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2016년 5월 3일 오후 1시 40분 피해자 의원 방문, 복통 호소. 의사A 사산 태아 확인 오후 2시 45분 의사A 양수파막 시술, 유도분만 오후 4시 30분 의사A 회진, 피해자 복통과 출혈 호소, 양수파막 시술에 따른 출혈로 판단 오후 6시 간호사B 바이탈사인 측정 안하고 정상으로 기록 오후 7시 피해자 상태 급격히 악화, 다량 출혈 오후 8시 13분 의사 A 뒤늦게 확인, 피해자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출혈성 쇼크 상태 오후 8시 22분 피해자 119구급대로 타병원 이송, 저혈량성 쇼크 및 과종성혈관내응고증으로 사망
9일 이 사건의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의사 A는 2016년 5월 3일 피해자로부터 사산된 태아를 꺼내기 위해 오후 2시 45분 양수파막 시술을 하고 오후 4시 30분 회진을 돌 때부터 오후 8시 13분까지 4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환자의 과다출혈과 복통에 따른 태반조기박리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됐다. 또한 유가족들의 정신적인 충격을 위로하지 않았고 약간의 위로금 외에 합의를 하지 않은 것도 과실로 판단됐다.
간호사 B는 환자의 생체활력징후(바이탈사인)를 측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치가 정상이었다고 기재했고, 출혈과 통증을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다는 과실이 인정됐다.
이에 따라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6월 27일 의사 A에게 금고 8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고 간호사인 피고인 B에게는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는 피해자의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했고 이 같이 피해자에 대한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으며 간호사들이 자신의 지시 내용을 제대로 살피고 있는지 여부를 감독하거나 확인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과 그에 따른 저혈량성 쇼크 및 파종성혈관내응고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결했다.
의사는 피해자 상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간호사는 생체활력징후 허위 기재
피해자는 2016년 5월 3일 오후 1시 40분경 이 사건 의원에 내원할 당시부터 태아가 사산한 상태로 복통이 있었다. A는 피해자에게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태아가 사망했음을 확인했다. 당시 전치태반이 아닌 것도 확인됐다. 이후 피해자는 사산된 태아를 질식 분만 하기 위해 이 사건의 의원에 입원했다.
A는 같은날 오후 2시 45분경 피해자에게 양수파악 시술을 하고 자궁수축제(분만유도, 옥시토신)를 투여하도록 해서 유도분만을 시행했다. 피해자는 입원 이후에 지속적으로 질 출혈을 보이면서 극심한 자궁통증을 호소했다. 유족들은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했거나 증상이 발현돼 있었고, 피고인들에게 이를 수차례 알렸다고 했다. 피해자는 복통을 반복적으로 호소했으며, 28장의 패드를 교체할 정도로 계속되는 출혈이 있었다. 여러 장의 패드에서 질출혈을 의미하는 검붉은 색깔의 출혈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는 자궁수축제를 정맥 주입해서 사산된 태아를 배출시키는 경우에 자궁수축의 빈도와 강도, 지속시간 등을 세심하게 감시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질 출혈과 복통이 계속되는 경우 태반조기박리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는 최소한의 생체활력징후 등을 면밀히 확인해 피해자에게 저혈압, 빈맥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지 잘 살펴야 했다. 담당 간호사에게도 자궁수축의 정도를 확인하고 생체활력징후를 잘 살펴 보고하도록 주의를 환기시켜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B는 피해자를 세심하게 감시하고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해 이상이 나타날 경우 이를 즉시 의사에게 보고해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A는 오후 2시 45분경 피해자에게 양수파막 시술을 한 이후 오후 4시 30분경 1회 회진을 했으나, 자궁수축의 정도나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복통과 출혈을 호소함에도 막연히 옥시토신 점적으로 인한 산통 및 통상적인 출혈이라고 오인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후 8시 13분경 피해자가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출혈성 쇼크 상태에 빠질 때까지 오후 8시 22분경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에 피해자는 이미 뇌손상 상태에 이르렀다. A는 이 때까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간호사들이 자신의 지시 내용을 제대로 살피고 확인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감독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간호사에게 아무런 지시나 주의조치를 위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B는 오후 6시에 피해자의 생체활력징후를 측정한 사실이 없음에도 생체활력징후가 정상이라고 사실과 달리 기재하고 의사에게 피해자의 생체활력 징후 및 상태 등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배 안에서 최소 1700ml에 이르는 대량의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 및 과종성혈관내응고증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했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 태반조기박리 의심에도 적절한 조치 취하지 않고 유가족과 합의 안해
1심에서는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2심에서는 태반조기박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출혈과 통증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과실이 명확하고, 유족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위로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유죄 선고의 이유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1심에서는 태반조기박리는 이른바 ‘은폐형’으로 피해자 가족들이 목격한 출혈은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출혈이 아닌 피해자에게 시술한 양수파막 및 자궁경관확대술에 대한 출혈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압통이나 동통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원에 입원한 이후 오후 8시 9분 또는 8시 13분경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까지 사이에 피해자에게 태반조기박리를 의심할 만한 자궁출혈이나 자궁통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에게 태반조기박리를 제 때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나 이후 경과관찰상의 과살이 있다거나, B에게 피해자의 상태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거나, A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한 시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 수 분 전에 시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후 6시에 만약 피해자의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했더라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인정됐다. 이 때문에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생체활력징후를 제 때 확인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심에서 대한의사협회의 감정촉탁 회신결과를 인용해 "피해자의 남아있는 28개의 패드에서 확인되는 혈액량만 하더라도 500~700cc로 추정된다. 출혈양만 고려하더라도 양수파막술로 인해 발생한 출혈이라고 보기에 지나치게 많았다.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출혈로 판단된다는 소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같은 날 오후 4시 2분경 버려진 패드들과 피해자의 상태가 오후 7시 이후 급격히 악화되면서 패드를 깔아주지 못하고 그냥 이불에 하혈하도록 뒀다는 진술까지 있었다. 이를 고려하면 사건 당일 피해자의 출혈양은 단순 양수파막술이나 자궁경부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양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태반조기박리 가능성이 있다면 수혈용 혈액을 준비하거나 응급수술을 하거나 전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고 태반조기박리를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사망률이 높지 않았는데도 이로 인한 출혈과 저혈량성쇼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약간의 위로금을 제시한 것 외에 정신적 충격을 위로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전문적인 의료영역에서 발생했다”라며 “다만 피고인 A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고 B는 초범인 것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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