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2.04 13:21최종 업데이트 22.02.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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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상급종합병원 신생아실 유지 힘든 수준...향후 1년이 '소아청소년과' 살릴 골든타임"

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 "예상보다 심각한 지원율 20%대 하락...진찰료 2배 이상 인상·수가 정상화 절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
필수의료 위기, 3년제 도입으로 돌파구 찾을까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필수과 기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과, 외과 등 일부 학회들은 일찌감치 전공의 '3년제 전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일각에선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규정한 전공의법에 3년제까지 겹치면서 전공의 수련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하지만, 전공의 모집을 위해선 불가피한 변화라는 분석도 많다. 메디게이트뉴스 필수과 학회들이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막기 위해 3년제를 도입했거나 검토하는 등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도 어떻게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①3년제 전환으로 전공의 잡은 내과...수련교육 내실화 '박차'
②전공의 지원율 감소 외과…“전문직 취득 이후 안정적 일자리 필요”
③고사 위기 소청과...“향후 1년 골든타임, 정부 가시적 움직임 보여줘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앞으로 1년이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정부가 가시적인 움직임을 통해 소청과 지원에 나서고 있단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 내과를 제외한 필수과들은 2022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년간 이어져 온 기조였던 탓에 지원율 하락은 예상됐었지만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은 유독 심각했다.

지난 2021년도 모집에서 30%대였던 지원율이 20%대로까지 떨어지며 핵의학과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전공의 3년제 전환이라는 결단을 내렸음에도 지원율 하락세는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소청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은 "3년제 전환만으론 돌아선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며 "정부가 소청과에 대해 보다 빠르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학회는 현재 복지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1차 진료 주치의에 의한 심층상담 진료 시범사업(길라잡이 시범사업), 신생아실 전담 전문의 수가 가산 등의 시행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이것은 시작일 뿐, 궁극적으론 수가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제 전환만으론 비전 제시 어려워...1차 진료 안정적 인프라 구축해야
 
Q. 3년제 전환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개원가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소청과 진료체계가 정상적이고 건강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에서부터 기인한다. 소청과는 고질적 저수가에 시달렸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감염 중심의 대량 진료에 매달려왔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저출산 문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작스레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며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수가 정상화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학회 차원에선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학회는 3년제로 전환하며 1차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소청과 전문의를 양성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양성된 전문의들이 분과 과정을 거쳐 추가적으로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고, 개원을 하거나 봉직의로도 갈 수 있도록 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다. 3년제 전환이 갑자기 결정된 것은 아니고 이전부터 준비해왔다.
 
Q. 3년제 전환에도 전공의 지원율은 더 떨어졌다.

수련 연수가 줄어드는 것만으로 전공의 지원율이 올라간다거나 젊은 의사들이 소청과에서 비전을 찾을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전공의들이 과의 비전을 보는 기준점은 결국 개원가다. 1차 진료 현장에서 취직도 잘 되고, 진료를 했을 때 전문의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안정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런 것들이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실제로 과거에는 소청과 전문의 급여가 끝도 없이 오르던 시기도 있었다. 앞으론 코로나19와 같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 평소에는 안정적인 1차 진료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는 소청과로 오고 싶은 이들이 있어도 먹고 살기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겁을 내고 오지 않는 거다.
 
Q. 3년제 전환에 따라 수련교육 부실 우려도 나온다. 수련교육은 어떻게 변하나.

3년제로 전환하면서 수련 교육을 역량중심으로 다 바꿨고, 내용을 압축시켜 1차 진료의 수준을 더 높이는 쪽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상담이다. 소아청소년 시기는 건강 및 질병의 관리와 중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교육과 상담 능력인데 지금까지는 전공의 4년을 마치고도 해당 능력이 부족한 경우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이들의 학교 적응, 심리적인 문제 등을 지속 관리해주는 사회소아과학(Social Pediatrics)을 전담하는 인력이 없다. 소아정신과, 소아신경과는 병변이 보이거나 발달이 아주 늦은 아이들이 찾게 되지만 나머지 아이들의 심리적 문제에 대한 관리가 현재는 공백 상태나 다름없다.

또한 1차 의료에서 초기 치료를 잘하고 적절한 시기에 상급 의료기관으로 의료할 수 있기 위해선 진단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CPR, 초음파 등 현장에서 술기 능력과 진단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의 전공의 수첩도 모두 온라인으로 바꿨다. 전공의가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테스트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온라인 학습으로 단계적으로 바꿔가는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그때 그때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책임지도전문의제도도 도입하고 가이드라인도 마련해놓은 상태다. 지금처럼 전공의 과정이 끝난 후 시험을 한 번 보는 것 만으로는 질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인력 부족 문제로 당초에 학회가 생각했던 것만큼 책임지도전문의에게 요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병원은 전공의 의존도 줄여나가야...논의중인 사업 외에 전반적 수가 정상화 필수
 
Q.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락하며 대학병원들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안다.

교수들이 구멍을 틀어막으며 버티고 있지만 이 같은 체계가 계속 유지될 순 없다. 전국 수련병원 중 60~70%에서 교수들이 당직을 서기 시작했다. 2주에 한 번 이상 서는 곳도 절반에 육박하고, 교수가 매주 당직을 서는 곳이 20%에 달한다. 교수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당직을 서면 낮 진료에도 여파가 크다.

서울 지역도 그렇지만 특히 지방은 상황이 정말 열악하다. 지방대 병원에 전임 교수로 있던 이들이 정교수를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전담 전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는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앞으로 점점 심해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2년 정도만 더 가면 지방에 있는 병원들은 주간 외래 위주로만 보는 데이 케어 병원이 돼버리고 환자들이 몰리는 서울 소재 병원들도 난리가 날 것이다.

예전처럼 전공의 100% 충원은 어렵다고 본다. 전공의가 들어오더라도 주 80시간 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장기적으론 전공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담 전문의와 보조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중증도에 따라 수가를 가산해 입원료도 더 올려줘야 한다. 무작정 수가를 올려주면 경증환자들도 3차 병원에 계속 입원하게 된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수가에 확실히 차등을 둬 경증 환자들은 아동병원 등 1, 2차 의료기관에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Q. 보건복지부, 소청과의사회와 구성한 협의체에선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나.

앞서 말했듯 1차 진료 안정화가 중요한데,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가칭 길라잡이 시범사업(1차 진료 주치의에 의한 심층 진료 상담)이 논의되고 있다. 소아청소년의 부모, 보호자들이 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내용을 모아 1차 전문의들이 할당을 받는 방식이다. 전문의 한 명당 150명 전후로 전국에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를 배분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1년에 4~6회 정도 심층 상담을 하는것이다. 일률적인 내용이 아니라 각 아이들 상황에 맞는 맞춤형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상담이나 교육에 대한 수가나 보상이 전혀 없었다. 진료 건당으로 잡았기 때문에 한 명의 환자에게 30분을 투자하든 1시간을 투자하든 수가가 똑같았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의료기관들은 진료 건수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런 시범사업을 통해 한 사람에 대해 심층 진료를 했을 때 보상을 해주자는 취지다. 물론 이런 사업이 참여 기관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 기존의 영유아 검진도 반응이 썩 좋지 않은 이유가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돈에 비해 보상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3차 병원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인해 상황이 조금만 더 악화되면 현재 진료량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래서 전담 전문의를 조속히 확충할 수 있도록 요청했는데 특히 신생아실이 가장 시급하다. 전공의들한테 맡기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신생아실부터 전공의 의존도를 떨어뜨리자는 의도도 있다. 이에 신생아실 전담 전문의 수에 따라 구간을 세분화해 수가를 가산해 줄 것을 요청했고 복지부도 받아들여 올 상반기 중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학회에서도 우선 각 병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인력 채용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아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는 큰 장벽이 남아있지만 최종 수가가 충분하게 책정이 되길 바라고 있다.
 
Q. 그 외에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

무엇보다도 지나치게 저평가된 소아청소년과 수가를 전반적으로 올려야 한다. 현재 보험 수가 연동이 되지 않아 물가 상승도 반영이 안되고 있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수가를 정상화해야 하고, 기본진찰료도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은 인상해야 한다.

실제로 대표적 저출산 국가인 일본, 프랑스 등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수가가 3분의 1수준에 그친다. 이들 나라들도 과거 지금의 우리와 똑같은 소청과 붕괴 위기를 겪었다. 결국 필수의료라는 명분하에 상대 가치를 대폭 올리고, 휴일 가산, 연령 가산 등을 적용해 과거 대비 수가를 2~3배가량 올렸다. 이렇게 올려주고 나니 개원가가 하루에 30명가량의 환자를 보며 관리나 중재 역할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으며 유지가 가능해졌다.

응급 전담 전문의, 입원 전담 전문의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 지금 전국에서 제한 없이 응급실을 예전처럼 돌릴 수 있는 곳이 40% 밖에 안 된다. 10곳 중 6곳이 비정상 진료를 하고 있고 그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각 당에 최소한 소아청소년과는 24시간 전문의 진료, 응급진료가 돼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응급실, 신생아 중환자실 등은 전공의 인력이 핵심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의가 주가 되고 전공의는 수련을 목적으로 같이 일을 하며 도와주는 형태가 돼야 한다. 그래야 전공의 지원율의 등락과 관계없이 소청과 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체계가 전국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지방은 모두 망하고 서울만 살아남는다고 상상해봐라.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면 지방에서 KTX를 타고 서울까지 수차례 왕복해야 한다.

정부도 필수의료 손 놓을 수 없어...전공의∙교수들도 희망갖고 고비 넘겨주길
 
Q. 소청과의 위기가 심각한데 정부의 분위기는 어떤가.

과거에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요청을 해도 민원을 접수 받는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협의체도 구성하는 등 분위기가 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수가를 비롯해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면서 정부가 소청과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할 것이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 그런 메시지를 보면 전공의와 교수들도 지금의 위기가 언제쯤 끝날 지를 예상하며 버틸 수 있다.

복지부도 예전보다는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속도 차이가 꽤 크다. 개인적으로 골든타임을 1년으로 보고 있다. 1년 내에 전공의와 교수들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이제는 (소청과의 위기를)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시스템이 이미 와해돼버린 후에 다시 재구축하기는 정말 어렵다.
 
Q. 마지막으로 예비 의사, 소청과 전공의, 교수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현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9년 학회 전임 집행부가 들어서자마자 기획이사를 맡으며 정부에 정책 제안을 했는데 지금 얘기한 것들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미리 진행됐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준비를 해왔는데 코로나19 탓으로 상황이 너무 빨리 악화해버린 점에 대해선 전공의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는 우리나라 인구의 17%를 차지하는 소아청소년들을 담당하는 필수의료다. 단언컨대 정부도 손을 놓을 순 없다. 지금까지는 거의 방임이었다고 보면 현재는 속도 차이는 있지만 정부도 개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 내과가 그랬고, 프랑스나 일본의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고생하고 있는 교수들, 전공의들도 그런 희망을 갖고 현재의 고비를 잘 넘기길 바란다. 전공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도 현재 상황만 보지 말고 우리가 주는 메시지를 유의깊게 봤으면 좋겠다.

주식을 예로 들면 지금 당장 떨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회사가 얼마나 저력이 있느냐 다시 올라올 힘이 있느냐를 보고 선택하지 않나. 소청과는 그럴 힘이 있고, 정부도 같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를 보고 들어온 사람들은 향후에 훨씬 더 선택권이 많아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모두 종합해 진로를 결정했으면 좋겠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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