원으로 사용된다.
임 회장은 "하지만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검사는 한정적이고 처치 역시 마찬가지"라며 "대다수의 소아과 의사들이 분포하는 일차의료기관에서는 고난도의 시술이나 수술을 수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같은 맥락에서 소아과에는 비급여 항목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비급여 시술이었던 소아 예방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돼 급여화된 이래 소아과의 수입은 국가가 정한 의료수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소아과의 대부분의 수입원은 진료비에 불과하다. 즉 소아과는 지금까지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 수, 소위 ‘머릿수’로 운영돼온 진료과라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현재 의료수가로 계산할 때 통상적으로 하루 평균 8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면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라며 "하지만 문제의 발단은 우리나라의 만성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소아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시작됐고 당연하게 환자 수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일차의료기관에 내원하는 소아환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결과적으로 이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직원 월급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은 소아과에 직격타를 날렸다. 임 회장은 "2021년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정부는 접종률 제고를 위해 위탁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많은 소아과 의원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업무를 위탁받았다"라며 "하지만 전체 수익의 비중에서 소아과 본연의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거 말했다.
임 회장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고 늘 마스크를 착용했다. 당연히 감기에 걸릴 일도 없었다"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85%가 넘는 현재 소아과는 다시 기존 상황으로 돌아가 본연의 진료에 전적으로 수입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환자 수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감소했고 경영위기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23%의 전공의 지원률, 앞으로는 더욱 악화할 것
의료기관의 지속적인 경영난은 봉직의의 수요를 크게 위축시켰다. 자연스레 소아과 전공의들은 대학병원에 남아 스탭이나 교수를 지망하는 길로 이동했지만 역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스탭 일자리 수요에 비해 퇴직 인원은 현저히 적었고, 교수의 문 역시 좁았다. 결과적으로 신규 소아과 의사들에게 남은 자리는 입원전담전문의였다.
임 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는 야간 당직 등이 많아 현실적으로 평생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심지어 서울대에서 전문의 취득 후 펠로우 과정까지 수료한 소아과 전문의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암울한 데다 저출산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2020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률은 0.84명까지 떨어졌고, 매년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임 회장은 "당장 몇 년 후의 전망도 어두운데, 현재의 전공의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시점에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라며 "소아과 전공의 지원률 23%는 당연한 결과이며, 나아가 ‘소아과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가?’의 질문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소아과 소생 위한 정부의 의지 전무하다
임 회장은 소아과 소생을 위한 첫 단계로 ‘적정 수가 보전’을 짚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가 수준은 저개발 국가와 선진국을 막론한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지난 10년 가까이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부의 강한 통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와 함께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거론되는 일본에서는 소아과 의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전에 먼저 국가에서 적정수가를 보전해 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더 많은 수가를 챙겨줬다. 의료수가만 적정 수준으로 보건해 주더라도 일차적으로 급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6년간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직무를 수행해 오며 정부와 셀 수 없는 논의를 했다. 성명과 시위 등의 방법으로 다소 과감하게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물밑에서는 정부와 심도있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의료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예산 실권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연금보건예산과를 비롯해 예방접종심의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다양한 합의체 역시 협의의 대상이었다.
임 회장은 "모든 부처를 막론하고 결과는 같았다. 수많은 이유로 소아과에 예산 지원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여러 각도로 이유를 고민해 보았지만 책임 회피와 의지 부족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라며 "국정감사 등 여러 방법으로 정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국회, 그리고 정부의 탑다운(Top-Down) 의사결정 구조에 핵심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정계로 방향을 돌려 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정국인 현재에는 더욱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계의 입장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었다"라며 "근본적으로 큰 사회 문제로 인식되지 않음에 따라 해결의 필요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무너지는 아파트에 비유했다. 그는 "아파트의 축을 이루는 철근을 하나하나 빼더라도 어느 역치를 넘기 전까지 건물은 무너지지 않는다. 정부는 의료를 구성하는 축을 하나하나 빼며 '무너지지 않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언젠가 건물은 무너진다. 현재 상태라면 의료의 부재로 죄없는 어린아이가 죽어 나가는 상황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 의지 개선하는 가장 빠른 길, 아무도 소아과에 지원하지 않는 것
임 회장은 소아과보다 훨씬 일찍 같은 문제를 겪고 무너져 온 흉부외과의 사례를 통해 소아과의 미래를 조망했다. 오래 전부터 흉부외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피과로 거론돼 왔고, 교수들이 한 달 내내 당직을 서는 일은 이제 흔하다.
임 회장은 "정부와의 필수의료 대책 회의에 흉부외과 인사와 함께 참석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관철해 왔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없고 흉부외과는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라며 "현 기조 하에서 소아과의 미래를 단적으로 예측하는 근거임과 동시에 소아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필수의료 진료과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소아과를 소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소아과에 한 명의 전공의도 지원하지 않고 교수들부터 하나하나 사직하겠다는 의견을 내는 것'이라고 자조섞인 말을 했다.
임 회장은 "‘소아과 지원률 0%‘가 그 자체로 해답이라기보다는 정계와 정부에 소아과의 현실이 중요한 사회 문제임을 인식시키고 경각심을 가지게 하지 않으면 문제의 해결은 절대적으로 불가하다"라며 "정부와 정계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이 문제 해결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추진을 위한 의지가 문제"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정치학적으로 사회 문제화가 되지 않으면 실제 해결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기까지 한계가 있다. 사회 문제화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적어도 건물이 무너지고 나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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